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살롱]잔잔하고 조용한 일상의 느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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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살롱]잔잔하고 조용한 일상의 느낌처럼

[백영주의 명화살롱]게리 흄_둥지의 뻐꾸기

  • 승인 2016-07-20 10:16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둥지의 뻐꾸기>, 흄, 2009
▲ <둥지의 뻐꾸기>, 흄, 2009

YBA(Young British Artist)는 런던 남동부 도크랜드에서 벌인 FREEZE 전시회를 시작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1988년 골드스미스 대학 졸업반 신인작가 15명이다. 현대미술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거장으로 거듭난 데미안 허스트, 영화감독으로 그 영역을 넓힌 샘 테일러 우드 외에도 많은 구성원들이 기존 회화의 틀에서 벗어나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 나갔다. 그렇기에 이들 중 한 명이었던 게리 흄의 행보가 더욱 눈에 띈다. 그의 작품을 필자가 실제로 본 것은 2011년 홍콩의 전시회였다.

게리 흄의 작품들은 2차원 평면과 ‘그리기’라는 회화의 기본 요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전통적인 회화의 한계를 넘어 후기 산업사회 특유의 느낌을 재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병원이나 학교 같은 공공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을 그리기 위해 실제 문들에 칠해지는 가정용 광택 페인트를 선택한 후, 흄은 모든 작품에 광택 페인트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흄의 작품들은 작가의 팔레트에서 배합된 색채나 캔버스의 질감,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독특한 붓질 등 회화의 표면을 구성하는 전통적 요소를 갖고 있지 않다. <충치>, <마이클> 등 그의 작품 표면을 구성하는 것은 DIY 상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페인트와 이에 맞는 인테리어에 어울릴 법한 매끄러운 마감칠 뿐이다. 이 색색의 면은 잡지 사진에서 따온 사람의 얼굴, 새, 동물 같은 구체적 이미지들을 담고 있다. 이 평평하고 어떨 땐 얼굴이 없기조차 한, 그러나 매력적인 흄 회화의 표면은 ‘창조’에서 ‘생산’으로 바뀐 팝아트 세대의 시각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어이없는 건 미술의 목적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이며 충격을 주지 못하면 볼 가치도 없다는 편견이 현대미술에 서려가는 것이다”며 일상적인 사물을 작품에 담아내는 데 주력하는 흄이 또 현대미술을 이끌어 가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또 새롭다. 흄은 아는 사이거나 사진 혹은 그림으로만 본 대상들만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고 한다.

2009년작인 <둥지의 뻐꾸기>는 흄 회화의 특징이 잘 드러난 회화 중 하나로, 아시아에서는 20세기 미국, 유럽과 아시아에서 다작을 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가운데 아이들도 이해하기 쉬울 만큼 직관적인 작품들만 고른 전시회에서 선보인 적이 있다.

▲ <충치>, 2011
▲ <충치>, 2011

흄 작품의 궁극적인 아름다움은 “가정용 광택 페인트는 젖은 물감이 그대로 고착된 것 같은 효과를 보여준다. 이 매체는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나는 빛의 환영을 그리거나 위장할 필요가 없다. 빛을 그릴 필요가 없어지면, 누구나 회화적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라고 작가 본인이 말했듯이 광택 페인트의 인공적인 색채와 반들거리는 표면에 있지 대상의 본성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틀 안에 고정된 대상은 생략과 단순화를 거쳐 감상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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