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록 목사, 안희정… 라크 번팅의 차이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이재록 목사, 안희정… 라크 번팅의 차이

[최충식 문화칼럼]

  • 승인 2018-04-12 10:52
  • 신문게재 2018-04-12 21면
  • 최충식 기자최충식 기자
470966985
[최충식 문화칼럼] 대지에 물오르는 봄이다. 수컷들이 자기 영역 만들기에 분주하다. 오늘 아침 주의를 끄는 이름은 라크 번팅(Lark bunting)이라는 새다. 암컷의 선호도가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일관된 선호도는 큰 부리와 수컷의 능력(경제력)이다. 짝짓기도 흥미진진하다.

가장 일찍 날아든 암컷이 가장 마음에 드는 영역을 골라놓은 수컷을 찜한다. '선 주거-후 결혼' 방식이다. 그다음 암컷은 두 번째 멋진 영역을 만든 수컷에게 대시한다. 후순위로 갈수록 주거환경이 열악하지만 암컷은 능력껏 배필을 선택한다. 꿈도 꾸기 어렵고 사랑조차 불능인 우리 청춘들처럼 상실감은 갖지 않는다.



그렇지만 딱한 일도 벌어진다. 남은 수컷이 많은데 굳이 무성한 수풀을 차지한 수컷의 후처를 자처하는 경우다. 새끼를 잃을 위험을 차단하려고 직사광선을 피할 환경을 골라 후처의 길을 걷는다. 상대 수컷은 후순위인 자신의 새끼는 거들떠도 안 보면서 번식률을 최대화하려는 유전자 전쟁의 수단으로 쓴다. 강간죄 성립 요건을 완화하는 '안희정 처벌법'까지 만든다는 인간세계 눈높이로 이걸 재선 안 된다. 불륜을 사랑이라고 믿는 '혼외연애'와도 기본 전제부터 다르다.

새끼를 키울 집의 보유는 아무튼 인간사회와 유사한 조건이다. 저렴한 서민주택을 공급하는 정부 정책과 혼인율은 상관성이 있다. 전셋값이 10% 낮아지면 20대 대졸 남성의 결혼 비율이 9% 상승하기도 한다. 26만4500건으로 바닥을 친 국내 혼인 건수에는 최악의 취업난과 주택 부담이 투영돼 있다. 국내 결혼 1년 미만의 주거 점유 형태에서도 자가(37.7%)가 전세 비중(35.1%)을 최근 처음 앞질렀다.



저출산 극복을 가로막는 만혼과 비혼의 열쇠가 주택 문제에도 있다. 이들과 함께 이혼 및 별거, 노인 단독가구 등의 1인가구는 540만 가구(27.9%)로 파악된다. 양육비 측면에선 저소득 한부모가족 양육비 18만원으로 이유식 비용도 못 댄다. 그렇게 생존 문제에 직면하면서 증평 모녀는 극단의 선택을 했다. 경제력 없이는 초라한 커플도, 화려한 싱글도 성립되기 힘든 이 세상은 멧새의 그 수풀보다 팍팍하다.

힘들다 보니 남성의 배우자감에 대한 경제력 기대치도 덩달아 치솟는 경향이 있다. 만혼의 이유로 남자는 결혼 비용, 여자를 출산과 육아를 먼저 꼽는다. 이혼 결정에서 남성은 자식 양육 문제, 여성은 경제적 독립 가능성을 최우선 고려한다. 복지로 연결되는 육아 지원 정책, 일자리 안정, 주택 지원 없이 출산율만을 정책 목표로 쓰면 실패하기 쉽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슷하면서 다르다.

성적인 취향을 봄마다 바꾸며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멧새와 우리가 비교당해서는 안 된다. 찌르레기는 배우자 바꾸기 스와핑까지 하며 혼외자식과 유전자를 퍼뜨린다. '나도 당했다'는 미투, '너도냐'의 유투도 안 먹히는 동물계는 강간마저 종의 보존 수단으로 삼는다. 그러나 인간은 바람기로 생존가(生存價)를 과시할 수는 없다. 이재록 목사(만민중앙성결교회)의 여신도 성폭행 혐의까지 터져서일까. 성범죄, 특히 권력형 성범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새, 라크 번팅이 많이 생각나는 봄날이다.
50394935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1.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2.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대상' 16명 시상
  3. 작은 유치원 함께하니, 배움이 더 커졌어요
  4. 충남경찰, 21대 대선 당시 선거사범 158명 적발… 직전 대선보다 119명↑
  5. 서머나침례교회,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연말 맞아 이웃사랑 후원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을 세종시가 아닌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데다, 11월에 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이 ‘대법원 세종 이전법’을 발의한 터라 논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이견으로 대법원 지방 이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차규근 의원(비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법원의 부속기관도 대법원 소재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