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나 혼자 산다

  • 오피니언
  • 기자수첩

[편집국에서] 나 혼자 산다

  • 승인 2019-07-17 09:05
  • 신문게재 2019-07-17 18면
  • 최고은 기자최고은 기자

Untitled-1
사진=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 이미지

 

독립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작년 겨울 즈음이었다. 부모님은 이사 가야겠단 말을 자주하셨다. 세종에 세를 주던 집이 아까워 이젠 당신이 써야겠다 말씀하시며 굳은 의지를 내비치신 게 이번에는 정말인가 싶어 불안해졌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고 부모님은 이사 날짜를 잡으며 점점 더 계획을 구체화 시키고 있었다. 막연하게 전세로 가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알아본 것은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로 약칭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이었다. 4년 이후부턴 버팀목 전세로 전환되지만 첫 대출 시 금리가 2년간 1.2%로 2년간 동일 금리로 연장이 가능한 획기적인 상품이다.


그럼에도 비자발적 독립은 의욕이란 녀석을 자꾸 넘어뜨렸다. 하루하루 흘러갈수록 마음은 조급해졌지만 어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으로만 방을 찾아보며 발품은 팔지 않았다. 결국 부모님의 이사가 몇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야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회사 주변의 방을 둘러봤다. 휴식을 취해야 하는 주말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밖을 돌아다니려니 어디선가 월세를 구하거나 포기하라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 했다. 애써 부정적인 생각들을 접으며 집을 보러 다닌 결과 여러 조건에 딱 맞는 집을 찾았고 대출을 받기 위해 필요한 신청 서류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디데이가 채 몇 주도 남지 않은 어느 날, 집에 있는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 어쩔 수 없이 또 발로 뛰며 서류를 챙길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잘 몰랐던 정보로 동네 동사무소에서 허탕을 치고 공단 두 곳에서 필요한 서류를 받기 위해 팩스로 받으려 전화를 한 시간이나 붙잡고 있기도 했다. 이사할 곳의 관할 동사무소로 이동했다 은행으로 가 1차 심사를 받으며 진이 다 빠진 채로 있다 보니 살면서 이보다 더 바쁘게 돌아다닌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모든 서류를 갖고 세 번째로 은행을 방문한 날, 꼼꼼하게 챙긴 덕분인지 상담을 하며 두 번 정도 얼굴을 마주친 은행원은 준비를 잘 해왔다며 문제없이 대출이 가능하다는 좋은 소식을 들려줬다. '끝났다' 후련한 마음으로 은행원이 준비한 모든 종이에 사인을 마쳤다. 이로써 은행에서 전세 대출을 받기 위한 신청이 완료된 것이다. 은행원에게 사인한 서류들을 돌려주며 이 날을 위해 발로 뛰어온 두 달여간의 시간을 돌이켜 봤다. 세상에 참 쉬운 일이 하나 없다는 걸 몸소 느낀 기간이었다.



30대를 목전에 둔 여름, 처음으로 나 혼자 생활하는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된다. 부모님 슬하에서 사는 게 가장 편하다는 걸 경험하지 않아도 아는데 어떠한 역경과 고난이 있을지 벌써부터 두렵다. 혹시 모른다. 집이 아닌 돼지우리로 탈바꿈할지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2.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3.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4.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5.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1.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2.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3. 코레일, 겨울철 한파.폭설 대비 안전대책 본격 가동
  4. 대전권 14개 대학 '늘봄학교' 강사 육성 지원한다
  5. '대덕특구 사이언스센터' 딥테크 혁신성장 허브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정부의 노동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과 제재 중심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인식과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222곳)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역인 충남에서 치사율 100%(급성형)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충남도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도내 양돈농가 등에 상황을 전파하고, 이동 제한 등 긴급 차단 방역에 돌입했다. 25일 도에 따르면, 총 463두의 돼지를 사육 중인 당진시 송산 돼지농가에서는 지난 17∼18일 2마리가 폐사하고, 23∼24일 4마리가 폐사했다. 농장주는 수의사의 권고를 받아 폐사축에 대한 검사를 도에 의뢰했다. 도 동물위생시험소는 폐사축에 대한 ASF검사를 진행, 이날 오전8시 양성 판정을 내렸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