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살롱]마음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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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살롱]마음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다

[백영주의 명화살롱]쿠사마 야요이_점에 대한 집착

  • 승인 2016-07-08 10:46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점에 대한 집착>, 쿠사마, 2011
▲ <점에 대한 집착>, 쿠사마, 2011


‘환공포증’은 반복되는 특정 문양에서 혐오감을 나타내는 증상이다. 인터넷 상에선 무수히 많은 구멍이 뚫려 있는 사진들로 환공포증 테스트를 하는 게 유행처럼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식으로 등록된 정신질환은 아니라고 한다. 환공포증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빽빽이 들어찬 무늬들을 보면 대부분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필자 역시 재작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쿠사마 야요이의 개인전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쿠사마 야요이의 어린 시절은 일본의 만주침략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늘 전쟁의 먹구름 속에 뒤덮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어린아이에게 매질과 욕을 일삼았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겼으며 애정 결핍과 불안 증세를 얻은 그는 자살 충동과 망상, 환각을 겪었다. 열 살 무렵에는 식탁보 잔상이 온 집안에 보이는 등 착란 증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일본화를 공부한 쿠사마는 27세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팝아트,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이때부터 사방의 벽과 천장까지 모두 점들로 뒤덮이는 환각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설치 작품을 제작했다. 자신을 둘러싼 무수히 많은 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이를 스스로 이겨내고자 환상 속에서 벽을 타고 흐르는 수많은 점들을 하나하나 벽에서 끄집어내어 스케치북에 담았다. 쿠사마는 이를 통해 불면증에서 벗어나고 지금까지도 살아있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에서 활동할 때부터 작업 도중 정신 질환으로 종종 병원 신세를 졌다. 1973년 일본으로 돌아가고 나서 환각과 공황발작이 재발해 1977년에는 자진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후 최근까지 병원 인근에 작업실을 얻어 휠체어를 타고 병원과 작업실을 오가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자신의 정신세계에 대한 일관된 관심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자유로운 발상과 표현은 관람자 개인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기에 현대미술의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도 특정한 예술경험을 쫒기보다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망(net)과 점(dot)으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확고한 조형세계를 구축하며 미술계와 대중 양쪽 모두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노란 바탕에 검은 점이 들어찬 <호박>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그녀의 환각을 간접적이나마 체험해볼 수 있는 작품은 <점에 대한 집착>이다. 사방이 원색 계열의 점으로 뒤덮인 공간 안에 또 물방울 무늬를 띈 불규칙한 형태의 조현물이 들어차 있는 이 설치미술은 조지아 오키프, 루이비통 등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 나가며 정신적인 안정을 찾은 그가 기괴했던 작품 형태를 점차 발랄하게 바꿔나가던 시기의 작품으로, 벽면에 거울을 붙여 점이 무한대로 퍼져나가게 할 때도 있다.

무한한 점으로 뒤덮인 방에 들어선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면 징그럽기도 하지만 두 가지 색깔과 일정한 무늬가 필자를 압도적으로 눌러 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속에서는 약간의 안정감마저 느껴졌다.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었다는 그의 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호박>, 2010, 쿠사마
▲ <호박>, 2010, 쿠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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