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속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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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 속 아이러니

  • 승인 2019-08-19 14:12
  • 신문게재 2019-08-20 22면
  • 이성희 기자이성희 기자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대한민국에서 반일 감정이 고조되며 보이콧 재팬이 일어나고 있다.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를 비롯해 '100년 전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등 대한민국 국민들의 동참을 요구하는 문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연일 뉴스에선 불매운동으로 인한 일본기업들의 매출 하락이 보도되고 있고 댓글엔 '아직도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0%매출로 대한민국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글이 지배적이다.

불매운동이 생활화된 요즘 그로인해 약간의 불편함을 겪고 있기도 하다. 입고 나갈 옷을 고를 때도 평상시엔 그냥 집히는 대로 입었는데 지금은 브랜드를 살펴보고 입는다. 유니클론지 아닌지..사실 집에 몇 벌의 유니클로 옷이 있다. 불매운동 전에 사 놓은 옷이라 버릴 수는 없고 장롱에 그냥 넣어뒀다. 쇼핑을 하러 갈 때도 일본제품을 안사기 위해 물건을 꼼꼼히 살펴본다. 물론 쇼핑시간이 더 걸리는 건 사실이지만 도저히 알고 나서는 일본제품을 못 사겠다.

아마 기자처럼 국민들 대부분의 삶이 불매운동 전과 후로 바뀌었을 것이다. 편하게 사고 편하게 쓰던 물건이 일본제품 인걸 알게 된 순간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기 시작해 쉽게 사거나 쓸 수가 없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 속에서 기자는 일본제품을 1년 365일 가지고 다닌다. 아내와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심지어 애지중지 모시고 다닌다. 바로 카메라 이야기다. 직업이 사진기자다보니 출근부터 퇴근까지 늘 손에서 카메라가 떠나질 않는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일본 정부 규탄 결의대회 현장이나 현충원에서의 취재 등 모든 사진을 지금 가지고 다니는 일본산 니콘으로 찍고 있다. 요즘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끼리 만나면 의례히 카메라 이야기를 한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니콘 상표 위에 한국기업 로고를 붙이고 다니자, 검정색 테이프로 상표를 가리자'부터 시작해 '국산 카메라를 구입하자', '반일성격의 취재현장에서는 휴대폰으로 찍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이 생산하는 DSLR(디키털카메라)은 현재 없는 상태다. 한국의 대기업이 카메라 사업에 뛰어든 적은 있었지만 사업부진으로 완전히 접은 상태다. 싫던 좋던 일본산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제품에 대한 대체재가 많이 부각되고 있다. 일본 맥주는 한국 및 벨기에, 미국 맥주로 대체 가능하고 자동차와 옷도 한국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하지만 카메라의 경우 사실상 대체제가 없는 현실이다.

연일 거세지는 불매운동 및 일본 정부의 규탄 현장을 보도하고 찍는 게 일본이 만든 니콘, 캐논, 소니라는 사실이 어처구니없을 때도 있고 또 '대체제가 없으니 괜찮아'라고 자신을 위로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일본 카메라가 전 세계시장의 90프로 이상을 차지하며 거의 독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겪어야 되는 자기 위안과 아이러니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이성희 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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