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76화. 지금껏 시집살이가 계속되었더라면

  • 문화
  • 만약에

[만약에] 76화. 지금껏 시집살이가 계속되었더라면

며느리에게 꽃바구니를 보내며

  • 승인 2018-11-0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 (전략)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가수 안치환의 히트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이다. 어제는 새아가의 생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꽃바구니를, 아내는 약간의 용돈을 새아가에게 보냈다.



여기서 말하는 '새아가'는 며느리의 애칭(愛稱)임은 구태여 사족이다. 내 아들이 사랑했기에 올봄엔 결혼까지 한 새아가이니 우리 부부의 눈에도 당연히 사랑스러움은 당연지사다.

꽃바구니를 받은 새아가는 감사하다며 인증샷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꽃바구니를 들고 찍은 사진을 보내준 새아가에게 나는 즉답의 문자를 보냈다. "꽃보다 우리 새아가가 더 예쁘다!! ^^"



= 형님형님 사촌 형님 시집살이 엇덥듸까 고초당초 맵다더니 시집보다 더 매우랴 = 이는 과거 결혼을 하여 고된 시집살이를 하던 여성이 겪는 고난의 길을 풍자한 가칭 '시집살이 노래'이다.

예컨대 시집살이에서 자신을 속박하는 시집 식구들을 희화적이며 풍자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자신이 위로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과거 남성 중심의 유교적인 전통사회에서는 여성이 자기 정체성을 간직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삼종지도(三從之道)로써 여성을 남성에 예속시켰는가 하면, 칠거지악(七去之惡)으로 옥죄는 이중의 사슬까지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시아버지 호랑새요 시어머니 꾸중새요 동생 하나 할림새요 시누 하나 뾰족새요 지아지비 뾰중새요 남편 하나 미련새요 나 하나만 썩는 샐새"라는 자조적 표현까지 있었을까!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 이제 그러한 시집살이는 사라지고 없다. 오히려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눈치를 보는 세상으로 치환된 때문이다. 이 같은 예는 굳이 멀리서 찾아볼 것도 없다.

주변에 물어봐도 이구동성으로 "나 또한 우리 며느리 눈밖에 날까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시어머니들이 줄을 설 정도니까. 만약에 지금껏 역시도 시집살이가 계속되었더라면 과거처럼 이를 견디고 살 며느리는 과연 몇이나 될까?

하여간 새아가를 맞이하고부터 아들의 안색 또한 총각시절보다 월등 좋아져 느껴지는 감흥이 바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것이다. 꽃은 제아무리 고와봤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표현처럼 열흘도 못 가서 지고 만다.

때문에 꽃보다 사람이 더 아름답다는 말이 맞는 것이다. 사람은 '인담여국(人淡如菊)'으로 불변하게 담백한 때문이다. 더욱이 부부란 일심동체로 백년해로를 같이 가야 하는 동반자가 아니던가.

백년해로(百年偕老)는 부부가 되어 한평생을 사이좋게 지내고 즐겁게 함께 늙음을 뜻한다. 고로 이는 곧 장수(長壽)와도 직결된다. 신뢰(信賴)의 장수는 비단 부부관계 뿐 아니라 기업과 일반 가게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 80년이 넘은 장수기업은 1896년에 창업한 두산그룹(박승직상점)을 시작으로 1897년 설립된 최초 민간은행인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이 그 뒤를 잇는다.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과 몽고식품, 삼양사와 유한양행, 삼성제약 등도 장수와 신뢰의 기업군으로 여전히 이름을 떨치고 있다.

대추
장수 얘기를 하자니 100년 전통의 대장간이 떠오른다. 얼마 전 '연산대추축제'를 구경하러 충남 논산시 연산면 연산전통시장을 찾았다. 가득한 대추들을 보자 '대추를 보고도 안 먹으면 늙는다'는 속담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금강산, 아니 대추 구경도 식후경인 법.

근처에 인파로 빼곡한 순댓집이 보였다. 마침맞게 자리가 났기에 순대국밥을 주문했다. '4대째 할머니 순대'라는 간판에 걸맞게 맛도 진하고 푸짐했다. 식사를 마친 뒤엔 10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연산대장간>을 찾았다.

이미 언론에서도 많이 다룬 집이었기에 여길 찾는 손님들도 끊일 새가 없었다. 주인장은 저 안쪽에서 풀무질로 인한 파란 불길에서 쇠를 달구는지 아무튼 강철의 연금술(鍊金術)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양새였다.

"이 호미는 얼마쥬?" "저 낫도 여기서 만든 규?" 연신 들어서는 손님들이 묻는 말에 연산대장간 사모님은 특유의 고운 미소와 음성으로 친절하게 응대했다.

"그러믄요~ 믿고 써 보세요!" 그처럼 보기 좋은 모습은 금세 화목한 부창부수(夫唱婦隨)의 앙상블로까지 여겨지는 기저(基底)로 작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지금이야 철물점에서 필요한 농기구 따위를 쉬 살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엔 대장간을 찾아야만 비로소 농기구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럼 대장간에서 많이 쓰이는 용구(用具)엔 무엇이 있을까? 우선 땅을 파자면 삽이 있어야 하고. 땅을 다듬자면 호미가 제격이다.

풀을 베려면 낫이 필요하며 무언가를 두드리자면 망치가 동원돼야 한다. 주방의 영원한 동반자인 칼 역시 부엌칼에서부터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엔 저가의 중국산 농기구가 국내산으로 둔갑하여 팔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연산대장간과 같은 신뢰의 대장간이 더욱 믿음직함은 상식이다.

연산대장간을 돌아서면서 저 대장간 역시 무려 100년의 역사와 전통이 있었기에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집이 되었겠지 싶었다.

낙화무언 인담여국(落花無言 人淡如菊)이란 '떨어지는 꽃잎은 말이 없고, 사람은 담백하기가 국화와 같다'라는 뜻이다. 국화꽃이 만개한 이즈음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국화의 꽃말은 고결(高潔)과 지조(志操)라고 한다.

이에 걸맞게 시종일관 인담여국(人淡如菊)하는 며느리가 돼 주길 바란다. 아울러 일인불과이인지(一人不過二人智), 즉 '혼자서는 두 사람의 지혜를 넘지 못한다'는 말도 있듯 아들 부부가 매사 지혜를 모아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토대까지 만들기를 소망한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인물-21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3.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4.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5.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1.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2.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4.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5.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