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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프링>, 올덴버그, 2006 |
청계천 광장에 솟아 있는 <스프링>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은 예술에 대해 잘 모른다 하는 이들에게도 어느 정도 호감을 사는 엄청난 매력을 지녔다. 친숙한 일상 속 사물을 무지막지한 크기로 불린 그의 조각을 보면 누구라도 미소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출신의 올덴버그는 처음부터 조각가의 길을 걷진 않았다. 예일 대학교에 입학해 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했지만, 학부 과정을 마치고 시카고예술대학에 다시 들어가 늦깎이로 예술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조지 브레히트, 앨런 카프로우 등과 교류하며 행위 예술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가 조각에 몰두하게 된 계기는 아마 1961년의 <잡화점> 시리즈일 것이다. 신발, 셔츠와 드레스, 조각파이와 케이크, 탄산음료 캔 등을 실물보다 큰 석고 조각으로 만들고, 이 오브제들을 가게 차리듯 전시한 <잡화점>은 미국 사회의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일상적 사물들의 집합소다. 광택이 도는 에나멜 물감으로 채색된 석고 표면에는 물감이 군데군데 흘러내려 마치 잭슨 폴록의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프라이팬의 달걀>, <팬케이크와 소시지>도 이때 만든 작품이다. 그는 이 일상적인 미술 상품들을 판매했고, 이 독특한 프로젝트는 1964년 ‘미국 수퍼마켓’이란 전시회의 전조가 되었다. 올덴버그와 로이 릭텐스타인 등 팝아트 작가들이 참가한 이 전시회에서는 전형적인 음식물 아이템들이 전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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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케이크와 소시지>, 올덴버그, 1962 |
이와 같은 일상적 오브제에 대한 관심이 새로운 조각적 시도와 맞물린 것이 1960년대 초반 선보인 일련의 ‘부드러운 조각’ 연작이다. 그전까지 조각의 재료는 돌이나 나무, 금속 등 반영구적인 재료가 대부분이었지만, 올덴버그는 과감히 비닐이나 천과 같은 부드러운 재료로 작품을 만들었다. 마치 달리의 그림 속에서 녹아내리는 시계처럼 축 늘어진 전기 스위치, 흐느적거려 도저히 앉을 수 없는 좌변기, 천으로 만든 햄버거와 샌드위치는 역시 전작에서 볼 수 있듯 실물보다 큰 크기로 만들어, 관람자에게 생경하지만 유쾌한 상상거리를 제공한다.
1960년대 중반부터 올덴버그는 작품의 전시공간을 미술관 밖으로까지 연계해 여러 도시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품의 규모도 이전보다 한층 커지면서 기념비적인 크기로 변모했다. 보통의 공공미술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길이나 낙서로부터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받침대 위에 설치된다. 하지만 올덴버그의 조각에는 대개 이런 좌대가 없다. 그래서 빨대 모양의 거대한 조각이 물 위에 꽂혀 있거나, 먹음직스런 체리를 얹은 숟가락이 다리 대신 연못 위를 가로지르고, 거인이 배드민턴을 치다 떨어뜨리고 간 것 같은 셔틀콕이 잔디밭 한가운데 놓여 있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이처럼 유쾌한 공공미술 작가의 작품이 드디어 청계천에 상륙했지만, 한국적인 요소를 살렸다는 작가의 말과 달리 많은 이들이 한국의 특성은커녕 올덴버그 작품에서 느낄 수 있던 개성마저 없다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올덴버그는 “공공미술에 다양한 견해가 없는 것이 더 이상하다. 전 세계에 내 작품 40여 점이 전시되고 있는데 그때마다 논란이 없으면 오히려 실망스럽다”는 대범한(?) 대답을 내놓았다. 무엇이 맞는지는 각자의 생각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필자는 일상의 위트를 콕 집어 ‘재미있는 예술’로 뽑아내온 올덴버그의 작품에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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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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