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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밭 위의 점심>, 마네, 1863 |
일할 때 항상 즐거울 수는 없다. 유난히 집중이 안 되고 축 쳐지는 날이 있는데, 그 때마다 <폴리 베르제르> 속 여종업원을 떠올리며 혼자 공감해 보곤 한다. 200여 년 전에도 반복되는 일상은 누구에게나 따분했겠구나 하고. 특히 다른 사람의 유흥을 위한 감정 노동,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이 무력감은 더욱 자주 나타나는 듯하다.
‘폴리 베르제르’는 파리의 대표적인 카페콩세르였다. 카페콩세르는 샹송 무대가 갖춰진 카페로 오늘의 음악다방과 비슷한 곳인데, 발레에서 서커스 공연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파리 최고의 사교장이었다. 은밀하게 매춘을 했던 여자 바텐더들은 이곳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마네는 <풀밭 위의 점심>처럼 도덕적이지 않은 상황을 당대의 아름다운 배경을 바탕으로 버젓이 고급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게 특기였다.
작품의 정가운데에 등장하는 여성은 폴리 베르제르에서 일하는 종업원으로, 쉬종(Suzon)이라는 이름의 실존인물이었다. 흥겨워 보이는 배경의 분위기와 달리 정작 그림 속 주인공은 지루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녀는 카운터에 서 있으면서도 혼자 다른 세상에 가 있는 듯 하다. 그녀는 술을 파는 바텐더보다는 오히려 술과 같이 매대에 오른 매물 같아 보인다. 이는 곧 매춘을 의미하며 뒤에 있는 거울의 신사를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표현기법을 살펴보면 마네는 거울에 비친 손님들까지 인물들은 빠르고 거친 붓터치로 그려내 현장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잘 전달하고 있다. 또한 탁자 위에는 와인과 맥주병들, 오렌지가 담긴 크리스탈 그릇, 꽃병에 꽂힌 꽃들이 놓여있다. 이들은 모두 섬세한 붓터치로 그려냈다. 아파서 현장에서 작업할 수 없었던 마네는 모형 바를 설치한 작업실에서 그림을 완성했다. 그래서 술병 등 전경 디테일은 매우 섬세하게 그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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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리베르제르>, 마네, 1881~1882 |
한편, 그림 속 거울에 비친 이미지는 동시대 언론과 수많은 비평가들로부터 많은 논쟁을 촉발시켰다. 작품 속 거울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는 맞지 않는다. 중앙에 위치한 바텐더 쉬종 뒤의 거울은 정면의 넓은 홀과 손님들을 비추고 있다. 그러므로 거울에 반사된 이미지는 앞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바로 뒤에 나타나야 하고,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서 있어야 한다. 그러나 테이블에 놓인 술병들과 쉬종, 그리고 오른쪽에 나타나는 신사를 보면, 이는 어긋나 있다.
그녀는 오른쪽으로 치우쳐 비치고, 무기력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신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또한 신사는 그녀보다 거울에서 더 떨어져 있는데도 원근법에 맞지 않게 너무 크게 그려져 있다. 이는 활기 넘치고 사람들이 가득한 바 안의 이미지를 더 넓은 파노라마로 보여주기 위해 원근법에서 벗어나는 표현을 한 것일 수도 있다. 또는 거울 속 쉬종의 모습은 손님들의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고, 관람자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쉬종이 그녀의 본모습, 즉 속마음인 것을 마네는 공간을 모호하게 표현한 회화로 우리에게 제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림을 통해 한 사람의 양면적인 감정을 전면에 드러내고, 부도덕한 상황을 아름다운 배경에 녹여내 폭로하고자 했던 마네는 51세의 나이로 병사했다. 마지막 작품이 된 <폴리베르제르>는 그의 반재현적 실험의 절정을 보여주는 걸작이라 할 수 있겠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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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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