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칼럼]JP(김종필)의 나이

  • 오피니언
  • 최충식 칼럼

[최충식 칼럼]JP(김종필)의 나이

  • 승인 2018-06-27 09:50
  • 신문게재 2018-06-28 21면
  • 최충식 기자최충식 기자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에 영정 사진<YONHAP NO-5664>
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1950년 6월 25일 새벽. 포천 7사단 정보처로부터 북한 인민군이 쳐들어온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은 장교는 김종필(이하 호칭 생략)이었다. 그날 육군본부 정보국 일직장교였던 김종필 중위는 북한의 전면적인 남침이라고 판단했다. 그때 나이 24세.

한국전쟁 직후, 정일권이 육군참모총장에 오를 때가 33살이었다. 정일권과 동갑인 박정희는 3년 뒤 준장이 된다. 개전 2년 뒤 참모총장에 발탁된 백선엽은 32세였다. 한국군 창설 초창기엔 20대에 '별' 다는 일도 흔했다. 1961년 5·16 쿠데타를 일으킨 육군 소장 박정희가 44세, 그 기획자 중령 김종필은 35세였다. 국리민복, 국태민안 같은 것 말고 5·16의 숨은 이유에는 '나이'도 있었다.

실제로 38세의 참모총장 장도영 등 새파란 장군들이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들이 사라진 무대에서 JP는 35세에 중앙정보부장이 되고 37세에 공화당 의장이 된다. 3선 개헌에 골몰하던 대통령 박정희에게서 "이담엔 임자 차례야"라는 말을 듣던 나이는 43세였다. 1971년 47세의 김대중이 신민당 대선 후보였을 때 45세의 김종필은 국무총리였다. 김영삼, 이철승과 40대 기수론의 주역이던 김대중은 74세에 대통령이 된다.

이후로도 40대 기수론은 심심찮게 불거졌다. "깜짝 놀랄 젊은 후보" 이인제는 49세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48세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그런 바람이 아주 잠깐 불다가 사그라졌다. 안희정, 이광재, 오세훈, 원희룡이 그 무렵 40대였다. 가까이는 6·13 지방선거로 몰락한 보수 야당에서 40대 기수론이 튀어나온다. 한국판 마크롱(40세, 프랑스 대통령)과 트뤼도(46세, 캐나다 총리)가 필요하다지만 현실성은 낮아 보인다.

우리 정치사에서 40대가 주목받은 원인은 5·16 집권세력인 정치군인들의 낮은 평균연령에도 있었다. 그런데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 군 출신인 JP의 경우도 64세에 3당 합당을, 71세에 보수 궤도를 벗어난 DJP 연합을 한다. 72세엔 생애 두 번째 총리다. 이때 더 굳은 2인자 이미지를 골프와 관련짓기도 한다. 드라이버샷은 그냥 그렇고 3번 우드로 치는 '세컨샷'만 좋아 만년 2인자에 머물렀다는 속설까지 있다.

영원한 2인자답게 JP는 한동안 킹메이커였다. 16대 노무현은 빼고 1992년 이후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까지 JP가 말치레라도 거든 후보가 어쨌든 대통령이 된다. 중앙일보 증언록 '소이부답'을 통해 김일성의 서울 환갑잔치를 막은 게 '유신'이라고 강변한 적도 있다. 공과를 떠나 개개인의 호불호가 심하게 엇갈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돌이켜보면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대의 오랜 지속은 군사정권의 장기화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죽어 묻히거든 나중에 시간 있을 때 산책하러 한번 와봐라. '이 사람이 여기서 이렇게 한탄하면서 누워 있구나' 할 거다." 생전 인터뷰처럼 삶이 '허업(虛業)'만은 아닐 게다. 향년 92세. 호 '운정(雲庭)' 처럼 정말 구름 속 정원을 산책할지 모르겠다. 정계 은퇴 14년 만에 더 완벽한 '3김 청산'을 이룬 마지막 3김을 이제 떠나보낸다.
최충식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르포] "짠, 대전한화생명볼파크로!" 선양오크소맥, 한화팬심 저격하다
  2. '영원한 2인자' 고 김종필 탄생 100주년, 중용·통합의 정신 기린다
  3. 천안법원, 보관 중인 돈을 돌려주지 않은 60대 변호사 '벌금 2000만원'
  4. 천안시, 공무원 기후위기 대응 역량 강화 특강
  5. 천안시, '손 씻기·위생관리' 수족구병 예방수칙 당부
  1. 천안직산도서관, '손 끝에서 살아나는 작은 세상' 운영
  2. 천안시, 26일 '제16회 작은도서관 학교' 운영
  3. 서산 해미천서 여중생 2명 익수 사고, 1명 끝내 숨지고 1명 회복 중
  4. 허태정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5. 제2나로우주센터 건립 위한 전국 후보장소 모집 착수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 호(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허태정 호(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22일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1차 브리핑이 예정된 가운데 지역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전시가 당면한 각종 현안에 대해 허태정 호(號) 노선을 가늠하고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 등에서 드러난 민선 8기 민낯에 대해 메스를 들이댈지 여부도 관심사다. 허태정 인수위는 이날 오전 11시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지난 9일 가동 이후 인수위원장이 시행하는 첫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엔 박정현 인수위원장, 이은구 부위원장, 박노동 운영간사 등이 참석한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21일 중도일보와 통화에서 "업무보..

국내 `동전주` 219개 상장폐지 기로…대전 3~5개 기업 `위기`
국내 '동전주' 219개 상장폐지 기로…대전 3~5개 기업 '위기'

7월부터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되는 1000원 미만의 '동전주'가 국내 증시의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지역에서도 3~5곳의 상장사의 주가가 1000원 안팎에 머물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국내 증시 상장사 중 주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은 총 219개로 집계됐다. 전체 2877개 상장사 중 7.6%에 해당하는 수치다. 코스닥 상장사가 148개로 가장 많았고, 코스피 상장사가 42개, 코넥스 상장사 29개였다. 대전지역 소재의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3개..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을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최저임금위원회 표결 끝에 무산되면서 소상공인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등은 다른 업종보다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지를 놓고 표결했지만, 반대 14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출석위원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노사는 최저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