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레드 콤플렉스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레드 콤플렉스

윤희진 경제사회부장

  • 승인 2019-06-19 14:38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1윤희진(온라인용)
윤희진 부장
“이러니 빨갱이라 한다.”

막말 대명사로 불리는 차명진 전 국회의원이 북유럽 순방을 끝내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내뱉은 말이다. 스웨덴 연설 중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이라고 언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차명진 전 의원은 6·25전쟁이 남침이 아니라 쌍방과실 때문이라고 보는 것으로,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인 전광훈 목사는 설교 자리에서, "4월 15일 총선에서 빨갱이 국회의원 다 쳐내야 한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며 하야를 요구하기도 했다.



‘빨갱이’

공산주의자를 비하하는 의미로 쓰인다. 구소련에서 유래됐다. 당시 공산주의 국가의 상징은 대부분 빨간색이었다.

해방 직후 미군정의 옹호 아래 친일파들은 친일파, 민족반역자라는 자신들의 약점을 벗어나기 위해 반공주의를 강력하게 내걸었다. 반공을 앞세워 친일 행적을 지우고 감춰왔다.

우리나라에선 1948년 10월에 발생한 '여순사건'부터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다.

국시가 반공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사회 전반에 침투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동백림사건에서부터 이수근 이중간첩 사건, 서창덕 납북어부 간첩 사건, 김복재 조총련 간첩 사건, 박춘환 납북어부 간첩 사건, 유럽 간첩단 사건, 민청학련 사건, 울릉도 간첩단 사건, 문인 간첩단 사건, 형제 간첩단 사건, 학원 침투 간첩단 사건, 정규용 납북어부 간첩 사건,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전두환 군사정권도 5·18 광주 학살, 부림사건,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깃발사건,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진보정당 활동 등을 모두 ‘빨갱이의 소행’으로 봤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인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건 빨갱이는 반공주의의 산물이다. 원래는 공산주의자를 지칭하지만, 냉전과 독재 시절,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고 낙인찍을 때 악용돼왔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에도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모든 활동에서도 여전히 빨갱이는 등장하고 있다. 요즘에는 '종북'이라고 흔히 쓰인다.

지금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폄하할 때도 쓰고 있다. ‘종북몰이’나 '좌빨' 등이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싸잡아 '빨갱이', '종북세력'이라고 비방했던 때가 가장 극에 달했다

지긋지긋한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다. 개혁과 진보주의 자체에 혐오감을 가지거나, 빨간색에 반감을 품은 극단적인 반공주의적 행태다. 레드 콤플렉스는 사라지지 않고 가장 오랫동안 버티고 있는 광신주의라 할 수 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또 다가오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월이 흐르면 진보는 보수가 된다. 그 진보를 보수라고 비판했던 젊은 진보들 역시 머지않아 보수로 불릴 때가 온다. 보수주의자이지만 진보적인 정책을 지지하고, 진보주의자지만, 보수주의 정책을 인정할 필요도 있다.

발목 잡고 의미 없는 이념 논쟁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게 실익을 주기 위해 경쟁하는 시대가 오면 레드 콤플렉스의 광신주의도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윤희진 경제사회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시, '김해맛집' 82곳 지정 확대...지역 외식산업 경쟁력 강화
  2. 환자 목부위 침 시술 한의사, 환자 척수손상 금고형 선고
  3. 대전서 교통사고로 올해 54명 사망…전년대비 2배 증가 대책 추진
  4. 인천 연수구, ‘집회 현수막’ 단속 시행
  5. 인문정신 속의 정치와 리더십
  1. 대학 라이즈 사업 초광역 개편 가능성에 지역대학 기대·우려 공존
  2. 대전교육청 교육위 행감서도 전국 유일 교권보호전담변호사 부재 지적
  3. "행정수도 세종 완성, 당에서 도와달라"
  4.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5. 당진읍성광장, 주민 손으로 활짝 펴다!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보령에 2조원 투입해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 건립

충남도, 보령에 2조원 투입해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 건립

충남 보령에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도는 2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해당 센터를 통해 전력 절감, 일자리 창출 등의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김동일 보령시장, 김용호 웅천에이아이캠퍼스 대표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웅천에이아이캠퍼스(이하 캠퍼스)는 보령 웅천산업단지 내 10만 3109㎡의 부지에 AI 특화 최첨단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캠퍼스 측은 민관 협력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구성하고, 내년부터 2029년까지 2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데이터..

대전시 국방·우주반도체 공급망 중심축 만든다
대전시 국방·우주반도체 공급망 중심축 만든다

K-방산 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위한 국방·우주반도체 개발 및 제조 생태계 구축에 대전시와 산학연이 뭉쳤다. 대전시와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화시스템, 대전테크노파크는 18일 시청에서 '국방·우주반도체 국내 공급망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 이광형 KAIST 총장, 방승찬 ETRI 원장,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 김우연 대전테크노파크 원장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국방·우주반도체 개발 및 제조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협약 기관들은..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 성황리 마무리… `풋살 기량 뽐냈다`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 성황리 마무리… '풋살 기량 뽐냈다'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1월 15~16일 이틀간 충남 청양공설운동장에는 선수들을 향한 환호와 응원으로 떠들썩했고, 전국에서 모인 풋살 동호인들은 신선한 가을 하늘 아래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맘껏 뽐냈다. 중도일보와 청양군체육회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고, 청양군과 청양군의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엔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를 비롯해 서울, 경기, 대구, 경북,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선수들과 가족, 지인, 연인 등 2500여 명이 참여해 대회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