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칼럼] 안철수 '국민 속으로' 들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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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칼럼] 안철수 '국민 속으로' 들어갔나

  • 승인 2017-08-09 11:26
  • 신문게재 2017-08-10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당권 도전 선언하는 안철수 전 대표. [연합뉴스 제공]
▲ 당권 도전 선언하는 안철수 전 대표. [연합뉴스 제공]

국민의당 대표 후보 등록일이 10일과 11일이다. 요 며칠, 안철수 전 대표(이하 직함 생략)의 출마로 이 당이 소란스럽다. 도떼기(도매) 시장의 시게전(곡식), 진전(어물), 마른전(건어물), 드팀전(옷감), 잡살전(씨앗) 어느 가게 구석이 이리도 시끄러웠을까. 북적거리는 낱떼기(소매) 시장이 이렇듯 자기 이익만 추구했을까. '내부에서 저희끼리' 일으키는 내홍(內訌)의 피해는 '저희끼리'에만 미치지 않는다.

유능한 정치인이 그래서 필요하다. 정치인으로서의 탤런트(재능)는 하느님이 안철수에게 안 줬다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집(당)에 불이 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면서 당에 불을 지른 데서 미숙한 정치 감각이 엿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안철수를 정치적으로 “꺼진 불”로 보는 시각이 있다. 모호한 정체성 때문에 손해를 볼 만큼 보고도 극중주의라는 이상야릇한 노선을 들고 나온 것도 그렇다. 극단적 중립(extreme centralism)은 극우나 극좌보다 나쁜 기회주의의 다른 얼굴이 되기 쉽다. 극중(極中) 그 자체가 극단이다.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그리고 안철수는 양극단의 중간을 자처할 자격을 잃었다. 딴전을 피우는 '레드 헤링(red herring)' 같기도 하다. 사냥꾼은 붉게 훈제된 청어를 여우 사냥개 훈련에 썼지만 동물애호가들은 그 강한 냄새로 사냥개를 헷갈리게 하는 경우다. 사냥개에게 그랬듯 주의를 딴 데로 돌려 대선 면죄부(면별부)를 얻으려는 주의 전환의 오류에 국민은 쉽게 속지 않는다. 보수도 진보도 아니면서 양 진영 표를 얻으려는 거짓신호를 귀 밝고(총) 눈 밝은(명) 국민이 먼저 알아차린다.

총명한 국민은 정치의 가면을 쓴 탈정치 행위까지 눈치채기 시작했다. 기성정치 염증에 둥지를 틀고 신화적 스펙 위에 알을 낳은 안철수 현상의 본모습도 알았다. 기성정치가 불건강하다는 기본 전제는 사라졌다. 700만표를 얻은 3등의 대선 패장이 대역죄인은 아니지만 조급했다. 비교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지고 741일이 지나서야 당권에 도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4대 대선에서 낙선하고 942일간 영국 외유를 거쳐 신당을 창당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15대 때 246일간 현실정치와 거리를 뒀다. 홍준표는 패배 41일이 지나 자유한국당 당권에 도전했고 성공했다.

안철수는 대선 패배 며칠 후에 “(차기에) 50% 넘게 당선된다”고 호언장담했다. 당권 도전 선언은 86일 만이다. 제보 조작 사건의 한가운데서 모든 걸 내려놓겠다던 “반성과 자숙의 시간”은 신문 잉크가 마르기 전에 셀프 마감했다. 2012년과 2017년 대선판에서 한때 광풍이었던 신드롬이 바닥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신기루 같은 인기를 부여잡고 새 정치의 성찰이 빠진 것이 역시 안철수 정치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당 대표 출마에도 그 같은 논점 이탈의 성격이 있다. 모양도 우습다. 8·27 전당대회는 안철수 대선 패배 책임을 진 박지원의 후임을 뽑는 선거인데 안철수가 출마했다. 당내 입지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더해 같은 듯 다른 홍준표 벤치마킹으로 존재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인정 투쟁'이 이해되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안철수 '개인의 선택'은 공공선택이론으로 보면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모습이다. '안철수는 정치가 아니다' 라는 충격어법, 변칙사회가 낳은 원칙의 아이콘 등의 수사법을 감싼 포장지는 이제 낡아버렸다.

그 낡은 포장지 속 진부한 욕망이 뜯기어 안철수 자신에게로 향한다. 당권 경쟁에 뛰어들며 “안중근의 심정으로 나라를 구하겠다”고 했는데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던 안중근의 흉중을 알기나 알까. 정말 '봄날 개나리 앞에서 사진 한 방 찍은 기분'을 아련하게 맛보게 해줄 수는 없었나. 친박, 친문을 헐뜯더니 어느새 친안과 반안·비안 구도에 선 안철수는 국민 속이 아닌 과거 속으로 투신하고 말았다. 출마 번복과 상관없이 국민의당에도, 국민에게도 점점 부담스러운 짐이 되고 있어 걱정이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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