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살롱] 일상을 위한 거짓 가면, 거울과 반전시켜 드러내다

  • 문화
  • 백영주의 명화살롱

[명화살롱] 일상을 위한 거짓 가면, 거울과 반전시켜 드러내다

[백영주의 명화살롱] 마네_폴리 베르제르

  • 승인 2017-04-05 00:01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풀밭 위의 점심>, 마네, 1863
▲ <풀밭 위의 점심>, 마네, 1863


일할 때 항상 즐거울 수는 없다. 유난히 집중이 안 되고 축 쳐지는 날이 있는데, 그 때마다 <폴리 베르제르> 속 여종업원을 떠올리며 혼자 공감해 보곤 한다. 200여 년 전에도 반복되는 일상은 누구에게나 따분했겠구나 하고. 특히 다른 사람의 유흥을 위한 감정 노동,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이 무력감은 더욱 자주 나타나는 듯하다.

‘폴리 베르제르’는 파리의 대표적인 카페콩세르였다. 카페콩세르는 샹송 무대가 갖춰진 카페로 오늘의 음악다방과 비슷한 곳인데, 발레에서 서커스 공연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파리 최고의 사교장이었다. 은밀하게 매춘을 했던 여자 바텐더들은 이곳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마네는 <풀밭 위의 점심>처럼 도덕적이지 않은 상황을 당대의 아름다운 배경을 바탕으로 버젓이 고급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게 특기였다.

작품의 정가운데에 등장하는 여성은 폴리 베르제르에서 일하는 종업원으로, 쉬종(Suzon)이라는 이름의 실존인물이었다. 흥겨워 보이는 배경의 분위기와 달리 정작 그림 속 주인공은 지루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녀는 카운터에 서 있으면서도 혼자 다른 세상에 가 있는 듯 하다. 그녀는 술을 파는 바텐더보다는 오히려 술과 같이 매대에 오른 매물 같아 보인다. 이는 곧 매춘을 의미하며 뒤에 있는 거울의 신사를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표현기법을 살펴보면 마네는 거울에 비친 손님들까지 인물들은 빠르고 거친 붓터치로 그려내 현장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잘 전달하고 있다. 또한 탁자 위에는 와인과 맥주병들, 오렌지가 담긴 크리스탈 그릇, 꽃병에 꽂힌 꽃들이 놓여있다. 이들은 모두 섬세한 붓터치로 그려냈다. 아파서 현장에서 작업할 수 없었던 마네는 모형 바를 설치한 작업실에서 그림을 완성했다. 그래서 술병 등 전경 디테일은 매우 섬세하게 그려진 것이다.

▲ <폴리베르제르>, 마네, 1881~1882
▲ <폴리베르제르>, 마네, 1881~1882

한편, 그림 속 거울에 비친 이미지는 동시대 언론과 수많은 비평가들로부터 많은 논쟁을 촉발시켰다. 작품 속 거울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는 맞지 않는다. 중앙에 위치한 바텐더 쉬종 뒤의 거울은 정면의 넓은 홀과 손님들을 비추고 있다. 그러므로 거울에 반사된 이미지는 앞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바로 뒤에 나타나야 하고,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서 있어야 한다. 그러나 테이블에 놓인 술병들과 쉬종, 그리고 오른쪽에 나타나는 신사를 보면, 이는 어긋나 있다.

그녀는 오른쪽으로 치우쳐 비치고, 무기력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신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또한 신사는 그녀보다 거울에서 더 떨어져 있는데도 원근법에 맞지 않게 너무 크게 그려져 있다. 이는 활기 넘치고 사람들이 가득한 바 안의 이미지를 더 넓은 파노라마로 보여주기 위해 원근법에서 벗어나는 표현을 한 것일 수도 있다. 또는 거울 속 쉬종의 모습은 손님들의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고, 관람자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쉬종이 그녀의 본모습, 즉 속마음인 것을 마네는 공간을 모호하게 표현한 회화로 우리에게 제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림을 통해 한 사람의 양면적인 감정을 전면에 드러내고, 부도덕한 상황을 아름다운 배경에 녹여내 폭로하고자 했던 마네는 51세의 나이로 병사했다. 마지막 작품이 된 <폴리베르제르>는 그의 반재현적 실험의 절정을 보여주는 걸작이라 할 수 있겠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단만필] 서글프지 않은 이별을 배우기까지
  2. '민주 박수현·국힘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자 등록 완료
  3. 충남교육감 후보자 등록 첫날, 이병도·김영춘·이병학 등록 마쳐… 이명수 15일 등록으로 변경
  4.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명퇴·퇴직 희망 교사 절반 이상… 빛바랜 스승의날 '씁쓸한 교사들'
  5. 목원대 라이즈 사업단, 동아리로 학생 창업 역량 키운다
  1.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말도 안 되는 민원 안 받게…" "민원 안전장치 필요"
  2. 2022년 화재참사 현대아울렛 점장·소방업체 소장 실형 구형
  3. 대덕경찰, 오정중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상담
  4. 중국에서 돈 벌겠다 출국 후 보이스피싱 가담한 30대 징역형
  5. [스승의 날] '스승이 제자에게' 대전교사노조 범시민 교권회복 캠페인

헤드라인 뉴스


진영 바꾸고 공수 전환… 충청 광역단체장 `꿀잼 매치`

진영 바꾸고 공수 전환… 충청 광역단체장 '꿀잼 매치'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14일 시작된 가운데 여야 최대 승부처 충청권 시도지사 매치업 구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가 정권교체로 이른바 공수교대 뒤 재대결이 이뤄졌거나 정치가와 행정가의 승부, 보수와 진보 진영을 서로 바꿔 경쟁하는 경우까지 꿀잼 매치가 즐비하다. 대전시장 선거에서 맞붙는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와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는 4년 만의 리턴매치다. 흥미로운 점은 두 후보가 공수를 교대했다는 점이다. 2022년 제8회 지선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당시 여당이었던 이 후보가 연임을 노리던 허 후보에..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 16일 대전서 막오른다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 16일 대전서 막오른다

대전시댄스스포츠연맹은 16일 한밭체육관에서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대전댄스스포츠연맹이 주최·주관하고 대전시와 대전시체육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댄스스포츠를 비롯해 라인댄스, 힙합, 방송댄스, 코레오 등 다양한 장르의 댄스가 함께한다. 전국 각지에서 선수와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참가자들은 장르별 무대를 통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과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돼 눈길을 끈다. 대회 마지막 순서로 진행되는 라인댄스 무료 워크숍은 참가..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6·3 지방선거 공식 후보 등록 첫날인 14일, 충청권 광역단체장 4석이 걸린 금강벨트에서 여야 후보들이 일제히 등록을 마친 뒤 거세게 충돌했다. 각각 내란청산과 정권심판 프레임을 내 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들이 충청 지방 권력 쟁탈 혈전에 돌입하면서 헤게모니 싸움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4년 전 4개 시도지사를 모두 내주며 참패한 여당은 설욕을 위해, 당시 대승을 거둔 제1야당은 수성을 위한 건곤일척 혈투가 본격화된 것이다. 각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4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바쁘다 바빠’…선거운동 앞두고 유세차량 제작 분주 ‘바쁘다 바빠’…선거운동 앞두고 유세차량 제작 분주

  •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