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살롱] 철학, 의학, 법학에 에로티시즘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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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살롱] 철학, 의학, 법학에 에로티시즘을 입히다

[백영주의 명화살롱] 클림트_빈 대학 천장화

  • 승인 2017-03-08 00:02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의학>, 클림트, 1898
▲ <의학>, 클림트, 1898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 IS가 수천 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고대 유적을 파괴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 긴 세월 동안 일어난 전쟁과 자연재해 속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유산이 하루아침에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것 아닌가. 회화 중 가장 원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클림트의 빈 대학 천장화 시리즈다. 지금은 당시 그림을 찍은 흑백사진과 그 일부만 남아 있는, <철학> <의학> <법학>을 주제로 한 작품이었다.

클림트는 1890년대부터 예술운동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화풍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그에게 1894년 빈 대학 강당의 천장화 의뢰가 들어왔고, 그는 <철학> <의학> <법학> 세 가지 작품을 1900년대 초 완성시켰다.

하지만 세 작품에 대한 평가는 혹독했다. 제7회 분리파 전시회에서 제일 먼저 공개된 <철학>은 세간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전통 학문을 과감한 성적 이미지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무한한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발가벗은 인물들이 기둥을 이루고 있고, 배경에는 몽환적인, 사색하는 듯한 길고 풍성한 머리칼의 여인이 그려져 있다.

전시회 팜플렛에는 배경인 그녀가 ‘지식’으로 설명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빈 대학의 교수들은 클림트의 작품에 강하게 반발했고, 87명의 교수들이 반대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1900년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금상을 받는 등 <철학>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논란 속에서 클림트는 제10회 분리파 전시회에서 <의학>을 공개했다. 때부터 <의학>은 그리스 신화 속 건강의 여신 히기에이아를 그렸고, <의학> 맞은편에 위치하기로 되어 있어 역시 벌거벗은 여인들이 기둥을 이루는 등 비슷한 분위기를 띈다.

의학의 목적인 질병 치료보다는 삶과 죽음을 히기에이아가 든 해골과 벌거벗은 여인들로 묘사한 점이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을 샀다. 마지막 작품인 <법학>은 앞의 두 작품과는 약간 다른 평면적 구성을 띠고 있지만 기본적인 화법은 비슷하다.

화려한 배경 뒤에 서 있는 세 여인은 각자 진리·정의·법을 상징한다. 그림의 밑부분에서 여인에게 고문당하는 노인은 죄인을 상징하며, 이는 법의 심판을 나타낸다.

▲ (왼쪽부터) <철학>, <의학>, <법학>, 클림트, 1899~1907
▲ (왼쪽부터) <철학>, <의학>, <법학>, 클림트, 1899~1907

이 세 작품은 거센 반발에 부딪혀 대학 강당에 걸지 못했다. 자기 작품들이 춘화로 비난받자 이에 클림트는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계약금을 돌려주는 대신 그림들을 회수 받고 다시는 공공 회화를 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 하던가. 이후 떠난 이탈리아 여행에서 접한 비잔틴 예술의 영향으로 자신감을 되찾고 그만의 특색인 금박, 금빛 색채를 쓰기 시작한다. 1908년 발표한 그의 대표작 <키스>를 기점으로 클림트의 작품 세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철학>은 클림트의 후원자였던 레데러가 소유했었고, <의학>과 <법학>은 클림트의 친구이자 화가인 모저가 구입했다.

모저 사후 <의학>은 오스트리아 미술관에서 구입하고, <법학>은 다시 레데러가 사들였다. 세 작품은 1943년 클림트 컬렉션에서 마지막으로 공개된 후 안전상의 이유로 임멘도르프 성에 레데러의 클림트 컬렉션과 함께 옮겨졌다가 독일군이 퇴각하면서 성을 불태울 때 소실되었다.

이때 레데러가 갖고 있던 클림트 작품 13점도 전부 불타버렸고, <의학>은 1898년의 습작만 남아 있다. 나머지 두 작품은 흑백사진으로만 그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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