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반성없는 일본, 7살 아이의 분노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반성없는 일본, 7살 아이의 분노

원영미 경제사회부 차장

  • 승인 2019-07-30 14:47
  • 신문게재 2019-07-31 18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원영미
원영미 경제사회부 차장
'안 사요. 안 가요. 안 팔아요'

대법원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은 한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 리스트 국가 배제 추진 등 경제보복에 나섰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발끈한 우리 국민도 '1919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2019 불매운동은 한다'는 마음으로 일본산 제품과 여행에 대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한 기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일본산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을 정도다.

불매운동은 식품과 의류, 생활용품, 여행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추세다. 일본산 제품의 바코드 시작번호를 담은 '사구(49) 싶어도 사오(45)지 말자'란 캐치프레이즈도 등장했다. 가장 와 닿았던 것은 인터넷에 떠도는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한 줄 한 줄이 명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냄비근성 아닙니다/ 모래알 아닙니다/ 제대로 빡치면 백만명 씩 촛불 들고 일어나 대통령도 끌어내리는 국민입니다/ 역사 속에 시민혁명 한번 없는 그들과는 다릅니다/ 그런 우리 국민을 제대로 화나게 했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 대통령입니다/ 혼내고 욕해도 우리가 합니다/ 감히 우리 대통령을 욕보였습니다/아무리 미워도 비겁한 공격 들어오는 것 못 참습니다/ 때려도 우리가 때릴 겁니다』

잠이 잘 오지 않는 밤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으로 읽은 글은 평범한 40대 아줌마의 애국심에 불을 지피기에도 충분했다. 그래, 그 개싸움에 기꺼이 동참하리라. 자주 찾던 일본 브랜드 매장은 발길을 끊었고, 올여름 휴가는 강원도에서 보냈다. 일본에 다녀오고도 말하지 못하는 '샤이 재팬'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데, 별것 아니지만 그 속에서 왠지 당당했고 뿌듯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큰 녀석이 어느 날 저녁 식탁 앞에서 뜬금없이 일본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난다.

"엄마, 옛날에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를 공격해서 엄마랑 아빠랑 아이들도 다 죽게 해서…." 아이는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큰 눈망울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면서 또 쳐들어오면 자기가 집에 있는 저격총(장난감)을 들고 엄마 아빠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전이었는데 아마도 그날은 학교에서 역사교육이 있었는가 보다.

이전까지 아이는 몇 번 일본에 다녀온 경험이 있어 생각날 때마다 '언제 일본여행 또 가'하고 묻곤 했다. '피카추' 같은 수많은 만화 캐릭터와 인형 등 장난감이 많아서 좋아하지만, 아이는 그날 이후로 일본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전쟁과 침략, 식민지배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나이지만 제 나름의 '분노'를 느낀 것이리라.

7살 어린아이의 마음도 이럴 진데, 범국민적이고 자발적인 일본 불매운동을 '저급한 반일감정'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이 분노할 때는 정파를 넘어 함께 분노하라는 조언을 되새기길….
원영미 경제사회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온기 페스티벌" 양산시, 동부 이어 서부 양산서 13일 축제 개최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4. 대전 학교 냉난방 가동 체계 제각각 "중앙통제·가동 시간 제한으로 학습권·근무환경 영향"
  5. ‘조진웅 소년범’ 디스패치 기자 고발당해..."소년법, 낙인 없애자는 사회적 합의"
  1. [중도초대석]김연숙 심평원 대전충청본부장 “진료비 심사, 의료질 평가...지속가능한 의료 보장”
  2. 인천 부평구, 주민 참여형 ‘별빛굴포 은하수길’ 개최
  3.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노후 전선·붕괴 직전 천장… 충남경제진흥원 지원 덕에 위기 넘겨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5.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헤드라인 뉴스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호국영령, 충남 품으로’… 부여국립호국원 건립사업 탄력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고 모시는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립호국원이 없었던 설움을 씻어내고 충남에서도 호국영령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9일 총사업비 495억원 규모의 부여국립호국원 조성사업을 위한 2026년 타당성 연구용역비 2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기준 충남 보훈대상자는 3만3479명으로, 참전유공자·제대군인 등을 포함한 향후 국립묘지 안장 수요는 1만8745명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도…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9조 원 돌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12월 금리 변동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반서비스와 제약 업종의 활약이 돋보이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월 대비 4조 5333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9조 446억 원으로 전월(174조 5113억 원) 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충북 지역의 시총은 2.4%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태안화력발전소 폭발 사고 발생… 2명 중상입고 병원 이송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43분께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에서 가스폭발로 연기가 많이 나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인력 78명과 소방차 등 장비 30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은 2명은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인 오후 3시 49분께 초진을 완료했고 현재 자세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내포=오현민 기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