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칼럼]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깡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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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칼럼]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깡패

  • 승인 2017-06-14 11:18
  • 신문게재 2017-06-15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유행하는 말로 지지율이 깡패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6월 정기 조사에서 국정 지지도는 89.4%로 치솟았다. 대통령의 인기(人氣)도 잘만 다루면 천기(天氣)나 지기(地氣) 이상으로 쓸 만한 기운이다. 불행히도 우린 아직 그런 대통령을 만나보지 못했다.

고공행진을 하던 인기는 모두 추락했다. 오늘은 신의 섭리로 탄생한 인물처럼 추앙받다가 내일은 무너져 내린 신상처럼 저주를 받는(오도넬), 딱 그 정도였다. 최대 표차 당선과 근거 없는 '자뻑'에 젖어 일찍 망한 인물이 있다. 취임 석 달쯤 21%라는 인기 밑바닥을 구경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마치 오류관리론과 닮았다. 남성은 여성의 친절함을 성적 흥미로 해석한다는 이론이다. 유전학적으로 유전자를 퍼뜨릴 확률을 높이고 말고를 떠나 갖는 성향인데, 남성 80% 안팎이 그렇게 멋대로다.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대통령에게 집권 초반은 원리상 그 비슷한 오류에 빠지기 쉬운 시간들이다. 깊이 빠져들수록 최고점과 최저점의 틈은 크게 벌려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출현 이전만 해도 최고 지지율을 보유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이전까지는 최저 지지율도 보유했다. 자아도취와 자기확신, 불통과 아집은 지지율을 갉아먹는다. 여기서 거꾸로 배워야 한다. 대선 후보 지지율 다 까먹고 '생계형 갑질'에 나선 야당들이 자다가 책상 긁는 소리를 한다 해도 소통하고 공감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다. 대선 득표율 41.1%의 더블스코어를 넘어선 문 대통령 지지율이 수갑 찬 직전 대통령의 반사효과이건 국민희망지수이건 변수도 많고 아찔한 불안 요인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언젠가 신문 칼럼에서 미리 적시했었다. “협력의 장기적 이익은 더욱 불확실해지고, 배신의 단기적 유혹은 더욱 커졌다. 조기 대선으로 출범할 '준비 안 된 대통령' 역시 실패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이제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이 '강행'돼 “성공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한 공정거래위원장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고 정국은 두껍게 얼어붙고 있다.

지지율이 독주와 독선의 허가증은 당연히 아니다. 지각, 착각, 망각은 집권 초기와 말기의 틈새를 더욱 벌려놓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83% 지지율이 취임 5년차 분기마다 각각 14%-7%-8%-6%로 바닥을 치고 71% 지지율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24%로 미끄러져 임기 마감한 것도 이 같은 사례다. 최초의 과반 득표를 자랑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직전에 4%까지 떨어졌다. 우리가 온몸으로 겪은 그대로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는 정치불신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보다 많은 표차로 당선되고 지지율로는 순풍에 돛 단 듯 순항하는 문재인 정부가 인사청문회 덫에 걸려들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조차 온전히 주재하지 못할 지경이다. 취임 후 첫 100일(First Hundred Days)이 국정에서 중요한데 준비 안 된 야당은 허니문을 일찍 끝내버렸다. 문 대통령이 더더욱 믿는 구석은 최강의 정치적 명분인 국민 여론이다. 열렬한 지지율은 오리배 타고 태평양을 건넌다 해도 곧 믿을 분위기다. 하지만 아무리 슈퍼 울트라 인기라도 '위험한 자신감'을 장착하면 끝은 늘 허망하다.

취임 4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국민 84%가 문 대통령을 긍정 평가하고 있다. 60%에서 출발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27%에서 퇴임했다. 그래도 87년 체제 성립 이후부터 레임덕 마지노선인 25%를 유일하게 넘겼다. 문 대통령의 높은 인기를, 정의가 지지율 밑에 깔리는 '지지율 깡패'처럼 써먹어선 안 된다. 5년 뒤 환멸의 부메랑이 되지 않으려면 원작(노무현)보다 나은 속편(문재인)이 나와야 한다. 최고와 최저 지지도 간 편차가 적은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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