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지방직 공무원과 지역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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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지방직 공무원과 지역 인식

  • 승인 2017-10-10 14:54
  • 수정 2017-10-10 15:23
  • 신문게재 2017-10-11 23면
  • 강병수 충남대 교수강병수 충남대 교수
강병수 충남대 교수
▲ 강병수 충남대 교수 (대전학연구회장)


특정지역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면 3년 거주라는 조건만 충족시키면 된다고 한다. 이에 학원들이 독려에 나서고 일부 응시자들은 지방으로 위장 전입까지 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무원 정원을 대폭 늘린다고는 하나 여전히 지방의 일반 행정직 공무원의 경쟁률은 높다. 공무원에 대한 수요는 많고 자리는 적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경쟁률이 높아 오직 합격을 위해 경쟁률이 낮은 특정지역을 선택해서 합격한다면 특정지역이 원하는 공무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마음은 다른 곳에 있는데 몸만 와 있다면 "주민들을 위한 행정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무릇 인간에게는 행동 이전에 인식(perception)이 있다. 서울에 가면 좋겠다는 공간인식에 의해 서울로 향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인식은 중요하다. 인식이 공간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지역의식으로 나타나 경상도와 전라도, 함경도와 평안도를 가르고, 정치적으로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를 구별 짓는다. 그러나 인식으로 인해 초래되는 지역의식을 나쁘게만 봐서는 안 된다.



지역의식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다른 지역을 낮게 보는 지역적 배타주의와 이기주의, 또 다른 하나는 장학금을 희사하는 것과 같이 지역발전을 위한 지역애향주의이다.

문제는 지역적 배타주의이다. 서울에 살다가 공무원 시험 합격을 위해 특정 지역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공무원으로 부임하면 인식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관계로 마음은 서울을 바라보고 패배의식에 젖은 몸은 지방에 있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지역에 대한 애정과 봉사의식보다는 자기도 모르게 패배의식이나 배타의식에 매몰되어 주민에 대한 봉사와 보람은 실종되고 주민이 원하는 공무원이 되기는 참으로 힘들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무원과 회사원은 다르다. 회사원은 회사의 생존과 극대이윤을 목적으로 효과성과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 그 다음에 사회적 책임성을 생각한다. 왜냐하면 부도난 회사는 더 이상 회사원을 지켜 줄 수 없기 때문에 생존을 최우선시 한다. 그러나 공무원은 다르다. 국가가 존립한다는 대 전제하에서 주민들이 편리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민주성과 형평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이것이 확보되었을 때 효과성이나 효율성과 같은 다른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지방직 공무원은 특정지역에 자부심과 애향심을 가지고 지역 주민 다수를 위해 봉사하며 지역발전을 본인의 역할과 보람으로 여기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주민등록을 3년 옮기는 것은 지방직 공무원의 응시조건이나 제한으로는 부족하며, 3년 거주라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본인이 지역을 먼저 알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 응시 전에 특정지역을 알게 되면 그 지역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에 관심을 가진 공무원을 선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응시자가 지역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역에 대한 특정 강좌 이수나 일정 점수에 도달하면 통과할 수 있는 이수 또는 미이수 방법(pass or fail method) 등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강병수 충남대 교수 (대전학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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