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살롱] 하나의 색은 없다, 다양한 색이 함께 섞여 있을 뿐…

  • 문화
  • 백영주의 명화살롱

[명화살롱] 하나의 색은 없다, 다양한 색이 함께 섞여 있을 뿐…

[백영주의 명화살롱] 쇠라_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 승인 2017-04-26 16:11
  •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쇠라, 1884~1886
▲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쇠라, 1884~1886


[백영주의 명화살롱] 쇠라_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학창시절 미술수업 때 명화를 따라 그리는 시간이 있었다. 필자가 어떤 명화를 따라 그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친구 것은 아직도 기억에 또렷하다. 12색 사인펜만으로 친구가 몇날 며칠 콕콕 점을 찍어 가며 완성한 명화 모작은 바로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였다. 제목은 모르더라도 그림을 보여주면 ‘아~’, ‘어디서 한 번 봤는데?’라는 반응이 대부분 돌아올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림이기도 하다.

파리 근교의 그랑 자트 섬에서 여름 하루를 보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2년에 걸친 습작‧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되었다. 쇠라는 인상주의가 빛에만 지나치게 편중된 점에 불만을 느끼고 무수한 점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점묘화법을 도입해서 통일성을 유지, 인상주의의 색채원리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했다. 인상주의가 무시한 조형 질서를 다시 구축하려고 노력한 그의 흔적이 엿보인다. 이런 점에서도 이 작품은 오늘날 매우 의의 있는 작품으로서 평가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그랑 자트 섬은 센 강 주변에 있는 지역인데, 쇠라가 이 그림을 그릴 때만 해도 교외의 한적한 전원 지대였다. 쇠라는 당시 파리지앵들의 휴식처인 그랑 자트의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내고자 했고, 이를 위해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다양한 수정을 가했다. 커다한 화폭 안에 담긴 공원 풍경은 다양한 색채와 빛, 그리고 형태들이 작은 점으로 꼼꼼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그림은 당시 19세기를 주도한 과학적인 시각 이론과 색채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빛에 관한 과학적 이론은 사물을 단색으로 표현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었다. 사물은 다양한 색채의 대비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 쇠라의 생각이었다. 쇠라의 이런 믿음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서로 보색 관계인 색채의 점들을 수없이 찍어서 형태를 구성한다. 이런 형태는 관객의 시선에서 하나의 색채로 합쳐져 보인다. 쇠라는 세계를 드러내는 색채의 구성과 배합에 대해 고민했고, 그 색채의 원소들을 해체해서 재구성하면 자연의 법칙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 쇠라, 1883~1884
▲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 쇠라, 1883~1884

쇠라가 이러한 이론을 창작에 적용한 점묘법으로 완성한 최초의 대작은 1883~1884년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다. 쇠라는 1884년 이 그림을 살롱에 출품하였다가 낙선하였으나, 이후 앙데팡당 전시회에 출품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여름날의 열기에 취해 몽롱해진 느낌을 전해 준다. 화면에는 많은 인물들이 놀고 있는 풍경이 묘사되어 있지만 이들이 주는 인상은 매우 질서정연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로 이어졌다.

이 그림들이 보여주는 것은 쇠라의 주관이라기보다 세계에 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쇠라는 이런 기법을 통해 훨씬 더 확연하고 설득력 있는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점묘주의의 목표는 경험을 더욱 생생하게 재현하는 것이었다. 쇠라는 기법뿐만 아니라 최첨단 재료를 사용해서 실험성을 높였다. 그 예가 아연에서 노란색을 추출한 물감을 사용해서 풀밭 위에 떨어지는 태양빛을 강렬하게 표현한 것이다. 지금은 변색이 일어나서 갈색으로 바뀌었지만, 당시에 이런 재료의 사용은 깊은 인상을 줄만 했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1.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2. 더이상 세종시 '체육 인재' 유출 NO...특단의 대책은
  3.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4.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5. 세종시 교통신호제어 시스템 방치, 시민 안전 위협

헤드라인 뉴스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가운데 1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다시 한번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높다.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좀 더 진일보된 내용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대 정부 최초로 전 국민에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2주 차 부처 업무보고가 16일 시작된 가운데 18일에는 행정안전부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대전과 충남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추가 발언을 할지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하기 위해..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2026년 세종시 행복도시 신도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치며, 내년 청사진을 그려냈다. 이에 본지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각 생활권별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행정수도 진원지 'S생활권', 2026년 지각변동 오나 2. 신도시 건설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변화 요소는 3. 정부세종청사 품은 '1~2생활권', 내년 무엇이 달라지나 4. 자족성장의 거점 '3~4생활권', 2026년 던져진 숙제..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