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살롱] 과장된 웃음 속에 담긴 혼란의 슬픔, 반항,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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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살롱] 과장된 웃음 속에 담긴 혼란의 슬픔, 반항, 분노

[백영주의 명화살롱] 위에민준_<처형>

  • 승인 2016-12-29 16:25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처형>, 위에민준, 1995
▲ <처형>, 위에민준, 1995

이를 한껏 드러내고 시원하게 웃는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도 후련하게 만든다. 하지만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박장대소라면 난감할 때가 있다. 바로 위에민준의 그림이 그렇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하얀 이를 드러낸 채 활짝 웃는 특유의 인물 캐릭터로 냉소적 리얼리즘을 보여 주는 그의 작품은 중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작가 자신의 풍자와 탄핵, 집단화에 대한 거부의 몸짓으로 웃음의 역설을 보여준다.

군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톈진의 석유공장에서 일했다. 1985년 서양의 모더니즘을 도입한 현대주의적인 청년 미술 사조가 한창 유행하던 때 허베이 사범대학 회화과에 입학하였고, 그 역시 85 신사조 운동에 동참하였다. 1989년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전업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찾고자 고민한 위에민준은 처음에는 과장된 제스처와 색상으로 주변 친구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하지만 점차 중국 노동자의 비참한 삶과 현대 중국의 모순을 깨달으면서 세상에 대한 조롱과 비판을 작품에 담게 되었다. 사회를 향해 박장대소 속 냉소를 던지는 그림 속 인물들 역시 그 자신으로 바뀌었다. 화가 본인을 모델로 한 그림 속 남자들은 우스꽝스러운 복장(혹은 옷을 벗고 있다)에 요상한 몸짓을 한 채 입을 크게 벌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과격하게 웃어댄다.

눈을 감고서 크게 웃고 있는 인물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마네의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과 같은 서양의 명작들이나 중국의 전통을 상징하는 다양한 사물들과 함께 등장하였다. 그는 우주의 창공과 지구 끝에서도 웃는다. 그의 웃음은 모든 경계를 초월한다. 이념적 경계, 남녀의 구분, 평화와 폭력의 대치도 그의 웃고 있는 캐릭터 앞에서는 의미를 잃고 다른 이들도 그의 냉소에 동참케 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처형>은 고야의 <1808년 5월 3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천안문 사태를 연상시키는 신랄한 작품으로, 2007년 런던에서 약 60억 원에 낙찰되었다.

그의 과장된 웃음은 배경을 달리하며 수많은 장소에서 반복되어 등장함에 따라 이제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과 심리를 지배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이념적 경계와 남녀의 구분, 평화와 폭력의 대치도 그의 웃고 있는 인물상 앞에서는 의미를 잃어버렸다.

영원히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부여받은 그의 자화상은 더욱 폭넓은 대상을 조준하며 웃음의 역설을 보여주었다. 화난 것처럼 벌건 얼굴로 미친 듯이 웃고 있는 남자를 중국을 넘어 전 세계가 사랑하는 이유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자유로 이끄는 여신>, 위에민준, 1996
▲ <자유로 이끄는 여신>, 위에민준,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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