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문화칼럼]의원님들! 그런데 왜 반말이세요?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최충식 문화칼럼]의원님들! 그런데 왜 반말이세요?

  • 승인 2018-01-31 13:38
  • 신문게재 2018-02-01 21면
  • 최충식 기자최충식 기자
490365464
최충식
최충식 논설실장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과 전종한 천안시의회 의장이 모욕성 막말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공무원들은 '의장님, 공무원들에게 한 막말 비하 발언 진심으로 사과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앞세우고 1인시위를 했다. 천안시청 노조는 "사과받을 가치조차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성명을 냈다.

비슷한 사태를 김해시청사 외벽에서도 봤다. 얼마 전까지 청사에는 '시의원님! 반말 그만하세요'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의원이 공무원에게 혀 짧은 질문과 하대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해시의장이 전국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장에게 사과하고 항의 현수막을 걷어내면서 지금은 일단락됐다.



하동 쪽도 심상찮다. 하동참여자치연대가 사천·남해·하동이 지역구인 여상규 의원의 "웃기고 앉아 있네"를 문제 삼아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 의원 판사 시절 1심을 맡았던 간첩단 조작사건에 대한 답이었는데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시청한 국민이 도매금으로 반말을 들은 셈이 됐다. "문 대통령 보니까 '지' 앉아가지고 기자들 물으면, 답변이 실시간으로 프롬프터로 올라오더라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반말과 존댓말 경계를 넘나드는 반존말 정치인 명단에서 빼면 서운할 것 같다.

같은 반말도 그때그때 느낌이 다르다. 주인과 머슴 관계처럼 수직적인 위치를 환기시켜준다. 주체 높임법, 객체 높임법, 상대 높임법 등 경어가 발달된 만큼 반말 또한 전 세계 최고로 발달돼 있다. MBC 에브리원의 '어서 와, 한국인 처음이지'에서 데이비드라는 영국인이 아들 친구들과 맞먹어도 불손함이나 계층적 위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감정 중시 언어가 아니다 보니 "너 몇 살이냐?"라며 말꼬리를 돌려 불리한 논점을 피하려는 '주의 전환의 오류'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나이나 지위의 수직 좌표와 친밀도의 수평 좌표가 불일치할 때 반발심이 돋는다. 아버지의 반말은 불쾌하지 않지만 초면인 연장자의 반말은 유쾌하지 않다. 김해시 공직자들이 분석한 것처럼 반말을 일여덟 번 이어가다가 맨 뒤에만 '~요'라고 붙이는 방식도 아주 흔하다. 차곡차곡 경어 써주며 갈구는 게 더 싫다는 사람도 있다.

심리적 거리를 멋대로 조절하며 말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쪽은 힘 가진 쪽이다. '해라'보다 '하십시오'가 음절이 길다. 세쿠하라(세쿠샤루 하라스멘토·섹슈얼 허레스먼트)를 만든 일본은 파와하라(파와 하라스멘토·파워 허레스먼트)도 만들었다. 우린 '성희롱' 때처럼 '힘희롱'으로 빌려 쓰고 있다. 서지현 검사, 이재정 의원 등의 성추행 '미투(Me Too)' 고백에서 보듯이 차별, 언어폭력, 성희롱, 힘희롱은 계보가 같다. 갑이 을을 괴롭히는 힘희롱의 소도구도 반말과 막말이다. '반말로 주문하면 반말로 주문받고 반만 드립니다'라는 온라인 속 안내문이 인상적이다. 사실이라면 이러는 것도 용기다.

우월적 지위를 누리다가 구설에 오른 정치인 면면을 봐도 반말과 막말의 거리는 역시나 짧다. 그러고 보니 중도일보 사무실 벽에 붙은 '2018 중도일보 좋은 직장 만들기' 캠페인에 '서로 경어 씁시다'가 들어 있었다. 존대어가 사회의 조직 언어로 토착화되지 않아 실행이 쉽지 않지만 머리에 느낌표 하나는 쳐진다. 아무리 포장해도 반말은 반(半)토막 말이다. 반말이 온전하지 않은 반쪽 말인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고 스스로 믿는 이들도 어쩌지 못하는 것 같다.

5310693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법원, 고의로 법인 업무 방해한 부녀 벌금형
  2. 천안시, 장애인 동·하계 레포츠캠프공모 선정…국비 확보
  3. 천안시, 업무대행의사 6명 확충…의료공백 선제적 대응
  4. 천안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큰 어른' 이동녕 선생 서거 제86주기 추모제 거행
  5. 천안법원, 무단횡단 행인 들이받아 사망케 한 50대 남성 금고형
  1. 천안시, 신규농업인 기초영농기술교육 참여자 모집
  2. 천안시, 찾아가는 정비사업 설명회 성료
  3. 천안시, '찾아가는 안전취약계층 안전교육' 실시… 맞춤형 안전망 강화
  4. 대전교통공사, 대전역 유휴공간에 ‘도심형 스마트팜' 개장
  5. 李대통령 충청 메가통합론 지방선거 금강벨트 달구나

헤드라인 뉴스


李대통령 충청 메가통합론 지방선거 금강벨트 달구나

李대통령 충청 메가통합론 지방선거 금강벨트 달구나

대전 충남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여권에서 이를 넘어선 충청권 메가 통합론을 들고 나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앞장서 이슈를 선점하고 여당 의원들이 이에 가세하면서 지역 내에 꺼져가는 행정통합 동력을 재공급하고 나선 것이다. 여권발 충청 메가 통합론이 6·3 지방선거 앞 대전 충남 통합 불발로 시계제로에 빠진 금강벨트 민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충북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충북 타운홀미팅에서 "충청남북(도)과 대전까지 통합해 하나의 거대한 정주 여건·행정체계를 만들 것인지를 (충북도민들도..

중동 불안에 대출금리 `들썩`…영끌·빚투족 시름 깊어진다
중동 불안에 대출금리 '들썩'…영끌·빚투족 시름 깊어진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금리가 들썩이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이 투자한 주택과 주식 등 자산시장 흐름마저 불확실해지면서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50∼6.504% 수준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 16일(연 4.130∼6.297%)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상단은 0.207%포인트, 하단은 0.120%포..

기름값 진정세 속 ‘저가 주유소 행렬’… 불법 유통 가능성
기름값 진정세 속 ‘저가 주유소 행렬’… 불법 유통 가능성

석유 최고가제가 시행되며 급등세를 보이던 기름값이 다소 진정됐지만 사재기나 가짜 석유 판매 등 불법행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가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더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나서는 모습 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4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안영동의 한 주유소. 대전 주유소 평균 가격인 1812원보다 리터당 33원 저렴한 1779원으로 주말 아침부터 주유를 하려는 차량이 줄을 서는 모습이 이어졌다. 마트 주차장에서부터 이어지는 주유 줄서기가 오전 내내 계속됐다. 이처럼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석유 최고가제 시행에도 가격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봄이 왔어요’ ‘봄이 왔어요’

  • 사라져 버린 구리로 만든 교량 이름판 사라져 버린 구리로 만든 교량 이름판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 반갑다 야구야! 반갑다 야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