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드래곤볼에 감춰져있던 일본인의 내면…'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드래곤볼에 감춰져있던 일본인의 내면…'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유정희·정은우 지음 | 아이네아스

  • 승인 2019-03-12 14:43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드래곤볼, 일본제국주의
 아이네아스 제공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유정희·정은우 지음 | 아이네아스



'"그래서 멸망했지"란 초사이어인 손오공의 대답은 폭력적인 사이어인들의 과거가 단죄를 받았다는 반박임과 동시에 자신은 그러한 조상들의 죄로부터 관계가 없음을 항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 본문 중에서



한 나라의 문화는 그 국가의 정서를 담는다. 미국 영화에서 옛 소련은 핵무기를 가지고 인류 멸망의 위협을 안긴다. 전 세계를 두렵게 하는 공포를 해결하는 건 미국인이다. 미국은 그렇게 영화를 통해 정의를 실현한다는 이미지를 착실하게 쌓아왔다.



일본 만화 작품들은 전후 일본의 '방황하는 정체성'을 회고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부모를 잃은 남매를 보여주며 전쟁의 참상을 다룬다. 비참한 남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슬픔으로 기억하게 하지만, 일본인을 희생자로 묘사하고 전쟁을 미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일본만화인 '드래곤볼'은 어떨까. 자국 출판만화 역사상 처음으로 총판매 부수 1억부를 넘긴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중국 명대의 장편소설 '서유기'에서 착안해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고 알려져 있다. 1980~1990년대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손오공을 따라 책장 속 모험을 펼쳤다. 그 '드래곤볼' 역시 제국주의의 패망과 원폭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음을 주장하는 책이 출간됐다.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는 만화 드래곤볼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물론,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세계사에 대한 컨텍스트를 분석함으로써 학술적으로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책은 다이어그램으로 드래곤볼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제국주의 유형별로 나눈다. 프리더는 미국, 도도리아는 영국, 자봉은 프랑스로 서구 제국주의 국가에 해당되며, 베지터, 라데츠, 네퍼, 버독으로 표현된 일본 제국주의와 대립한다. 이 일본 제국주의의 사이어인들은 전후 우파 정치세력과 엘리트주의로 변모하고 손오공과 손오반으로 대표되는 시민사회와 맞서게 된다. 프리더의 혹성 베지터 공격은 태평양전쟁에서 제국주의 일본이 멸망하는 것과 연결되고, 손오공이 사이어인으로서의 과거와 단절된 것 역시 전후 일본인과 상통한다.

저자들은 일본 밖의 사람들이 '드래곤볼'을 통해 그에 숨겨진 일본인의 내면, 형언할 수 없는 패전의 트라우마와 열등감을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일본의 근대화에 대한 환상과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일본인이 지닌 열등감의 단면을 살필 기회를 주고, 그 환상에서 깨어날 수 있는 치료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환상의 파괴는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 역시 치료해 줄 것이다. 일본인들이 스스로와 과거 세대의 죄를 지워가며 어떻게 과거를 기억해왔고 앞으로 기억하려 하는지, 일본 대중문화가 애쓰는 과거와의 화해 시도가 다른 나라 사람들의 공감 속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인류·역사학적 방법의 접근이다. 드래곤볼을 통한 '회상으로의 소환장'이자 전후 일본을 이해하는 가이드북으로도 읽을 수 있을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통령실 인사수석에 천안 출신 조성주 한국법령정보원장
  2.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두고 김태흠 지사-김선태 의원 '공방'
  3. [촘촘하고 행복한 충남형 늘봄교육] 학생에게 성장을, 학부모에겐 신뢰를… 저학년 맞춤형 늘봄
  4. '빈집 강제철거 0건' 충남도, 법 개정에 빈집정비 속도 오를까
  5. 목원대 RISE사업단 현판식·발대식… 지역상생 혁신 생태계 본격화
  1. 코스피 역사상 최고치 경신…대전 상장기업도 '활약'
  2. 보완수사 존폐 기로… 검찰청 폐지안에 대전지검 긴장
  3. 천안 중앙고 출신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 2명 위촉 '화제'
  4. 충남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연구팀, 학술상과 우수초록상 수상 연구성과
  5. 한남대 김민주 교수 '네빈 S. 스크림쇼 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바이오특화단지 지정 1년, 정부 예산은 아직?

대전 바이오특화단지 지정 1년, 정부 예산은 아직?

대전시가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비 확보에 실패해 발목이 잡힌 것이다. 10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산업부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글로벌 바이오 혁신신약 클러스터 도약 목표를 세웠다. 지정된 산업단지는 891만㎡로 4곳이다. 조성을 마친 신동·둔곡과 대덕, 조성 예정인 탑립·전민(2028년 예정)과 원촌(2030년 예정) 산단이다. 지정된 특화단지는 정부 R&D예산 우선 배정부터 산업단지..

코스피 역사상 최고치 경신…대전 상장기업도 `활약`
코스피 역사상 최고치 경신…대전 상장기업도 '활약'

코스피가 세제 개편안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으로 장중 3317.77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 시장도 함께 들썩이는 상황으로, 국내 증시 훈풍 분위기와 함께 대전 상장사들의 성장세도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째를 맞은 10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54.48포인트(1.67%) 오른 3314.53으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이날 기존 장중 사상 최고점인 3316.08 찍으며 4년 2개월 만에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수 상승 견인은 외국인이 이끌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 37..

`성 비위` 논란부터 줄탈당까지...조국혁신당 위기 극복할까
'성 비위' 논란부터 줄탈당까지...조국혁신당 위기 극복할까

창당 이후 '성 비위' 논란에서 촉발된 내부 갈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조국혁신당. 9월 11일 당무위원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될 조국 전 대표가 구원 투수로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갑년 세종시당위원장과 강미정 전 대변인 등의 탈당에 이어 중앙당 지도부가 지난 7일 총사퇴했음에도, 당장 세종시당 등 당내 정비는 숙제로 남겨져 있다. 세종시당 전 운영위원들은 지난 8일 중앙당 윤리위원회의 최근 결정 2건에 대한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의 징계 청원 기각(사건번호 2025윤리16) △세종시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옷가게도 가을 준비 완료 옷가게도 가을 준비 완료

  • 사상 최고점 돌파한 코스피…‘장중 3317.77’ 사상 최고점 돌파한 코스피…‘장중 3317.77’

  • ‘올바른 손씻기로 식중독 예방해요’ ‘올바른 손씻기로 식중독 예방해요’

  • 전통시장 화재안전 집중조사 전통시장 화재안전 집중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