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칼럼]레드벨벳 빨간 맛, 김정은 빨간 맛

  • 오피니언
  • 최충식 칼럼

[최충식 칼럼]레드벨벳 빨간 맛, 김정은 빨간 맛

  • 승인 2018-04-04 10:30
  • 신문게재 2018-04-05 21면
  • 최충식 기자최충식 기자
레드벨벳
레드벨벳의 앨범 'The Red Summer'. SM 엔테테인먼트 제공
레드벨벳(Red Velvet)의 '빨간 맛(Red Flavor)' 뮤직비디오가 전 세계 유튜브 조회수 7670만을 넘어서고 있다. 평양 공연 유명세는 범지구적인 인기 때문은 아니다. 그 노래들은 북한 신년사에서 "혁명적인 사회주의 문화예술의 힘으로" 짓눌러버리자던 '부르주아 반동문화'였다. 빨강이 소재여서 사회주의 국가의 리트머스 종이로 확대 해석됐다.

933467228
'빨간 맛 궁금해 Honey 깨물면 점점 녹아든 스트로베리 그 맛~' 상큼하게 맛보면 될 노래에 이념을 덧칠하는 현실이 좀 아프다. 레드 콤플렉스라는 공산당 과민 반응과 걸그룹 레드벨벳에 호응하는 비사회주의적 현상, 두 문화의 교차점에서 날라리풍 문화 콘텐츠를 용인하는 공식 신호는 절대 아니다. 정상국가로서 문화 향유 능력을 보여주려 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 국면에 엉뚱한'빨강'이 또 추가된다. 작은빨간집모기 발견에 따른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소식이다. 매년 인류 72만명을 죽이는 최고 위험 생물이 모기다. 두 번째로 사람에 큰 위협은 연간 40만~45만명을 죽게 하는 사람이다. 생각해보니 남북한 인구 3000만명일 때 터진 6·25는 200만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갔다.

얼치기 안보 장사 그만하자는 거다. 리설주와 아이린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180도 달라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생소해하지만 말고 숙고해보자. 미운 사람은 뭘 해도 미웠다. 삐딱한 결론이 먼저고 정당화의 근거 찾기는 그다음이다. 제주 4·3 추념식에서도 그랬다. 빨갱이로 몰렸던 이들을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사과에도 감정이라는 꼬리로 합리성이라는 몸통을 흔들려 한다. 정파적으로 논점을 흐려 주의를 분산시키는 레드 헤링(도망자들이 사냥개 따돌리던 악취 고약한 훈제 청어)도 득시글댄다.



그래도 다행이다. 얼마 전까지 전쟁의 그림자가 한반도를 기웃거렸다. 그래서 평양 "빠빠빨간 맛"은 행복한 괴작(怪作)을 읽는 기분이지만 단편만 봐서는 안 된다.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라는 김 위원장에 대한 동북아 수요 증가 현상과 유화적 제스처 안의 큰 그림까지 다각도로 감지해야 한다. 그냥 느낌적 느낌으로 알아채는 우리 마음속 시스템 1과 정신의 노력이 수반되는 시스템 2를 동시 작동해야 하는지 모른다.

시스템 1의 측면에선 일단 성공적이다. 김정은 신청곡 '뒤늦은 후회'등 스토리텔링도 괜찮다. 5일 지상파 3사(KBS, MBC, SBS) 녹화 방송으로 알겠지만 세계 문화상품 k팝의 정통 한류는 아니었다. 남북의 문화·사회적 이질감을 좁히는 융합 현상이 뚝딱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고위급회담과 남북정상회담 동력을 이어갈 수용적 자세는 엿보였다. 색안경 벗고 보면 레드벨벳의 빨간 맛은 공산당과 빨간 맛과 전혀 무관하다.

그래도 금기를 깬 선곡이 레드 헤링과 레드 콤플렉스 등 전근대적 멘탈리티의 목욕은 시켜줬다. 원래는 한국인이 빨간색을 사랑한다. 해방공간과 격동의 현대사에서 파랑·초록이 더 좋은 척하기도 했다. 빨강이든 파랑이든 이념과 체제의 다름을 다양함으로 인정하면서 역사는 진보한다. 여럿이 발자국 내며 같이 걸어야 길이다. 빨강이 빨강이고 레드벨벳의 빨간 맛이 온전히 느껴질 때 '그날'도 성큼 가까이 온다.

49586786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