[명화살롱]단순함이 곧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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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주의 명화살롱]추상 구성_알렉산더 로드첸코

  • 승인 2016-06-18 08:43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추상 구성>, 로드첸코, 1918
▲ <추상 구성>, 로드첸코, 1918


영화관의 벽면 장식이나 영국 밴드의 앨범 커버 등에 오마쥬로 쓰일 만큼 알렉산더 로드첸코는 현대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당시 러시아를 휩쓸었던 절대주의와 볼셰비키 혁명의 영향으로 1920년대 초반에 순수예술 활동을 접고 그래픽 디자인 분야로 노선을 틀었지만, 이전 시기의 회화를 보면 로드첸코 디자인의 근원인 ‘단순함’을 발견해낼 수 있다.

알렉산더 로드첸코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화가이자 구성주의 운동의 핵심인물이었다. 블라디미르 타틀린과 카시미르 말레비치의 절대주의에 영감을 받은 그는 미술이 러시아 사회의 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믿었다. 러시아 구성주의는 ‘미술이 일시정연하고 진보적인 사회의 건설에 기여하려면 현대 과학기술의 형태와 과정을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혁명을 지지했다.

로드첸코는 새로운 가치들이 발전된 미래의 창조를 도울 것이며, 새로운 과학기술개념에 보조를 맞춘 미술은 러시아의 변화를 도와야 한다고 믿었다. 농노의 자식으로 태어나 러시아의 시대에 뒤쳐진 시스템, 불공평한 위계질서 등에 실망한 로드첸코는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추상 구성>은 작품이 만들어진 1918년의 세계를 반영했다. 움직이는 것 같은 부드러운 초록색, 파란색, 오렌지색, 검은색의 원과 사각형을 통해 작가의 사상을 나타낸 이 그림은 구체적인 사물이 아닌 ‘작동 중인 기계’를 암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미술 그 자체보다는 사회적인 이상과 관련되어 있다. 색을 평면적으로 대충 칠한 듯한 기하학적 추상은 얼핏 보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러시아혁명 1년 후,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해를 반영하고 있다. 로드첸코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이해해 보려 회화의 모든 구성 요소를 기본적인 형태로 단순화하는 시도를 펼쳤다.

▲ ‘Book for every branch of Knowledge’라는 주제를 담아 로드첸코가 제작한 계몽 포스터(1924)
▲ ‘Book for every branch of Knowledge’라는 주제를 담아 로드첸코가 제작한 계몽 포스터(1924)

로드첸코의 회화는 초창기 아르누보 디자인과 인상주의적 그림에서, 자와 컴퍼스로 그린 것 같은 <기술> 등의 추상미술로 급격하게 변했다. 절대주의에 영향을 받았지만 그는 자신의 그림이 과학적, 비구상적이라고 분명하게 말했으며 말레비치의 신비주의적 성향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공산당원이었던 로드첸코는 혁명에 투신하면서 바로 미술을 포기하고 많은 사람들이 접라는 광고와 북디자인으로 넘어갔다.

대중예술로의 전환 이후 로드첸코는 선동미술과 실용미술에 몰두해 혁명의 시대를 특징짓는 대중선동 미술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해 나갔다. 로드첸코는 혁명이 끝나자마자 공산주의 선전에 눈을 돌려 포스터 디자인에서부터 선동을 위한 계획수립에까지 힘을 기울였다. 로드첸코는 1920년대 그래픽 아트의 거의 모든 장르를 대표한다. 그는 전시 카달로그, 책과 잡지, 출판사 로고는 물론 영화 타이틀 자막과 입장권 디자인에도 손을 대었다. 훗날 그는 회화와 조각은 물론 그래픽디자인과 사진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에드 라인하르트, 로버트 마더웰, 마크 로스코를 비롯한 미니멀리즘 및 개념주의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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