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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공약 중에 '청와대' 문제가 있다. 작은 청와대, 소통하는 청와대, 그런 수준을 넘어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아예 옮기기겠다는 구상이다. 최순실 일가에 40년간 포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기력한 종말을 의식한 메시지였다. 다른 후보들도 저마다 대국민 소통 강화 방안을 내놓았었다.
연원을 캐고 들어가면 광화문 청와대 구상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맡던 참여정부 때도 거론됐고 그 이전,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서도 검토 단계에서 유야무야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 업무공간과 합치는 방안이 나왔다. 그러다 예산이 소요된다, 전통 한옥 구조를 해친다는 이유 등으로 무위에 그친 사례를 복기해볼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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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충식 논설실장 |
따지고 보면 이것은 청와대나 백악관이 합리적인 업무 수행 공간으로 적합하며 집무 형태가 시대정신과 부합하는지에 달린 사안이다. 대선 얼마 전에는 이런 말도 들었다. 풍수의 '지기쇠왕설'에 따라 쇠했던 청와대 땅 기운이 성해져 청와대 본관 준공 30년째인 2021년 온전히 정화된다는 예언이었다. 액면 그대로 믿더라도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2022년 5월 9일까지인데 실익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청와대를 둘러본 풍수학자 최창조 교수는 2007년엔가 이런 말을 했다. “왜 여기만 들어오면 독선적이 되는지 짐작이 되더군요. 북악산은 등잔처럼 조그마한 산인데 청와대서 보면 웅장하고 아름다워요.” 청와대에 있으면 세상이 무탈하게 느껴진다며 옮기자는 주장이었다. 이것도 흉당, 명당이 아닌 대통령의 눈높이를 중시한 환경심리학적인 견해다. 대통령이 아침잠에서 깼을 때 창밖에 지나는 국민 누군가가 보인다면 선진 민주국가일 가능성이 크다.
이 대목에서는 그 상징성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워싱턴의 백악관과 런던의 다우닝가가 국민 눈높이인지는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접근의 폐쇄성이 보완된다면 광화문으로 집무실과 비서실을 옮기고 청와대는 숙소나 의전용으로 쓰려는 고민은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설까지 솔솔 피어오른 마당에 조금만 더 유예해도 좋을 것 같다. 행정수도나 도청 이전도 양기풍수에 해당하지만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급하기로 치자면 국정 공백 152일 만에 새 주인을 맞은 청와대의 물리적·심리적 공간 개조가 더 선행된다. 퇴근길 남대문시장에서 시민과 소주잔을 기울이겠다는 마음만은 높이 산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마트에서 장보는 모습처럼 연출이 아니라면 이상적인 모습일 테지만 경호와 예산, 교통통제 등 불편을 5년 내내 감수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청사의 입주공간을 개조하면 내년 초에나 출근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십상시 같은 비선실세와 신하가 입궐하듯 보고하는 조선왕조식 시스템 개조가 사실은 가장 급하다.
진짜 본질은 대통령과 비서진, 국민과 대통령 간 소통이다. 청와대 담벼락의 두께에 있지 않다. 낙선한 안철수, 심상정 후보의 비서동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제안이 그런 점에서는 솔깃하다. 구중궁궐 공간보다 사람이 더 문제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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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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