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지식재산]특허와 측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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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지식재산]특허와 측우기

김태만 특허청 차장

  • 승인 2018-05-16 09:32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특허청 김태만 차장
김태만 특허청 차장
오는 5월 19일은 '발명의 날'이다. 국민에게 발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발명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이다. 이날을 발명의 날로 정한 것은 1441년 세종대왕의 명에 의해 측우기를 발명한 날을 역산해 지정한 것이다.

조선시대 측우기 발명이 뜻깊은 것은 강우량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우량계란 사실이다. 이는 1639년 이탈리아인 베네데토 카스텔리가 발명해 유럽 최초로 알려진 빗물 측정기보다 무려 200여 년이나 앞서 있다.

측우기 발명전에는 각 지역의 강우량을 정확하게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빗물이 땅에 얼마까지 스며들었는지 깊이를 보고 강우량을 조사한 까닭에 토양의 지형과 특성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측우기가 발명되며 기존 측정기술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빗물량을 측정하는 과학적인 방법이 도입됐다. 세종시대 측우기는 이러한 이유로 역사적으로 혁신적인 발명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필자는 발명의 날을 맞아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조선 시대에도 특허제도가 있었다면 발명의 날의 유래가 된 측우기는 특허를 받을 수 있었을까?

특허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발명에 대해서만 주어진다. 이를 '신규성' 요건이라 한다. 측우기는 세계 최초의 발명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새로운 발명이라 해도 모두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발명으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고 기술적 효과나 개선 정도가 미미한 기술은 신규성 요건을 갖춘 발명이라 해도 특허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를 '진보성' 요건이라 하는데 기존 발명이 가진 문제점을 보완하고 더 나은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기술에 비해 일정 수준 이상 개량·진보된 발명에 한해 특허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럼 측우기를 살펴보자. 측우기는 빗물을 받는 그릇(受雨器), 고인 빗물의 깊이를 재는 자(量尺), 적절한 높이의 받침대(臺)를 효율적으로 배치한 표준 측량계다. 또 바람의 영향이나 빗물이 튀는 것을 방지하고 정확한 측정을 위해 원통형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측우기는 기존 기술을 훨씬 뛰어넘는 진보를 보인 기술로 '진보성' 요건을 충족하는 발명이고, 아울러 오늘날 경제적 중요성이 강조되는 원천 표준특허 기술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측우기는 빗물의 양을 측정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강우량을 기록하며 연중 강우패턴을 파악해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기상 예측 기술 덕분에 파종 등 농사일의 적기를 알게 됐고, 홍수와 가뭄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힘입어 세종시대의 농업생산량은 토지 1결당 300두에서 1200두로 무려 4배나 증가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처럼, 측우기는 신규성과 진보성을 갖춰 특허등록 요건에 잘 부합하는 발명일 뿐만 아니라 당시 농업경제의 혁신적 성장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산업발전에 기여한 발명에 특허를 부여하는 특허제도의 기본 취지에도 잘 부합된다. 따라서 필자는 당시에 특허제도가 있었다면 측우기가 특허를 받는 데 손색이 없는 발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측우기는 조선 시대 전국적으로 빗물을 측정했는데, 이는 현대 기상 관측망의 시초였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측우기의 표준화된 관측기록은 지난 240여 년(1777~2018년)의 강우 기록들과 더해져 한반도의 미래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빅데이터의 근간이 되고 있다.

발명의 날을 맞아 측우기 발명에서 보인 우리의 발명 DNA를 일깨워,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혁신적 발명들이 이 땅에 만개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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