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칼럼]예멘 난민의 집은 어디인가

  • 오피니언
  • 최충식 칼럼

[최충식 칼럼]예멘 난민의 집은 어디인가

  • 승인 2018-07-04 10:40
  • 신문게재 2018-07-05 21면
  • 최충식 기자최충식 기자
사진 1
국경에 대해 이렇게 무례를 범해도 괜찮은 걸까. 도로에 페인트로 빗금이 칠해진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국경, 노르웨이와 스웨덴 사이의 나무 듬성한 숲길 국경을 보면 이게 나라의 경계인가 싶게 무성의하다. 국경이라 하면 화약 냄새 자욱한 이스라엘 국경지대나 중무장한 비무장지대 38선만 봐온 눈엔 비현실의 경계로 보인다. 그 허술함에 놀란다.

이런 건 그래도 좀 약과다. 자본주의 탐욕이 극대화한 제국주의 시절에 완성된 아프리카 지도는 언제 봐도 기가 차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의 정치적 편의와 영토적 야심으로 책상에서 분할한 수리적 국경, 전통이나 종족과 불일치한 선(線)은 두고두고 분쟁의 근원이 되고 있다. 반듯한 직선 국경들이 생생한 흔적이다.

무리하게 국경을 지워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곳도 있다. 바로 서아시아의 화약고 예멘이다. 1972년, 1978년, 1994년에도 전쟁을 벌인 예멘은 국경 부근의 석유 발견을 기점으로 남북통일을 선언했다. 지금 옥류관 냉면을 먹으며 남북통일농구경기를 열고 있는 우리에게 예멘의 하향식 통일은 반면교사다. 예멘 남북 지도자가 이끈 벼락같은 통일은 한때 한반도 통일 모델이었다. 그러한 인연(?)의 끈이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다. EU가 난민 앞에서 사분오열돼 국경에 빗장을 잠그며 예멘 사태가 뜻밖에 대한민국의 일이 됐다. 예멘은 게다가 통일 28년 만에 무력으로 재(再)분단 위기에 놓여 있다.

북예멘과 공산국가 남예멘 분단도 원래 영국의 식민 지배가 원인이었다. 우리와 상통하는 점이다. 미국의 전략정책단장인 링컨 준장과 대령 2명이 벽에 걸린 한반도 지도를 보며 그은 선이 북위 38도다. 한반도보다 일본열도에 눈독들이던 미국이 남하하는 소련(소비에트연방)을 어느 지점에서 저지하겠다고 전략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소련이 38선을 바다로 연장해 일본 홋카이도 북부까지 먹으려다가 미국에 거절당한 것도 이때다. 스탈린 요구를 트루먼이 들어줬으면 일본이 북일본과 남일본의 분단국가로 남았을 것이다.

미소(美蘇) 열강이 스테이크 자르듯 지도를 두 동강낸 4일 후, 일본이 항복하고 그 선은 대한민국 국경이 됐다. 그리고 동족 간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이 싹튼다. 외견상 예멘 내전은 주로 수니파 정부군과 시아파 반군 사이에 치러진다. 예멘인의 제주도 엑서더스가 이런저런 정치적 유사성과 관계는 없다. 돈 쓰는 관광객을 부르기 위한 무비자 제도가 난민이 오는 경로가 됐을 뿐이다.

그 다음의 경로는 아주 복잡하다. 지옥 같은 내전을 피해온 예멘 난민에게 인도주의나 국제 인권법이 만능키는 아니었다. 정부도 '노답'일 만큼 어렵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예멘 난민 수용에 찬성 39%, 반대 49.1%, 잘 모르겠다가 11.9%였다. 여론이 행동으로 옮겨져 난민 반대 집회와 그 반대를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함께 열리고 있다. 반(反)난민 감정 또는 일부의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와 인도주의가 부딪히는 난민이라는 난제가 담긴 시험지를 받아든다. 남의 나라 일이면서 남의 일이 아닌, 참으로 딜레마다. 그들이 향할 곳은 어디여야 할까. '지혜롭게 풀자'는 말까지 섣부른 결론이 될 수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다.
barbed wire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푸르지오3차 입주민, 투기꾼 탓에 추가 분담금 위기 맞자 '어깨띠' 매고 거리로
  2. 공주 페스티벌 화려한 피날레.. 공주 야간관광 새로운 장 열었다
  3.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4. 한기대 생활관, 2026학년도 '관생의 밤' 성료
  5. 천안시, 청년층 '에이즈 예방·인식 캠페인' 나서
  1. 상명대, AI가 여는 콘텐츠의 미래…'충남 뉴콘텐츠 아카데미 특강' 성료
  2. 오라클피부과 천안쌍용점, 추석 맞아 천안시복지재단 4100만원 상당 화장품 후원
  3. 천안시청 좌식배구팀, 전국장애인체전 12연패 달성
  4. 천안시, '영양플러스 영유아 이유식 교실' 운영
  5. 천안시, 가을철 식중독 방심은 금물…예방수칙 준수 당부

헤드라인 뉴스


"마통 금리가 왜 이래"... 만기 연장 금융소비자 높은 금리에 화들짝

"마통 금리가 왜 이래"... 만기 연장 금융소비자 높은 금리에 화들짝

마이너스통장 만기를 연장한 금융소비자들이 많게는 두 배 이상 오른 금리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점수 901~950점 차주에게 적용한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연 4.66~5.37%를 기록했다. 신용점수 951~1000점의 최고 신용등급 차주에게 적용하는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연 4.51~5.28%로 5%를 넘어서기도 했다. 전체 신용등급에서 평균 금리는 KB국민은행이 연 4.59%, 농협은행 4.93%를 제외하면 대부..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첫 학기 등록금 ‘0원’…대덕대, 진로 선택의 폭 넓힌다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첫 학기 등록금 ‘0원’…대덕대, 진로 선택의 폭 넓힌다

2027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9월 7일 시작됐다. 일반대와 함께 전문대도 수시 1차 원서접수에 들어가 9월 30일까지 지원자를 받는다. 전문대는 전공교육과 현장실습을 연계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직무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간호·보건과 반도체·인공지능(AI), 국방, 조리·제과제빵, 뷰티·반려동물, 문화콘텐츠 등 학과에 따라 교육과정과 자격 취득, 졸업 후 진로도 뚜렷하게 나뉜다. 중도일보는 2027학년도 수시모집을 진행하는 대전지역 전문대의 특성화 분야와 현장 중심 교육, 취업 경쟁력을 차례로..

2026 추석 차례상 19만 6630원… 지난해보다 1.5% 줄었다
2026 추석 차례상 19만 6630원… 지난해보다 1.5% 줄었다

2026년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지난해보다 1.5% 내려 평균 19만 6630원으로 조사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홍문표)는 추석을 1주일 앞둔 지난 18일 전국 22개 지역의 전통시장 17곳과 대형유통업체 36곳에서 가격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4인 가족 차례상에 필요한 채소·과일·축산물 등 8개 부류 24개 품목이다. 결과를 보면, 평균 차림 비용은 지난해 추석 1주 전보다 1.5% 낮았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대규모 할인 행사가 이어진 영향이다. 부류별로는 축산물이 지난해보다 2.5% 올랐다. 반면 과일류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