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환경오염과 허 시장의 LNG 발전소

  • 오피니언
  • 우난순의 필톡

[우난순의 필톡]환경오염과 허 시장의 LNG 발전소

  • 승인 2019-03-27 10:33
  • 신문게재 2019-03-28 22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환경
그 곳은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흘렀다. 냇가엔 아름드리 미루나무와 버드나무가 우거졌고 주변의 땅은 기름졌다. 모내기 철이 되면 밤새도록 냇물을 퍼 올리는 물레방아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렸다. 미루나무 잎이 햇볕에 반짝일 때면 우리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벤또'에 다슬기, 조개를 가득 잡곤 했다. 유리알처럼 맑은 물 속은 신기하고 경이로운 세계였다. 여러 가지 물풀이 물결에 쉼없이 흔들거렸고 징게미, 피라미, 게가 자갈과 물풀 사이에서 숨바꼭질했다. 가끔 운이 좋을 때는 앙증맞은 자라를 보기도 했다. 마을과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시냇물은 논과 밭을 풍요롭게 했고 아이들의 놀이터가 돼 줬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곳은 들어가선 안되는 곳이 됐다. 냇물 상류 쯤에 도자기 공장이 생기고 난 후부터였다. 화학약품이 섞인 폐수를 냇물에 버렸기 때문이다. 그 후 다슬기 잡는 아이들의 와글와글한 소리도 사라졌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동네 앞 수로에서 이상한 물고기를 발견했다. 몸통을 띠처럼 두른 털이 난 물고기들이 탁한 물 속에서 유령처럼 흐느적거렸다. 막대기로 건드렸는데 반응도 별로 없었다. 소름이 돋았다. 들판 농작물에 뿌리는 농약으로 인한 기형어라고 짐작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환경운동의 기폭제가 된 책이다. 『침묵의 봄』은 살충제의 문제점을 방대하게 다뤘다. 카슨은 극단적 과학주의가 불러온 환경오염의 결과를 낱낱이 폭로했다. DDT 살포로 인해 새들이 죽은 침묵의 봄은 누구의 책임인가. 책은 출간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중들에게 경각심을 준 반면 화학약품 제조업체의 음해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카슨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1969년 '국가환경정책법'을 제정했다.



『침묵의 봄』의 교훈은 세상에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지구는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 인류는 여전히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물질적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와 그에 대응하는 인간 사회의 반응 속도가 명백한 대조를 이룬다는 사실 말이다. 악명높은 런던 스모그와 도노라 사건으로 많은 인명피해를 봤지만 여전히 화력발전소에선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는 유해가스를 토해낸다. 로스앤젤레스 스모그는 질소 산화물과 탄화수소의 배출원인 자동차가 원인이었다. 현재 우리가 사는 도심 공기 중에는 일산화탄소, 황산화물, 미세먼지가 둥둥 떠다니는 상황이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 매연과 불타 사라지는 열대 우림으로 인해 100년 안에 지구 기온이 3~4도 높아질 거라는 진단은 새삼스럽지 않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훗날 자연의 사계절을 알지 못할 것이다. 당장 겨울의 삼한사미와 여름의 폭염으로 고통받는 한반도를 생각해 보라.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19일 한국서부발전과 평촌산업단지 내 LNG 발전소 건설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업비 규모는 1조8천억원에 달한다. 허 시장은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발전소 건립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정치권, 시민들이 대전시의 일방적인 추진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학계 전문가도 환경오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허 시장은 지지율이 50%를 밑도는 상황에서 국면전환용 결과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다분히 정치적인 셈법이 깔린 히든카드였던 셈이다. 21세기의 지구는 '환경'과 '에너지'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직면했다. 극단적인 예지만 허 시장은 안면도, 부안 방폐장 건설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첨예한 갈등을 기억해야 한다. 시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단 얘기다. 부디 LNG 발전소가 '청정 발전소'라는 허 시장의 주장이 허언이 아니길 바란다. <미디어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1.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2.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대상' 16명 시상
  3. 작은 유치원 함께하니, 배움이 더 커졌어요
  4. 충남경찰, 21대 대선 당시 선거사범 158명 적발… 직전 대선보다 119명↑
  5. 서머나침례교회,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연말 맞아 이웃사랑 후원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을 세종시가 아닌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데다, 11월에 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이 ‘대법원 세종 이전법’을 발의한 터라 논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이견으로 대법원 지방 이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차규근 의원(비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법원의 부속기관도 대법원 소재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