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살롱] 사물의 본질과 영원성을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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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살롱] 사물의 본질과 영원성을 탐구하다

[백영주의 명화살롱] 폴 세잔_생 빅투아르 산

  • 승인 2017-01-25 09:54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커다란 소나무와 생 빅투아르 산, 1885~1887, 세잔
▲ 커다란 소나무와 생 빅투아르 산, 1885~1887, 세잔


초록에 물든 산을 걷다보면 새삼 여름이구나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량하던 산이 부지불식간에 녹음으로 푸르러지고 있는 것이다. 계절은 빠르게 변하고 그에 따라 세상이 차려 입는 옷도 달라진다. 폴 세잔은 이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계 속에서 변하지 않는 사물의 본질을 작품 속에 그려내고자 했던 작가다.

세잔은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모자 장수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세잔에게 미술가의 꿈을 키워준 건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엄격했던 아버지는 세잔이 법률가가 되기를 바랐고, 부자간의 의견다툼이 잦았다. 어머니 앤은 그때마다 아들의 편을 들어줬고 세잔이 파리로 미술공부를 할 수 있게 아버지를 설득했다. 22세에 파리로 건너온 세잔은 인상주의 화가 피사로 밑에서 거장들의 미술을 공부한다.

흔히 예술의 대가들을 두 종류로 나누고는 한다. 일찍이 빛을 본 천재형 예술가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인정받은 대기만성형 예술가. 세잔은 후자에 속했다. 사교성이 좋지 못해 언제나 그림에만 몰두했지만 살롱전에서 낙방하는 등 세상은 그의 작품을 알아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잔은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 내기 위해 세상과 단절한 채 끊임없는 미술적 실험을 거듭했다. 그런 그가 평생에 걸쳐 천착했던 소재는 바로 생 빅투아르 산과 사과였다.

세잔은 생애 마지막 20년을 고향 엑상프로방스로 돌아가 생 빅투아르 산을 그리며 보냈다. 생 빅투아르 산은 그의 고향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거대한 돌산이다. 세잔이 생 빅투아르를 그린 그림만 30점이 넘을 정도로 세잔은 그 산을 사랑했다. 어렸을 적 절친한 친구였던 소설가 에밀졸라와 함께 그 산을 오르며 꿈을 키웠던 기억 탓도 있다.

▲ 생 빅투아르 산, 1904, 세잔
▲ 생 빅투아르 산, 1904, 세잔

30여점이 넘는 생 빅투아르 산의 변모과정을 살피다보면 세잔이 인상주의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으로 넘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초기에 그려진 생 빅투아르 산은 풍경의 여러 모습을 구별할 수 있다. 푸른빛으로 채색된 생 빅투아르 산을 중심으로 논과 밭이 펼쳐져 평화로운 정경을 그리고 있다. 그림의 전경을 차지하는 긴 소나무가 산등성이와 비슷한 곡선을 따라가고 있다.

한편 후기의 그림은 흡사 모자이크화를 보는 듯하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물의 본질을 그리기 위해 삼각형, 사각형의 도형으로 사물을 단순화시켰다. 세모꼴의 뾰족한 산과 하늘을 비슷한 계통의 푸른색으로 칠해 산의 윤곽선만으로 둘을 구분 짓고 있다.

이처럼 원근법을 무시하고 사물의 본질을 기본적인 형태로 단순화한 세잔의 형식은 피카소로 대표되는 큐비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물을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추구하려했던 세잔. 그는 자신만의 예술을 확립하기 위해 같은 소재를 수없이 그리는 장인정신의 화가였다. 사과가 썩어 문드러지고 생 빅투아르산이 계절의 옷을 갈아입어도 그 변화 속에서 변치 않는 무언가를 포착해내려 했다. 그렇게 그는 오늘날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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