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중국 대학원 졸업 축사를 들으며 생각난 부끄러운 일들

  • 사회/교육
  • 교육/시험

[중도시평] 중국 대학원 졸업 축사를 들으며 생각난 부끄러운 일들

조강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 승인 2018-08-28 09:39
  • 신문게재 2018-08-29 21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조강희-시평
조강희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중국 지린(吉林)대 경제금융대학원장인 리샤오(李曉)교수는 지난 6월 2일 대학원 졸업식에서 한 장문의 연설을 했다. 중국 경제의 실력과 미국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 현 중국의 상황과 미국의 무서움을 솔직히 인정, 진행 중인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가져올 여파, 중화사상에 빠지지 않은 냉철하고 따뜻한 중국 지식인이 되기를 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당부를 하였다. 이 축사가 회자되는 것은 졸업식이라는 좋은 자리에서 너무나도 솔직하게 중국의 불합리한 현실과 아픈 점 지적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금융전문가로 리샤오 교수의 축사에서 아픈 지적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겸여히 받아드린다는 점이다.

리교수는 '지식상의 의화단' 즉 현재의 중미 무역전쟁에서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이 애국주의를 부추기며 필승을 주장하는 것을 과거 유도나 태권도와 같은 무술이나 권법으로 서양세력을 물리치려 했던 의화단에 비유했다. 또한 학생들에게 심미(審美) 능력이 낮은 민족은 소양과 품격이 낮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 수준도 문제라면서, 일본, 한국, 중국 세 나라 국민을 비교하였다. 옷, 모자, 양말 등을 어울리게 입지 못한 사람은 멀리서도 바로 중국인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고, 한국인들은 산뜻하고 아름답게 입고, 우아하고 잘 어우러지게 입으면 대부분 일본인, 만약 단체라면 거의 모든 사람이 듣고 있다면 일본인, 절반은 듣고 절반은 떠들면 한국인, 듣는 사람은 적고 대부분 각자 떠들면 거의 중국인이라고 하였다.



만약 국내 유명 대학 총장이 졸업식에서 우리나라의 공영방송과 언론, 여기에 기고하고 출연하는 학자들이 황당한 무협지 수준의 대책으로 대외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일본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한다면, 언론과 여론이 편안하게 수용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전문가의 정곡을 찌르는 문제 제기가 감정상 불편하더라도 이젠 우리 국민도 받아들일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리샤오 교수가 축사의 말미에 학생들에게 당부한 것을 우리에게도 심각하게 고민할 점이 있어 독자께 알려드린다.

졸업 후에도 학습 능력을 기르고 유지하고, 항상 생각하고 공부하고, 독창적 사고, 호기심과 상상력을 유지 발전시키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자연스럽게 혁신 능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또한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과 부족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의 일부 대학생은 대학에 들어온 것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많은 등록금을 내고, 오랜 기간 대학을 다니며, 금액과 시간 투자 이상의 소득을 얻어야 함에도 오히려 학교가 수업을 적게 하면 좋아하고, 강의를 연장하면 매우 싫어하며, 질문에 대답을 못해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른다. 졸업이나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공부는 절대하지 않고, 그런 일은 대학 선생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취직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더라도 사전에 충분한 공부, 준비는 말할 것도 없고,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학습과 연구, 고민을 해야 발전한다. 아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퇴보한다. 자기 병원이나 식당 현관 앞 청소는 고사하고, 쓰레기 버리고, 원장이나 주인은 근무하지도 않거나 종업원보다 늦게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고, 종업원보다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면, 당연히 학습능력 유지도, 독창적인 사고와 고민도 기대할 수 없고, 장인정신과 같은 사명감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심미(審美) 능력이다. 심미는 일종의 존엄이며, 자아 존중이자 타인에 대한 존중이다. 또한 이는 세계의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아는 것이라 했다. 해외 유명 명품 가방이나 자동차의 성능이 국산에 비해서 좋기는 하지만 5~20배 이상의 기능과 품질의 차이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렇게 고가의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명품을 만드는 나라의 유구한 역사, 우아함, 높은 미적과 기술 수준을 명품이라는 상품으로 대신 지불하고 사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문화, 과학, 질서, 환경 및 분위기를 명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의료계만 한정할 때 술 먹고 운전 중인 시내버스 기사를 이유 없이 주먹으로 때리고, 치료해주려는 응급실 의사를 폭행하고, 119 소방차 경적음이 시끄럽다고 민원 신청하고, 구급차가 아무리 경적음을 울려도 절대 차선 양보와 정지하는 않는 한 우리 사회와 제품은 명품으로 대접받지 못한다. 또 현장 출동하여 흉악범의 칼에 찔려 사망하거나 귀가 잘리는 사고를 당할 정도로 경찰관 조차도 보호되지 않는 국가, 근무 중 사고로 사망한 군인과 소방관, 경찰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나라 역시 명품으로 대접받기 어렵다.

중국 지방 대학교의 졸업 축사를 부럽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읽으며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도 명품화했으면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4.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5.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1.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2.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3.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4.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