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전통 '영평' 추락 위기…'반쪽' 심사된 영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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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전통 '영평' 추락 위기…'반쪽' 심사된 영평상

  • 승인 2017-11-0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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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평론가협회 김병재 회장. (사진=한국영화평론가협회 제공)
제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제37회 영평상)이 내홍 끝에 열리게 됐지만 아직 갈등이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다. 영평상 개최 문제와 김병재 회장의 사퇴 과정에서 입은 내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영평상 이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이하 영평) 조직이 무사히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960년 7명의 회원으로 시작된 한국영화평론가협회는 지금까지 국내 영화평론계를 대표하는 최대 조직이다. 1978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을 제정해 1980년 영평상 1회를 개최하고, 지금까지 이어왔다.

문제는 지난 3월 김병재 회장을 두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대필 기고 논란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삭감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영진위가 영화제 예산 삭감이 정당하다는 내용의 원고를 김 회장에게 보냈고 김 회장은 이를 한 일간지 칼럼에 자신의 이름으로 기고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논란으로 회원들의 신임을 잃기 시작했지만 자진 사퇴하지 않고 최근까지 회장직을 유지했다. 이번 영평상을 앞두고 열린 임시총회에서는 참석한 23명의 회원 중 18명이 그를 재신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영평 회원들은 스스로 김 회장을 재신임하기로 한 것일까.

김병재 회장의 사퇴를 강력히 주장했던 A 평론가는 "나까지 포함해 뜻을 함께 한 21명의 평론가들은 아예 총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불참을 선언했다. 총회를 통해 재신임을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고, 재신임이 된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총회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김병재 회장이 영진위를 통해 그런 오류를 범한 것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김 회장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던 회원들이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영평의 현재 회원수는 76명이지만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평론가는 평균 30명, 많을 때는 40명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실질적으로 활동을 하는 회원의 과반수 정도가 김 전 회장의 사퇴를 강력히 주장했던 셈이다. 총회는 원래대로라면 영평상 개최 이후에 열려야 했다. 그러나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김 회장이 집행부, 원로 회원들을 주로 모아 총회 일시를 앞당겼다고 한다. 총 23명의 참석 회원들 중 18명이 재신임에 찬성을 했고, 그 이유는 영평상 시상식 문제 때문이었다고.

A 평론가는 "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영평상 시상식을 치를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우리는 올해 영평상 수상작 선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미 절반의 회원이 불참한 상태에서 이뤄진 심사이기 때문에 지난해처럼 전체 회원의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수상작 선정은 모두 총회에 참석했던 23명의 회원들이 했고, 관례적으로 심사한 이들이 시상을 하기 때문에 그들이 시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A 평론가와 뜻을 함께 한 B 평론가는 "어차피 재신임을 하고자하는 이들이 모인 자리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김병재 회장을 재신임하는 것은 그가 물의를 일으킨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거다. 혹은 사퇴까지 갈 정도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거다. 이 뜻을 스스로 천명한 것인데 영평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 자체를 잃어버렸다.

만약 영평상 때문에 그랬다면 영평은 애초에 시상식 외에는 하는 게 없는 조직이 되어버린 거다"라고 비판했다.

이상하게도 김병재 회장은 재신임이 되자마자 사퇴를 결정했다. 영평상 보이콧 관련 성명서를 준비하던 회원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A 평론가는 "결국 불신을 받아서 사퇴하는 게 아니라 총회는 나를 지지해줬지만 영평상의 순탄한 진행을 위해 사퇴하겠다는, 보기 좋은 모양새로 합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금 보이콧할 명분이 사라졌으니 개인 결정에 따라 참석하기로 결정은 내린 상태"라고 밝혔다.

이런 과정 속에서 영평 회원들이 입은 내상은 상당한 상태다. 평론가들은 협회를 대표하는 김 회장의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영진위 대필 기고 논란을 묵과하고, 총회에 23명이 참석해 18명이 재신임에 찬성했다는 사실에 느낀 충격과 실망감을 고백했다.

A 평론가는 "해당 사건을 영평이 너무 대수롭지 않게 여겨 충격을 받은 회원 중에서는 차라리 부산영화평론가협회에 가입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이번 기회에 아예 뜻을 모아서 탈퇴를 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나를 포함해 다들 고민이 크다"라고 말했다.

현재 영평에서 탈회한 B 평론가는 "과연 영평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영화평론가 조직이 나오느냐가 문제인데 부산에도 영화평론가협회가 있다. 그곳으로 갈 계획이

있다"며 "부산영화평론가협회라고 해서 부산에서만 활동할 이유는 없다. 일단 들어가면 전국활동을 하거나 세계적인 활동까지도 변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강력히 김 회장의 사퇴를 주장했던 A 평론가를 두고 협회 제명 논의가 오가거나 갑자기 원로 평론가에게 '막말'을 듣기도 했다.

A 평론가는 "한 원로 평론가가 내게 왜 회원들을 선동해서 영평상을 망치냐고 하더라. 협회를 깨지게 할 일이 있느냐면서 선동하지 말라고. 우리는 이번 영평상을 주는 인물이 김병재 회장이면 그거야말로 망신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어떤 것이 영평을 위한 길인지 회의감이 크게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아마 이번 영평상이 고비가 될 것 같다. 이후에 다시 총회가 열리는데 거기에서 책임 및 수습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봐야 되겠다. 잘못한 사람은 김병재 회장인데 집행부에서는 문제 제기한 나를 제명하겠다는 논의까지 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평 측 입장은 이와 달랐다. 회원 개개인의 문제 제기는 존중하지만 전체 회원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임시총회는 필수불가결한 절차였다는 이야기다.

영평 측 관계자는 "사실 집행부 회의 때도 사퇴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안이 중요하니 전체 회원 의견을 들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영평상 위상이나 권위를 위해 김병재 회장의 거취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총회를 앞당긴 것"이라며 "재신임하기 위해 그런 총회를 연 것이 아니라 신임 여부를 따지기 위해 열었다"고 밝혔다.

이어 "세대가 다른 평론가들이 모인 집단이다보니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아마 제명이야기도 집행부에 속한 개인 회원의 말이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집행부에서 공식적으로 해당 회원에 대한 제명을 논의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주최하는 제37회 영평상은 오늘(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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