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칼럼]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인가 광화문인가

  • 오피니언
  • 최충식 칼럼

[최충식 칼럼]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인가 광화문인가

  • 승인 2017-05-10 11:10
  • 신문게재 2017-05-11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 공약 중에 '청와대' 문제가 있다. 작은 청와대, 소통하는 청와대, 그런 수준을 넘어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아예 옮기기겠다는 구상이다. 최순실 일가에 40년간 포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기력한 종말을 의식한 메시지였다. 다른 후보들도 저마다 대국민 소통 강화 방안을 내놓았었다.

연원을 캐고 들어가면 광화문 청와대 구상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맡던 참여정부 때도 거론됐고 그 이전,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서도 검토 단계에서 유야무야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 업무공간과 합치는 방안이 나왔다. 그러다 예산이 소요된다, 전통 한옥 구조를 해친다는 이유 등으로 무위에 그친 사례를 복기해볼 필요는 있다.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여기서 청와대가 흉당인지 왕기 서린 명당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터가 나빠 대통령 말로가 불행하다는 일설에도 공감하지 않는다. 그렇게 풍수적으로 보면 국회도 말이 많다. 시민회관 별관에서 옮겨 물길이 정면으로 치받으니 바람 잘 날 없다는데 이는 국회의원 자질 탓이지 넉넉한 돔채를 지붕에 덧씌워 땜질할 일은 아니다. 희한하게 미국에서도 그러고 있다. 지기(地氣)를 갖춘 트럼프 대통령과 천기(天氣) 충만한 백악관과 궁합이 안 맞는다며 트럼프 재임 중 탄핵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청와대나 백악관이 합리적인 업무 수행 공간으로 적합하며 집무 형태가 시대정신과 부합하는지에 달린 사안이다. 대선 얼마 전에는 이런 말도 들었다. 풍수의 '지기쇠왕설'에 따라 쇠했던 청와대 땅 기운이 성해져 청와대 본관 준공 30년째인 2021년 온전히 정화된다는 예언이었다. 액면 그대로 믿더라도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2022년 5월 9일까지인데 실익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청와대를 둘러본 풍수학자 최창조 교수는 2007년엔가 이런 말을 했다. “왜 여기만 들어오면 독선적이 되는지 짐작이 되더군요. 북악산은 등잔처럼 조그마한 산인데 청와대서 보면 웅장하고 아름다워요.” 청와대에 있으면 세상이 무탈하게 느껴진다며 옮기자는 주장이었다. 이것도 흉당, 명당이 아닌 대통령의 눈높이를 중시한 환경심리학적인 견해다. 대통령이 아침잠에서 깼을 때 창밖에 지나는 국민 누군가가 보인다면 선진 민주국가일 가능성이 크다.

이 대목에서는 그 상징성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워싱턴의 백악관과 런던의 다우닝가가 국민 눈높이인지는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접근의 폐쇄성이 보완된다면 광화문으로 집무실과 비서실을 옮기고 청와대는 숙소나 의전용으로 쓰려는 고민은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설까지 솔솔 피어오른 마당에 조금만 더 유예해도 좋을 것 같다. 행정수도나 도청 이전도 양기풍수에 해당하지만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급하기로 치자면 국정 공백 152일 만에 새 주인을 맞은 청와대의 물리적·심리적 공간 개조가 더 선행된다. 퇴근길 남대문시장에서 시민과 소주잔을 기울이겠다는 마음만은 높이 산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마트에서 장보는 모습처럼 연출이 아니라면 이상적인 모습일 테지만 경호와 예산, 교통통제 등 불편을 5년 내내 감수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청사의 입주공간을 개조하면 내년 초에나 출근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십상시 같은 비선실세와 신하가 입궐하듯 보고하는 조선왕조식 시스템 개조가 사실은 가장 급하다.

진짜 본질은 대통령과 비서진, 국민과 대통령 간 소통이다. 청와대 담벼락의 두께에 있지 않다. 낙선한 안철수, 심상정 후보의 비서동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제안이 그런 점에서는 솔깃하다. 구중궁궐 공간보다 사람이 더 문제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갈마지구 노후주거지정비계획 고시… 사업 추진 구체화
  2. 서산시 신청사 건립 속도, 해체 부지에 100대 규모 임시 주차장 조성
  3. [대전 체육의 내일을 묻다] 오주영 “대전 체육의 미래 100년, 새로운 성장 기반 만들겠다”
  4. 대전역세권 개발 줄줄이 난항…쪽방촌 사업 준공도 2033년으로 지연
  5. 49년 된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청사 새로 짓는다…395억원 투입
  1. 따뜻한 지역사회의 힘으로 맺은 ‘백년가약식’
  2. "받아줄 병원 없다"… 대전서 출산 임박 산모 구급차 출산·부산 원정 이송
  3. 아산시, '청년들이 만드는 아산페스티벌' 성료
  4.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충남도, ‘맞춤형’ 전략 총력전
  5. [충남·대전 통합, 방향을 묻다] [르포] 옛 시청 남긴 가오슝… 통합청사보다 중요한 것은

헤드라인 뉴스


맞고 물려도 대책 없는 특수교사… 교권 보호 `사각지대`

맞고 물려도 대책 없는 특수교사… 교권 보호 '사각지대'

특수교육 대상 유아를 담당하는 세종시 공립유치원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가운데, 교사 폭행 등 교육활동 침해에 대응할 법적·제도적 장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수교사 A 씨가 교권 침해를 인정받고도 원아와 분리되지 못한 채 교육활동을 이어가다 방임 혐의로 고소되면서다. 이에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 교사들의 안전과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장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세종시교육청은 지역 공립유치원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사건과 관련, "교원들이 교육활동 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

고속철도 통합 60일…이용객 12.6% 늘고 교통비 515억 절감
고속철도 통합 60일…이용객 12.6% 늘고 교통비 515억 절감

고속철도 통합 이후 열차 운행과 좌석 공급이 확대되면서 이용객이 전년 대비 1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임 할인과 마일리지 등을 통한 교통비 부담 완화 효과도 5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5일 고속철도 통합 60일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의 운영 성과와 향후 서비스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고속철도 일평균 이용객은 32만 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만 6000명(12.6%) 증가했다. 월별 증가율도 9월 11.9%에서 10..

`2100세대 공급` 세종 합강동, 유·초·중 신설 심사 끝…고교는 내년 중투심
'2100세대 공급' 세종 합강동, 유·초·중 신설 심사 끝…고교는 내년 중투심

올 연말 2100세대 공동주택 공급이 예고된 세종 합강동(5-1생활권)의 초·중학교 설립 심사가 모두 완료됐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각각 2곳, 중학교 한 곳의 설립이 확정됐으며, 내년에는 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절차도 밟아나갈 계획이다. 5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기4차 중앙투자심사에서 5-1생활권(합강동) '가칭' 합강2초등학교 설립 심사를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중투심을 넘어서면서 합강동에 계획된 유·초·중등 설립이 모두 확정됐다. 합강2초의 총 사업비는 481억 원 규모다. 초5-7 부지에 50학급(특수2 포함) 120..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 울긋불긋 물든 도심 울긋불긋 물든 도심

  •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 윤석열 전 대통령 항소심에 쏠린 눈 윤석열 전 대통령 항소심에 쏠린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