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여자]절망-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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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여자]절망- 백석

  • 승인 2018-06-03 10:44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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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북관北關에 계집은 튼튼하다

북관北關에 계집은 아름답다

아름답고 튼튼한 계집은 있어서

흰 저고리에 붉은 길동을 달어

검정치마에 받쳐입은 것은

나의 꼭 하나 즐거운 꿈이였드니

어늬 아츰 계집은

머리에 무거운 동이를 이고

손에 어린것의 손을 끌고

가펴러운 언덕길을

숨이 차서 올라갔다

나는 한종일 서러웠다







모던 보이 백석. 지금의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일제 강점기 백석은 로맨티스트였다. 외양부터가 특출났다. 탐스런 곱슬머리에 수려한 이목구비는 지금의 잘생긴 배우들과 견줘도 손색없다. 일본 유학을 갔다 오고 신문사 기자 출신에 시를 쓰는 백석은 당대의 촉망받는 시인이었다. 백석(白晳). 한자 뜻풀이가 '얼굴빛이 희고 잘 생김'이다. 물론 시인의 이름 백석(白石)과는 뜻이 다르지만 어쩐지 뉘앙스가 겹친다. 시인의 본명은 백기행이고 백석은 필명이다. 백석은 평안도에서 태어났다. 태어나고 자란 곳, 고향은 누구에게나 애틋하다. 차밍한 이 시인도 토속적이고 정감 가는 시어를 즐겨 사용했다.

북관은 함경도 지역을 일컫는다. 생각만 해도 아득하고 먼 곳이다. 볼 빨간 북관 계집을 보고 설레는 맘을 감추지 못하는 청년 백석. 매서운 겨울 바람에 물동이를 머리에 인 붉은 길동의 북관 계집은 어느 집 처자일까. 시인은 이국적인 나타샤를 품에 안으면서도 앵두나무골의 튼튼한 계집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 꿈에서나 만날까. 꼭꼭 숨어 흰 저고리에 검정치마가 점이 되어 멀어져가는 그 계집의 수줍은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어린 것 손에 끌고 물동이 인 아지메여도 난 서럽지 않다, 서럽지 않다. 북관의 계집은 튼튼하고 아름답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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