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타인은 지옥인가

  • 오피니언
  • 기자수첩

[편집국에서] 타인은 지옥인가

  • 승인 2019-03-26 09:05
  • 최고은 기자최고은 기자

 

20181228110010
사진=네이버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취직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청년이 있다. 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저렴한 가격의 고시원을 잡게 된다. 처음으로 생긴 자신의 공간에 설레던 그는 고시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어딘가 이상함을 느끼고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내 고시원을 옮겨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점점 밖에서 나돌며 고시원 사람들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이미 직장과 연인 등 사생활까지 얽혀 쉽게 빠져 나오기도 힘들어지고,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청년의 모습은 '그들'을 닮아간다. 오는 27일 전역하는 배우 임시완이 주인공으로 캐스팅 돼 화제가 된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웹툰 속의 주인공 종우는 내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긴다. 고시원에서 공동으로 쓰는 냉장고 속 반찬이 사라지는 등 사회에서 겪는 일들에 대한 짜증과 스트레스로 욕설을 내뱉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속에 눌러 담는다.

우리 모두에게는 유독 울컥하게 되고 화가 조절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일례로 개인마다 다른 기준선을 침범하게 되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일상에서도 그런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바닥에 침을 뱉거나 대중교통에서 백팩을 매는 것부터 새벽에 들리는 물소리 등의 소음까지 모두 분노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분노의 크기는 제각각 다를 것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철학자 사르트르의 명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모여도 각자 다른 말투와 가치관, 습관 등으로 부딪히기 십상인데 이 넓은 세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타인들과 어울려 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어느 날 종우는 회식이 끝난 후 고시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탄다. 택시 기사는 사거리에 난 사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며 종우와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한다. 갑자기 '성악설'을 주제로 꺼낸 기사는 "사람은 악한 본성을 품고 살아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본성을 억누르며 통제할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인간은 공존할 수 없는 동물일 수도 있다"며 "서로 필요에 의해 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각해 볼만 한 말이다. 인공 지능은 우리 생활 속에 많이 녹아들었고 IT 기술 등 4차 산업이 더욱 진보하는 지금, 어쩌면 서로가 단절돼도 아무렇지 않은 세상이 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인간이다. 아직은 사회에서 함께 살 수 밖에 없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만큼 타인이 지옥이 되지 않으려면 배려와 양보는 필수다.

웹툰의 제목을 생각하며 회사에서의 '나'를 떠올려봤다. 나는 타인에게 지옥인지 아닌지.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지는 듯 했다. 타인에게 지옥이 되기 않기 위해선 자신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최고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봉명동 시대 가고 '옥산 시대' 온다… 청주 농수산물 시장의 화려한 변신
  2. 전광석화처럼 뚫린 대전 숙원사업… 멈춘 현안들 속도전
  3.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4. 세종교육감 2차례 여론조사… 단일화 효과 반영되나
  5. 한밭대 우주국방첨단융합학과, 미래 안보·우주 인재 양성
  1. 출연연 공통행정 반대 목소리 잇달아 "중앙집중 통제 수단 변질"
  2.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3. 아산시 '이충무공 대제' 개최
  4. 아산시 중앙-탕정도서관. 문체부 인문학사업 연속 지원 기관 선정
  5. 아산시, 맞춤형 여행 돕는 '관광택시' 본격 운행

헤드라인 뉴스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최대격전지이자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 민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지역 현안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충청의 표를 애걸한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국가사업 유치, 대전교도소 이전, 원도심 활성화, 청년 유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러 국정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지역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주요 현안 상당수가 이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충청의 명운이 달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27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대전 중구 오류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은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한쪽에 마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긴 대기줄과 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히 신청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만 오갔다. 이날 창구에서 신청을 마친 차상위계층 오 모(70) 씨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 씨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우리 같은 영세한 사람들은 이럴 때 한번 기분 내는 거지"라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걸 사 먹을 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나누거나 배달음식을 여러 사람이 소분하는 음식 나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창고형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한 물품을 서로 나누는 형식은 자주 목격됐으나, 고물가 장기화에 일반 대형마트와 배달음식을 나누는 새로운 형식의 모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SNS 등에는 대형마트부터 배달음식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분 모임이 형성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구매한 상품을 N분의 1하는 형식의 소분 모임이 중심이다. 설명 글에는 "각종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 4차 석유 최고가격제 동결…저렴한 주유소로 몰리는 차량들 4차 석유 최고가격제 동결…저렴한 주유소로 몰리는 차량들

  • 꽃밭에서 펼치는 투표참여 캠페인 꽃밭에서 펼치는 투표참여 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