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좋은 시즌을 맞아 <태평고을 유등천 달빛 음악축제>가 9월 14일 오후 6시부터 유등천 하상 태평교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대전시 중구 태평2동 자생단체협의회와 태평2동 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대전광역시 중구와 태평2동 기관단체 및 주민들이 후원한 이 행사는 '유등천 달빛 학생가요제'를 시작으로 그 화려한 무대를 펼쳤다.
이어 남녀듀엣가수 '도시의 그림자' 공연에 이어, '뻔뻔한 클래식 오페라단'의 정진옥 단장과 박영범 테너의 환상적 앙상블 공연이 깊어지는 유등천의 밤을 더욱 매혹적으로 물들였다.
다음으론 퓨전국악 '소리디딤'의 공연과, 여성 4인조 걸그룹 '프리즘'이 박수갈채의 견인을 이끌었다. 또한 '빠이빠이야'와 '유쾌 상쾌 통쾌' 등의 히트곡으로도 유명한 가수 소명이 등장하면서는 환호의 절정을 이뤘다.
<태평고을 유등천 달빛 음악축제>는 올 1월 (사)한국자치학회에서 주관한 '제5회 대한민국 주민자치 대상 마을행사 부문'에서 영예로운 대상을 수상한 명불허전의 잔치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개최하는 '동네 민주주의 컨퍼런스'에서는 유일하게 대전을 대표해 참석하는 영예를 안기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축제가 더욱 도드라진 것은 갈수록 이기주의가 심해지고, 그래서 이웃에 누가 사는지조차 관심이 없는 삭막한 세태에 밝은 빛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축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주민들의 십시일반 후원금으로 개최했다는 점 역시 본받아 마땅한 상생(相生)의 본보기라 할 수 있겠다.
주변의 시원한 유등천 물소리와 흥겨운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유등천 달빛 음악축제는 태평(太平)의 사전적 정의 그대로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 없고 평안함'과 더불어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아무 근심 걱정이 없음'처럼 이곳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까지 잔뜩 부여한 힐링의 압권이었다.
오는 10월 5~7일까지 열리는 <대전효문화뿌리축제>의 성공을 응원하기 위한 발판으로도 마련된 <태평고을 유등천 달빛 음악축제>는 행사장 주변에 마련된 커피와 음료수, 떡볶이와 아이스크림 등의 판매부스도 있어 어린이들이 더 좋아했다.
금상첨화로 서예와 무료로 가훈 써주기 등의 서비스까지 이뤄져 큰 호응을 받았다. 유등천도 신이 나서 덩달아 들썩들썩했던 '태평고을 달빛 음악축제'를 구경한 뒤 주변의 식당에 들어갔다. 그리곤 국수를 주문했다. 국물 맛까지 웅숭깊어 금세 한 그릇을 뚝딱했다.
퇴근길에 전통시장에 들르는 게 남다른 취미(?)다. 대전역 옆의 역전시장과 길 건너 중앙시장이 '주 무대'다. 얼마 전에도 거길 들렀더니 개업한 닭집에 손님들이 몰려들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생닭 일곱 마리에 겨우 1만 원이라니 왜 안 그러했겠는가! 부화뇌동하여 나도 살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아내와 달랑 둘이서 사는 터인데 허구한 날 닭으로 만든 음식만 먹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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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 이미지 뱅크 |
국수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먹는 요리로 제조나 조리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빵보다 역사가 깊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국수를 가리키는 용어를 병(餠)이라고 한다지만 우리나라는 쌀로 만든 떡을 병(餠)이라고 한다.
또한 국수를 면(麵)이라고 하는데, 삶은 면을 물로 헹구어 건져 올린다고 하여 국수(?水)라고 칭하였다.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이나 생일, 회갑 등의 잔치가 있을 때 상에 국수를 올렸다.
이는 국수의 모양이 길게 이어진 것이 경사스러운 일의 의미가 길게 이어지기를 염원하는 뜻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수는 종류도 다양한데 가락국수와 메밀국수, 칼국수와 잔치국수에 이어 비빔국수와 냉면 등이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것으로는 쌀국수와 파스타, 스파게티와 우동 등이 돋보인다. 개인적으론 칼국수와 비빔국수를 즐기는 터다. 국수는 지역별로도 천차만별의 종류를 자랑한다.
충청도에는 구기자칼국수와 꿩칼국수, 들깨칼국수와 바지락칼국수 등이 유명하다. 경기도엔 버섯장국수제비와 양주메밀국수, 잣국수와 제물칼국수 등이 입소문을 탔다.
강원도는 감자국수와 감자옹심이칼국수, 강릉동치미막국수와 도토리올챙이국수 등이 지역의 별미로 알려져 있다. 전라도는 다슬기칼국수와 물짜장, 올챙이국수와 완두콩칼국수 등이 유명하다.
경상도에선 꽁치진국수와 녹두죽밀국수, 된장국수와 안동칼국시, 밀면 등이 관광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는다. 제주도는 꿩메밀국수와 닭메밀칼국수, 제주고기국수와 표고버섯국수 등이 유명하다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맛은 알 수가 없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중앙시장을 빠져나와 역전시장의 큰 마트에서 국수를 샀다. 3kg이나 되는 무게였으되 가격이 참 착했다. 그걸 사서 집에 오니 아내의 입이 뺑덕어멈처럼 바뀌었다.
"뭔 국수를 이렇게나 큰 걸 사온 겨? 만날 국수만 먹을껴?" 음식은 때로 추억을 부르는 기저(基底)와 단초로 작용한다. 과거의 가난이 지독하게 싫었기에, 그래서 국수를 물리도록 먹었다는 아내는 그 '트라우마'로 인해 지금도 국수를 극도로 피한다.
반면 소년가장 시절부터 국수를 상습적으로 먹었던 나는 여전히 국수 마니아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말도 있듯 이러한 식습관, 즉 국수를 좋아하는 습성은 딸도 나를 닮았다. 이따금 집에 오는 딸은 지금도 칼국수를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는 때문이다.
국수는 엄지와 집게손가락(다섯 손가락 가운데 둘째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올 만큼만 삶아도 혼자서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내게 있어 국수는 한 나라나 민족이 지닌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인 장점을 의미하는 나름의 국수(國粹)라는 느낌이다.
지금과 달리 과거엔 결혼식이나 환갑잔치 등에서 손님들에게 국수를 줬다. 국수는 미리 삶아두었다가 국물로 토렴(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함)하면 금세 먹을 수 있는 '스피드 음식'의 총아(?)였다.
따라서 국수는 많은 손님들을 치를 적에도 딱 안성맞춤의 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물도 없을 줄 알아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말인데 국수는 국물이 맛있어야 한다. 한국인들의 국물 사랑은 예부터 유명했다.
좋은 식재료가 주어지면 중국인은 튀기고 일본인은 회를 뜨지만 한국인은 국을 끓인다는 말이 있다는 게 이런 주장의 방증이다. 이 같은 국물요리는 다른 요리에 비해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좋다.
오늘은 또 야근이다. 야근 중에는 다시금 '국수'를 먹어야 한다. 출근 전에는 마트에 들러 컵라면을 살 요량이다. 라면도 국수의 아류(亞流)인 때문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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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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