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여자]꿀잠- 송경동

  • 전국

[시 읽는 여자]꿀잠- 송경동

  • 승인 2018-05-18 17:04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670244082
게티이미지
전남 여천군 쌍봉면 주삼리 끝자락

남해화학 보수공사현장 가면 지금도



식판 가득 고봉으로 머슴밥 먹고

유류탱크 밑 그늘에 누워 선잠 든 사람 있으리





이삼십 분 눈 붙이지만 그맛

간밤 갈대밭 우그러뜨리던 그 짓보다 찰져

신문쪼가리 석면쪼가리

깔기도 전에 몰려들던 몽환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꿈자락 붙들고 늘어지다가도

소혀처럼 따가운 햇볕이 날름 이마를 훑으면

비실비실 눈 감은 채로

남은 그늘 찾아 옮기던 순한 행렬





한 여름, 마당 가 샘에서 땅 속 깊이 차가운 물 뿜어 올려 어린 열무 씻어 소쿠리에 담아 밥상으로 가져온다. 양푼에 보리밥 두어 주걱 담고 고추장 한 숟갈 떠 넣는다. 그리고 열무 한 소쿠리 투하. 썩썩 비벼 이 숟갈 저 숟갈 정신없이 파고 판다. 쨍쨍 매미 소리에 마루 밑 누렁이가 늘어지게 하품할 새, 올챙이 배 마루에 깔고 어느새 꿈나라로 직행. 나른한 여름날 오후의 꿀잠만큼 달콤한 게 있을까. 항우장사가 떼매가도 눈꺼풀은 떠지지 않는다. 쾌적한 에어컨 바람 속의 안락한 오수에 비길까만 공사현장 그늘 밑도 지상천국이더라. 사장님, 사모님의 귀족 낮잠이 따로 있더냐. 비단 금침 저리 가라, 석면 쪼가리 이리 편안한 줄 모를 인간들아! 살점 뜯기고 지문 닳아 없어진 구두장이들에게 구두 한 켤레당 떨어지는 수당은 단돈 6500원. 주야간 맞교대로 쏟아지는 졸음에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공돌이 공순이. 당신들의 노예들에게 꿀잠을 허하라!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2.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3.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4.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5.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1. 당진시, 신규 공무원 임용식 개최
  2. <인사>대전시
  3. 충남대-대전시 등 10개 기관, ‘반려동물 산업 인재 양성 업무협약’
  4. 대전시 제2기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5.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 돔구장 건립 필요성·추진 의지 거듭 강조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공무원 복종의무` 삭제추진에 대전 관가 설왕설래

李정부 '공무원 복종의무' 삭제추진에 대전 관가 설왕설래

이재명 정부가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것을 둘러싸고 지역 관가에서 설왕설래가 뜨겁다. 일선 현장에선 76년 만에 독소조항 폐지 기대감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 문화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환영기류가 우세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일각에선 개정안 국회 통과 때 자칫 지휘체계가 휘청이면서 오히려 주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6일 대전 지역 공직사회에 따르면 인사혁신처가 전날 입법 예고한 국가공무원법 상의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둘..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이번엔 반려동물 간식… 바이오 효소 들어간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

대전시는 26일 시청 응접실에서 대전관광공사, ㈜인섹트바이오텍과 함께 '꿈돌이 닥터몽몽' 출시를 위한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캐릭터 중심의 제품을 넘어 지역 재료·스토리·생산기반을 더 촘촘히 담아야 한다는 취지로 대전의 과학·바이오 정체성을 상품에 직접 반영하려는 시도다. 이번에 출시 준비 중인 '꿈돌이 닥터몽몽'은 인섹트바이오텍의 연구 포트폴리오로 알려진 자연 유래 단백질분해효소(아라자임) 등 바이오 효소 기술을 반려동물 간식 제조공정 단계에 적용해 기호성과 식감 등 기본 품질을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섹..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안전상식 겨룬 초등생들의 한판…공주 대표 퀴즈왕 탄생

열띤 경쟁 속에서 펼쳐진 공주시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25일 공주환경성건강센터에서 공주시와 중도일보가 주최·주관한 '2025 공주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안전에 취약한 어린이들이 안전 상식을 재밌는 퀴즈로 풀며 다양한 안전사고 유형을 학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74명의 공주지역 초등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해 골든벨을 향한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본 대회에 앞서 심폐소생술 교육이 먼저 진행되자 학생들은 교사의 시범을 따라가며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라고 묻거나 친구에게 압박 리듬을 맞춰보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