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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의 환갑을 앞두고 아이들이 외국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국내도 구경할 곳이 가득하거늘 구태여 외국까지? 이 말을 전하자 지인이 일본을 추천하였다. "일본은 온천도 유명하고..."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온천은 지천(至賤)이다. 월간 <여성조선>에서는 지난 1월 '국내 인기 온천 TOP 10'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위로는 대전의 유성온천을, 2위엔 충남의 온양온천을 꼽았다. 참고로 그 다음 순위는 아래와 같다.
- 3위 경남 부곡온천, 4위 부산 동래온천, 5위 충남 도고온천, 6위 충남 아산온천, 7위 충남 덕산온천, 8위 경북 보문온천, 9위 경남 장유온천, 10위 충북 수안보온천 - 여기에 열거된 전국의 소문난 온천 중 필자가 실제 가본 곳은 여섯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과연 어떠한가?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 수가 연일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고 한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1~7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462만 4300명으로 전년 대비 14.5%나 늘었다는 게 이런 주장의 방증이다.
11월 17일 MBC뉴스 '로드맨'에서는 440개나 되는 엄청난 숫자로 말미암아 외면 받고 있는 국내 온천의 실태를 내보냈다. 기자의 보도처럼 예전 국내의 유명온천지엔 단체 관광버스들이 줄을 설 정도로 그렇게 호황을 누렸다.
한데 지하에서 용출되는 물의 온도가 25도만 넘으면 어느 곳이든 온천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면서 온천에 대한 인기는 급속도로 식어갔다. 이로 말미암아 온천이 전국적으로 440개나 되다 보니 온천의 중요성과 희귀성에 이어 인기까지 덩달아 추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대한민국 온천1번지' 유성온천의 관광객이 천만 명에서 400만 명 이하로 추락했다는 것은 이런 현실의 바로미터(척도)에 다름 아니다. 해마다 '유성온천문화축제'가 열린다. 올해도 취재를 나가서 본 현상인데, 공짜 족욕장엔 인파로 붐볐으나 정작 돈을 주고 머무는 호텔 등지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 같은 현상은 리베라와 아드리아 호텔 등의 유명 숙박업소 폐업에서도 진작 감지된 '팩트'다. 따라서 전국의 무분별 온천 지정이 오늘날과 같은 '온천의 공동화' 현상을 불러온 건 아닌가 싶은 의구심까지 무성한 게 사실이다.
이처럼 온천법에 의거, 물의 온도가 25도만 넘으면 어느 곳이든 온천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것은 우후죽순의 국내 온천지대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반면 온천의 희귀성 상실과 함께 일본으로의 온천욕 관광객 대량 유출이라는 부메랑의 파편을 자초했다.
따라서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는 속담처럼 국내 온천지대의 공멸(共滅)이라는 자충수가 된 셈이 아닐 수 없다. 고로 기획재정부의 안(案)처럼 온천수 기준 온도를 20도까지 더 낮출 게 아니라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40도 이상으로 높여서 온천지대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자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다.
지난 2005년에 개봉된 느와르 방화 <달콤한 인생>에서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명대사가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사족이자 우스개를 첨언하는데 "넌 나에게 목욕값만 줬어"의 수준만으론 국내 온천관광지의 활황을 도모할 수 없다.
일본으로의 여행객 급증현상처럼 온천 목욕 외에도 식사와 숙박비까지 견인할 수 있는 인프라의 구축과 정비가 시급하다고 본다. 이런 주장을 펴는 건, 필자가 과거 호텔리어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전력이 있는 때문에 잘 아는 '상식'이다.
관광지(더욱이 온천지대는)라고 하면 모름지기 관광객이 최소한 1박(泊)은 해야만 비로소 소비가 이뤄진다. 그래야 잠을 자는 호텔이나 여관 등의 숙박업소가 손님을 맞을 수 있다. 또한 1박을 하게 되면 당연히 저녁과 이튿날 아침의 식사까지를 하게 된다.
이 또한 관광지의 식당에 수입을 안겨 준다. 아울러 필자처럼 술을 좋아하는 관광객이라고 한다면 숙박하기 전 근처의 술집에 매상을 올려주는 건 정해진 공식이다. 때문에 유성온천의 화양연화(花樣年華)를 다시 만나자면 현행 온천수 지정온도 25도를 40도 이상으로 '인상'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명실상부와 명불허전의 온천도시인 '유성온천'의 과거 명성까지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2019 대전 방문의 해'에도 부합되는, 관광객 증진책의 일환임은 물론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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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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