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58화. 에어컨 없었다면 폭염 어찌 견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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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58화. 에어컨 없었다면 폭염 어찌 견뎠을까

날씨가 '아주 그냥 죽여줘요'

  • 승인 2018-07-2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아주 그냥 죽여줘요'라는 가사가 돋보이는 가요가 있다. 가수 박현빈이 부른 <샤방샤방>이란 가요에 이 표현이 등장한다.

- "샤방샤방 샤방샤방 샤방샤방 샤방샤방 ~ 아주 그냥 죽여줘요 ~" 오늘이 중복(中伏)이다. 폭염은 여전하다. 날씨가 참으로 덥다. 더워도 보통 더운 게 아니다! 그래서 '아주 그냥 죽여줘요'라는 표현처럼 너무나 더운 까닭에 뭘 해도 당최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열대야까지 가세한 폭염은 사람을 기진맥진하게 한다. 전국적으로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까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국어사전에서 '더위(를) 먹다'를 찾아보면 - "여름철에 더위 때문에 몸에 이상 증세가 생기다" - 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이 쉬 '더위를 먹었다'는 표현으로도 드러나는 온열질환(자)의 심각성은 사망에 이를 정도로까지 위험하다. 실제로 경험해봐서 아는데, 필자 역시 수 년 전 이맘때 온열질환에 걸리는 바람에 정말이지 '죽다 살아났다'!

비슷한 증상이 이번 폭염에도 기시감(旣視感)의 공포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이다. 7월 19일부터 24일까지 대전광역시청 1층 갤러리에서는 <2018 대전한국화회 여름정기전 - 바람났네, 바람났어>가 열렸다.

이 전시회는 문화의 저변확대와 예술의 사회기여를 목표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전시된 부채는 대전지역의 양로원에 기증되거나 작품의 판매액은 기부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하여 관심을 끌었다.

지금이야 에어컨을 틀면 더위가 금세 가신다. 하지만 과거엔 에어컨이 있을 리 만무였다. 따라서 부채를 손에 쥐고 좌우로, 혹은 상하로 흔들어 바람을 불러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부채는 비단 여름철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여러 가지 용도로 긴요하게 사용된 일상용품이었다. 영화(사극)를 보면 부채로 얼굴을 가리는 장면이 곧잘 등장하는데 아마 이런 경우를 드러내지 싶다.

초기의 부채는 소철이나 파초 잎을 말려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새의 깃털을 사용하게 되면서 지금의 부채 모양을 갖춘 것으로 짐작된다는 설이 있다. 또한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비단이나 가죽과 같은 재료로 부채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윽고 종이의 발명과 함께 종이부채까지 탄생한다. 부채는 통상 자루가 달린 둥근 모양의 방구부채(단선)와 선면(바람을 일으키는 부채의 면)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접선으로 나누어진다.

방구부채가 서민적인 것인데 비해 접선은 귀족적 취향의 부채라고 알려져 있다. 영국에는 부채 박물관(Fan Museum)이 있다고 한다. 1991년에 개관한 이곳에는 4,000개 이상의 부채를 전시하고 있으며 부채의 역사와 제조 방법, 부채의 종류 등에 대한 내용도 전시한다고 했다.

어제는 딸이 아내와 필자가 외출할 때 사용하라며 휴대용 선풍기를 두 대 택배로 보냈다. 시원한 느낌과 함께 딸의 우리부부를 위하는 착한 마음이 고마움의 부채(負債)로 우뚝했다. 그러한 딸의 고운 심성은 <2018 대전한국화회 여름정기전 - 바람났네, 바람났어>에서 본 부채의 그것처럼 또 다른 부채(賦彩)의 아름다운 모던 아트(modern art)로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부채가 사람의 손을 빌려 바람을 부른다면 에어컨은 전원의 연결 버튼만으로도 이 한여름의 폭염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일등공신이다. 따라서 '만약에 에어컨이 없었다면 이 폭염을 어찌 견뎠을까?!'라는 화두에 방점이 찍히는 건 기본상식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구원자로도 회자되는 에어컨의 발명가는 누구일까? 그 당사자는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라고 한다.

폭염에 최대전력수요 연일 경신<YONHAP NO-3347>
무더위에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지난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걸려있다. 연합DB
- 187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캐리어는 코넬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한 기계설비 회사에 입사했다. 1902년 어느 날 그는 안개 낀 피츠버그 기차 승강장에서 공기 중의 습기를 조절하는 장치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캐리어는 습도·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컨을 만들었다. 최초의 에어컨은 지금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던 게 아니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인쇄가 깨끗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던 인쇄업계에서 이 기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캐리어는 에어컨이 기계의 열뿐만 아니라 사람의 더위도 식혀주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극장, 백화점, 호텔, 병원 등에 에어컨을 설치하며 본격적인 에어컨 시대가 열렸다.

캐리어는 1915년 자신을 이름을 내건 법인을 설립했고 1950년 7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에어컨은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위와 관련된 질병 사망률을 최대 40%까지 줄였다.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는 지난 20세기 최대 발명품으로 에어컨을 꼽았다. 타임 매거진은 1998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캐리어를 선정하기도 했다. ['인류 구원자' 에어컨 발명가 누군지 아시나요?] (2017년 7월 12일자 매일경제 참고) -

정말이지 윌리스 캐리어에겐 노벨상이라도 주고픈 심정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에어컨은 부채와 달리 전기를 먹어야 힘을 내는 기계이다. 따라서 단전이 되는 경우엔 금세 먹통이 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변압기도 더위를 먹었는지 단전이 되고, 이로 말미암아 밤새 아수라장을 이뤘다는 뉴스가 꼬리를 물고 있다. 낮도 아닌 심야에 단전이 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다. 선풍기조차 가동할 수 없는 폭염의 밤은 그야말로 지옥인 까닭이다.

기온이 연일 열대야까지 불러오면서 가정에서도 에어컨의 가동은 이제 기본생활이 되었다. 밤새 가동을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아주 그냥 죽여줘요'라는 표현처럼 '인간 찐 감자'가 될 수도 있는 때문이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에 에어컨과 선풍기 따위의 냉방기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두되는 것이 치솟는 전력 수요이다. 이른바 '전기요금 폭탄'을 경험한 국민들은 에어컨을 사용하면서도 다음 달 전기료는 과연 얼마가 나올까 걱정되어 시원하긴 하되 마음은 여전히 불편한 게 현실이다.

혹자는 탈원전과 고유가에 발목 잡힌 한전의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이러한 국민적 의구심과 설왕설래에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원전(원자력발전소) 가동사항을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탈원전의 현 정부 정책은 논외로 치더라도 중요한 건, 에어컨은 여름 한 철 사용하는 냉방기기라는 사실이다. 그러한 만큼 요금폭탄 부과와 같은 두려움만큼은 다시 국민들에게 부과하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인간과 에어컨 가운데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에어컨을 고르겠다"고 말한 우디 앨런의 말처럼 요즘 같은 폭염기 때 에어컨이라도 있기에 그나마 견디는 것이니까.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인물-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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