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여자]절망- 백석

  • 전국

[시 읽는 여자]절망- 백석

  • 승인 2018-06-03 10:44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a10267796(1)
게티이미지
북관北關에 계집은 튼튼하다

북관北關에 계집은 아름답다

아름답고 튼튼한 계집은 있어서

흰 저고리에 붉은 길동을 달어

검정치마에 받쳐입은 것은

나의 꼭 하나 즐거운 꿈이였드니

어늬 아츰 계집은

머리에 무거운 동이를 이고

손에 어린것의 손을 끌고

가펴러운 언덕길을

숨이 차서 올라갔다

나는 한종일 서러웠다







모던 보이 백석. 지금의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일제 강점기 백석은 로맨티스트였다. 외양부터가 특출났다. 탐스런 곱슬머리에 수려한 이목구비는 지금의 잘생긴 배우들과 견줘도 손색없다. 일본 유학을 갔다 오고 신문사 기자 출신에 시를 쓰는 백석은 당대의 촉망받는 시인이었다. 백석(白晳). 한자 뜻풀이가 '얼굴빛이 희고 잘 생김'이다. 물론 시인의 이름 백석(白石)과는 뜻이 다르지만 어쩐지 뉘앙스가 겹친다. 시인의 본명은 백기행이고 백석은 필명이다. 백석은 평안도에서 태어났다. 태어나고 자란 곳, 고향은 누구에게나 애틋하다. 차밍한 이 시인도 토속적이고 정감 가는 시어를 즐겨 사용했다.

북관은 함경도 지역을 일컫는다. 생각만 해도 아득하고 먼 곳이다. 볼 빨간 북관 계집을 보고 설레는 맘을 감추지 못하는 청년 백석. 매서운 겨울 바람에 물동이를 머리에 인 붉은 길동의 북관 계집은 어느 집 처자일까. 시인은 이국적인 나타샤를 품에 안으면서도 앵두나무골의 튼튼한 계집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 꿈에서나 만날까. 꼭꼭 숨어 흰 저고리에 검정치마가 점이 되어 멀어져가는 그 계집의 수줍은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어린 것 손에 끌고 물동이 인 아지메여도 난 서럽지 않다, 서럽지 않다. 북관의 계집은 튼튼하고 아름답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 뒤흔든 폭로… "김기재, 시장 자격 없다" 피해자 측 초강수
  2. [대전에서 신화 읽기] 제15장-별봉, 세상의 중심을 꿈꾸다
  3.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4. 안전공업 참사 73일 만에 또… 충청권 산업현장 안전 경고음
  5.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1. [기고] 법화경 리더십과 한국 핵무장의 시대정신
  2. 김기웅 서천군수 후보 배우자, 검찰 고발
  3. 초록우산 대전세종지역본부, 이수진요가로부터 후원금 전달 받아
  4. 박수현 "집권여당 핫라인 통해 현안 해결" vs 김태흠 "도민, 민주당 독주 허락하지 않을 것"
  5. 중국대학생 대상 한국어말하기대회 성황리에 개최

헤드라인 뉴스


6·3지선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6·3지선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552명.'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선출하는 충청의 지역 일꾼 숫자다. 지방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이를 견제·감시하는 광역·기초의원,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교육감까지, 새로운 '충청시대'를 열어갈 우리 동네의 참된 일꾼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뽑는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발전해 왔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거대한 중앙 정부의 틀 속에서 충청권 4개 시·도 광역정부와 지역별 기초지자체의 자율성과 권한은 제자리에 머물렀고, 지역민들의 실질적인 참여 또한 제한적이었다. 지방자치 산실..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충남대와 공주대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충남대 내부에서 중복학과 유지 여부를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교수회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제시됐던 '중복학과 현행 유지'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대학본부는 학과 자율에 따라 통합 또는 특성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대학 발전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대학 통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통합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설명한 내용을 대학본부가 책임 있게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충남대와 공주대가..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과 화재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과거 반복됐던 한화 방산사업장 폭발 사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해당 사업장은 과거에도 로켓 추진체 관련 공정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난 곳이다. 한화 대전사업장에서는 2018년 5월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51동 충전공실에서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꼭 투표하세요’ ‘꼭 투표하세요’

  •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폭발사고…5명 사망·2명 부상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폭발사고…5명 사망·2명 부상

  •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대전시장 후보들 ‘뜨거운 호소’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대전시장 후보들 ‘뜨거운 호소’

  •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이상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이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