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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도 어떤 면에서 간판을 내걸고 상품을 파는 상점과 같다. 60년 넘게 이어온 '민주'는 당명 이상의 포장 효과가 있다. DJ의 평화민주당(평민당)을 연상시키는 민주평화당(민평당)은 1987년 스타일인 줄 알면서도 귀에 익숙한 '민주'를 포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선관위는 과거 대통합민주신당의 약칭 민주신당이 중도통합민주당 약칭인 민주당과 유사하다며 사용불가 판정을 내렸었다. 더민주를 쓰던 더불어민주당이 적통의 상징인 약칭 민주당을 되찾은 것은 김민석의 원외 민주당과 통합 이후부터다. 정당법 41조는 유사명칭 등 사용을 금지한다.
유사성 판단에서 중앙선관위는 지시(reference)와 의미(sense)도 들여다봤다. '없당'처럼 무의미함도 기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화제를 뿌린 '지지정당 없다(支持政黨なし)당'이나 영국의 '투표하고 싶은 후보가 없다(No Candidate Deserves My Vote)당' 등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노린 당이다. 구접스러우니 콜라당, 섹스당은 더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아무튼 명칭을 두고 빚어졌던 일련의 해프닝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인용한 정명순행(正名順行), 즉 이름이 바르면 순조롭다는 공자 말씀이 교훈적으로 다가온다.
통합신당 이름은 처음 바른국민당이 될 뻔했다. 당명 공모에서 바른국민당, 바른국민의당, 국민정당, 국민통합당이 나온 가운데 유승민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제안했다. 안철수 대표는 미래당을 고집했고 그대로 됐었다. 마음은 민평당, 몸은 통합신당인 이상돈 의원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미래당이라 하면) 이게 무슨 놈의 말이냐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미래당이 거의 없다 했다. 그런데 네덜란드의 미래당과 뉴질랜드의 통합미래당 등 찾아보면 꽤 된다. 말레이시아 쪽에도 있다. 국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국미래연합, 미래연합, 시스템미래당, 신미래당, 한반도미래연합 등이 있거나 있었다.
본점에서 떨어져 6일 가게를 정식으로 꾸린 민평당에서 과거의 그림자만 어른거리는 듯해도 고도의 선거전략도 보인다. 다른 가게와 합쳐 13일 오픈하는 통합신당의 좌절된 이름에도 현실의 정치공학이 깃들어 있었다. 국민의당이 쪼개지면서 148석 대 148석 사이를 오가는 범여권과 범야권의 수 싸움은 이제 치열해진다. 정명(正名)을 정치에 적용하면 정치를 똑바로 하는 것이고 장사로 치면 상도를 지키며 돈 버는 것이 된다. 창당 동기가 무엇이건 한국정치의 상품성을 높이는 촉매가 돼야 한다. 캐스팅보트가 메뉴의 전부인 정당은 금방 상품성이 떨어진다.
정당은 그러고 보니 앞쪽 벽이 트인 전통시장 상점 같기도 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구멍가게 두 개 합쳐봤자 슈퍼마켓이 안 된다"며 새로 낸 점포에 야박한 독설을 날리고 있다. 굳이 상형문자로 풀자면 상점의 '점(店)'은 한쪽 벽을 언덕이나 다른 집에 붙여 점유한 형상이다. 글자부터가 왠지 좀 안쓰럽다. 어쨌든지 문제는 신4당체제, 아니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바른정당의 신당, 국민의당 반통합파의 민평당, 정의당의 신5당체제 상점에 쓸 만한 상품이 얼마나 내걸릴지에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허명(虛名)이 아닌 리더십이다. 통합신당은 미래당을 당명으로 쓸 수 없다는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약칭 없이 바른미래당으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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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충식 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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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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