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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한 오류는 놔두고라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오징어와 낙지 뜻은 남북한이 정반대더라"와 김여정 제1부부장의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는 맞장구에 의미심장한 힌트가 담겨 있다. 33만 표제어의 원대한 겨레말큰사전 편찬도 좋지만 익숙한 한 단어의 통일 노력이 그에 못지않게 값진 사업일 수 있다. 언어가 어차피 세상을 다 아우르진 못한다. 북한의 멍기(멍계)나 우릉성이(우렁쉥이)에서 이질감을 부각하건 동질성을 발견하건 자유다. 살이 아니면서 살처럼 보이는 스타킹 같다는 말에 참으로 공감하고 있다. 전쟁이 박제된 듯 멈춰선 남북 간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쪽이나 이질화 아닌 것이 없다. 우리의 진짜 표준시도 일제강점기에 강탈당했다.
아주 잠시만 신나는(?) 상상을 해보자. 만약 우리가 선진 문물을 일찍 흡수해 매뉴팩처(공장제 수공업) 단계를 재빨리 거친 제국주의 국가로서 후진국 일본을 식민지화했다면? 지금 남과 북의 고민은 일본 몫일지 모른다. 미래의 가정법도 열강에 끌려다닌 과거와 같아진다면 미국과 중국 등 외부세력이 군침을 또 흘릴 것이다. 국제질서를 딱히 말한다면 동맹이면서도 '미국 믿지 말고 소련 속지 말자'던 시절과 기본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젊은 손석희가 진행하는 1987년 MBC 뉴스로 확인해봐도 고색창연한 진리였다. 당시 소련은 동유럽 지배에 저해될까봐 미국은 서독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이탈할까봐 호네커 동독 서기장의 서독 방문을 네 번이나 막아섰다. 무엇보다 강력한 통일 독일 출현을 경계했다.
그로부터 21년 후. 9일 한중일·한일 정상회담을 할 일본이 한반도 단일국가 출현을 원치 않는 것과 다름없다. 사실은, 쪼개려면 우리가 아닌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 일본을 동서독처럼 남일본·북일본으로 쪼갰어야 이치상 맞다. 미국과 소련의 이해관계로 분단국이 된 우리가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 남북, 북미, 남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판문점 문턱이 닳을 지경이 되더라도 자국 위주 세계관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또 기억해야 한다. 베를린 장벽도 어느 날 우연히 붕괴되지 않았다. 통독 전, 동독과 서독은 가족이 방문해 하룻밤 묵고 올 만큼 기운이 무르익었었다. 통일은 사소한 것들의 빛나는 연대를 먹고 자란다. 단 한 번의 바다 만들기가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간 통일처럼 작은 강, 그리고 하찮아 보이는 실개천을 수없이 짓는 일이다. 30분 늦은 평양시(時)로 고쳤을 김여정 제1부부장은 며칠 뒤면 판문점의 그 동질화된 시간에 다시 맞춘다. 그날, 모든 북한 주민들이 그런다. 이런 것이 작은 통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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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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