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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연휴를 맞아 2016년 9월15일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열린 '얼씨구나 한가위' 추석공연 2부 달맞이와 달놀이에서 국립부산무용단원들이 강강술래를 선보이고 있다./출처=부산일보 |
10월에는 기념일이 많다. 국군의 날, 노인의 날, 개천절, 추석, 세계 한인의 날, 재향군인의 날, 한글날, 임산부의 날, 체육의 날, 문화의 날, 경찰의 날, 국제 연합일, 교정의 날, 지방자치의 날, 저축의 날. 이 많은 날들마다 각각 의미가 있고 중요하지만 추석이 으뜸으로 대우받으며 한가위라고도 하고 중추절이라고도 하는 우리 민족 최대명절이다.
추석은 음력으로 8월 15일이며 이때는 농사를 주로 하던 우리 조상들이 봄, 여름 동안 열심히 잘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잘 익어 수확 을 거두는 계절이 되었고, 일 년 중에서도 가장 달이 밝고 큰 날이라 하늘과 조상에 감사하며 제를 올리는 날이었다.
추석에는 날씨가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으며 날씨도 맑을 때가 많고, 들에는 곡식과 과일들도 잘 익어 풍요로우니 즐겁고 마음도 여유롭게 된다.
추석을 명절로 삼은 것은 삼국시대 초기부터이니 "삼국사기(三國史記)"에 기록을 보면 신라의 제3대 유리왕 때에 성안의 여자들을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7월15일부터 8월 15일 추석날까지 한 달 동안 삼베를 짜서 추석날에 심사를 해서 진 편이 이긴 편에 한턱내고,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고 한다.
추석이 되면 낮에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 좋은 계절이지만 아침저녁에는 날씨가 쌀쌀하여 질 때라 여름옷에서 가을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므로 추석에 가을 옷으로 새로 갈아입는 옷을 일러 "추석 빔"이라고 하였으며, 머슴을 두고 농사를 짓는 집에서도 추석 때는 머슴들에게 추석빔으로 옷을 한 벌씩 해주었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땀 흘려 정성을 다해 잘 가꾸어 가을에 농사가 잘 되어 풍년이 들면 햇곡식을 수확하여 하늘과 조상에 감사하며 천신(薦新)을 올리는데 추석 차례를 겸하였다.
추석이 되기 며칠 전부터 햅쌀로 정성 드려 술을 빚고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며 햅쌀로 밥을 짓고 잘 익은 대추며 밤이며, 배와 사과를 정성껏 올리고 차례를 지내 조상님들께 감사의 예를 올렸다. 설날에는 흰 떡국을 올리는데 추석에는 떡국은 올리지 않는다.
차례가 끝나면 차례 상에 올렸던 음식을 가족이 먹는 것을 음복(飮福)이라 하며 음복이라는 말은 제례 뒤에 마시는 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제례를 올린 여러 가지 음식을 가족들이 먹는 것을 의미한다.
추석날 아침식사를 마치면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고 풀을 베는 낫을 잘 갈아가지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성묘를 하는데 갈아가지고 간 낫으로 산소에 여름동안 무성하게 자라난 풀을 정성 드려 깨끗하게 깎는다. 무성하게 자란 풀이 가을에 마르고 산불이라도 나면 조상의 산소가 불타버리기 쉽기 때문에 미리 풀을 깨끗이 베어 주는데 이것을 벌초(伐草)라 한다.
어쩌다 추석이 지나도 벌초를 하지 않은 무덤을 보면 그 무덤은 자손이 하나도 없거나 임자가 없는 무덤으로 취급된다. 혹 자손이 있어도 자기 조상도 돌보지 않는 아주 불효막심한 것으로 세인의 비웃음꺼리가 된다.
그러므로 멀리 타지에 나가있던 자손들도 추석(秋夕)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와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산소를 찾아 성묘하고 벌초를 해야 함으로 때문에 국가에서도 공휴일로 지정하고 민족 대 이동이 이루어져 교통이 혼잡하게 된다.
이처럼 추석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직장에서도 쉬게 하여 고향에 돌아가는 것은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벌초를 하 기 위해서인데 뉴스를 보면 올해 추석연휴에 80%가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니 추석을 공휴일로 제정한 본래의 뜻이 실종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해외여행을 떠나도 조상의 산소를 찾아 벌초도하고 성묘도 하고 떠나겠지만 말이다.
추석 무렵은 좋은 계절이고 풍요로운 때이며 마음이 즐거우니 여러 가지 놀이를 하게 되는데 농악 놀이를 하며 노래와 춤이 어울리게 된다. 농군들이 모여 농악을 울리며 농사가 잘된 집이나 부잣집을 찾아가면 술과 음식을 푸짐하게 내와 일행을 대접하여 이집, 저 집 몇 집을 돌면서 마당에다 술상을 차리고, 풍물을 치고 춤을 추면서 즐겁게 화합을 다지고 놀며 흥겨워지면 소 놀이, 거북놀이도 많이 하는데 소 놀이는 두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멍석을 둘러쓰고 앞사람은 방망이 두 개를 앞이마에 대어 소뿔을 대신하며 뒷사람은 새끼줄을 엉덩이 아래로 늘어뜨려 소꼬리를 대신한다.
농악대의 풍물소리에 따라 소도 덩실 덩실 춤을 추며 함께 웃고 즐겁게 추석을 보내고 마을에서 일을 가장 잘한 상머슴을 뽑아 소등에 태우고 마을을 돌기도 한다. 거북이 놀이도 두 사람이 둥근 멍석을 쓰고 앉아서 앞사람은 바가지로 거북이 머리를, 뒷사람은 새끼줄로 거북이 꼬리를 흉내 내고 느리게 앉은걸음으로 엉금엉금 기어 다니면서 멀고 먼 바다에서 왔더니 목이 마른다 하면 주인이 술과 음식상을 푸짐하게 차려 내온다.
이때 부잣집에서 많이 차려내온 음식을 싸서 추석 음식을 마련하지 못한 가난한 집에 나누어주기도 하여 협동과 공생의 의식도 함께 했는데 충청도 경기도 황해도에 많이 전승되었다.
다른 지방에서는 온 마을사람들이 모여서 줄다리기도 하였으며 한 마을에서 편을 갈라 하기 도 하고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하거나 몇 마을씩 합쳐서 하는 경우도 있고 남자와 여자로 편을 나누기도하며 이기면 농사가 풍년든다고 생각했고 줄다리기의 인원 숫자나 줄의 크기는 정해져 있지 않으며 그때, 그때의 사정에 따르는데 지금도 기지 줄다리기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모래밭이나 잔디밭에 모여서 씨름시합을 벌렸는데 어린이들은 애기 씨름을 하고, 어른은 어른씨름을 하며 힘과 슬기를 서로 겨루어 마지막에 이긴 사람은 "장사"라 불러주고 소등에 태워서 마을을 한 바퀴 도는데 현대에도 추석이면 장사 씨름대회가 전승되고 있다. 상품으로 광목(옷감)을 주기도 하고, 쌀 한가마 가 보통이며 작은 송아지 한 마리를 상품으로 내걸기도 했는데 요즘은 황소모형의 장사 배(盃)와 상금으로 대신한다.
궁사(弓士)들이 모여 활쏘기도 하며 추석명절을 즐겁게 보내다가 하루해가 저물고 달이 떠오를 무렵이면 추석빔으로 곱게 차려입은 부녀자들이 잔디밭이나 넓은 마당에 모여 손과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노래를 부르고 뛰고 춤추는데 처음에는 진양조로 느리게 부르다가 차츰 빨라져서 나중에는 마구 뛰게 되고 노래 장단에 따라 춤동작도 변화되는 "강강술래"로 우리 민족의 최대 고유명절 추석은 조상에 감사하며 평화와 협동과 이웃사랑으로 승화했다.
원종문 명인철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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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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