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살롱] 캔버스를 거울삼아 중국인들의 아픈 시대를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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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살롱] 캔버스를 거울삼아 중국인들의 아픈 시대를 비추다

[백영주의 명화살롱] 장샤오강_혈연: 대가족 No.3

  • 승인 2017-01-11 00:01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혈연: 대가족 No.3>, 장샤오강, 1995
▲ <혈연: 대가족 No.3>, 장샤오강, 1995


작품 한 점이 100억원대를 훌쩍 넘는 등 중국 미술계의 붐을 주도한 현대미술가 장샤오강. 그의 1995년작 <혈연: 대가족 No.3>는 2014년 4월 홍콩 소더비 근현대 아시아 미술 야간 경매에서 7,441만 8000위안(약 123억 원)에 낙찰되어 2014년 상반기 중국 현대미술 경매에서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작년에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그의 한국 첫 개인전 ‘Memory + ing’는 추석 연휴와 겹쳐 많은 이들의 성원 속에 막을 내렸다. 필자 역시 그를 만나기 위해 작년에 대구를 다녀왔다.

1958년 태어난 그는 1977년 쓰촨미술대 유화과에 입학해 학부 시절 내내 사회주의와 사실주의를 거부하고 모더니즘을 탐구했다. 1980년대까지는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꿈과 내면적 명상을 결합해 현실을 향한 고민과 불안이 드러난 <음과 양>, <폭우강림> 등이 이 시기 주요작이다.

그의 화풍이 일대 변화를 맞은 계기는 1992년 유럽여행이었다. 중국의 정체성에 관한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친 문화혁명과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의 아방가르드 운동, 1990년의 냉소적 사실주의, 이후 다원주의에 이르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예술을 발전시켜 나갔다. 작품에 중국의 이러한 시대 상황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그 시대를 몸소 체험한 이들의 고뇌와 격정, 슬픔까지 엿보인다.

대표작인 <혈연>, <대가족> 연작은 우연히 발견한 가족의 옛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사진 속 얼굴에서 사적인 은밀함과 집단주의의 세례를 받은 세대의 공통된 표준화를 발견하였으며, 이것은 바로 그가 고민해온 중국적 정체성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었다.

회색 혹은 청회색의 얼굴이 크게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웃음기가 없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연약한 표정을 짓고 있다. 혈연을 떠올리게 하는 붉은 선과 과거의 상처 혹은 흔적을 암시하는 빛을 조화시키는 것이 연작들의 특징이다. 딱딱하면서도 고요한 인물의 표정과 냉정하고 차분한 단색조의 색채, 그 가운데 빛으로 물든 상처의 흔적은 무수한 사연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 <망각과 기억: 기록> 장샤오강, 2007
▲ <망각과 기억: 기록> 장샤오강, 2007

그의 작품은 격동의 시대를 산 중국인과 중국사회의 자화상이면서 이들이 굴곡으로 점철된 역사 속에서 터득한 생존법을 이야기한다. 바로 정치적 권리를 박탈당해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이다.

대구에서 본 <혈연: 대가족 No.3>는 세 명의 남녀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3남매일까, 혹은 젊은 부부와 첫아들일지도 모른다. 틀로 찍은 듯 눈썹과 눈매, 코, 입술까지 똑같은 무표정한 세 명의 얼굴에는 전부 흐릿한 빛이 맴돈다.

오랜 사회주의의 장막을 걷어내고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는 중국에서 사회 전체 모습보다 개인 심리에 초점을 맞춘 그의 작품은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국제 미술시장에서도 커다란 이슈를 낳으며 주목받았다. 2000년대에 와서 장샤오강은 주로 <망각과 기억>, <인 앤 아웃> 시리즈로 과거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중국 전통회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회화를 입체화하는 등 다양한 표현 방식에 도전 중이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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