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어린이 위한 어린이공원, 게이트볼 조성으로 아이들 공간 침범

  • 정치/행정
  • 대전

대전 어린이 위한 어린이공원, 게이트볼 조성으로 아이들 공간 침범

홍도어린이공원 23일 인조잔디 설치 마쳐
1500㎡ 기본 규모 중 3분의 1 이상 설치하기도
유성구 제외 4개 자치구, 공원 내 게이트볼

  • 승인 2019-08-26 09:36
  • 신문게재 2019-08-26 5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KakaoTalk_20190825_124411172
24일 오후 홍도어린이공원 내 어린이시설과 게이트볼장. 임효인 기자
지난 24일 오후 4시께 대전 동구 홍도어린이공원. 주말 오후 공원은 어린이공원이란 이름이 무색했다. 잘 정돈된 인조잔디가 깔린 공원 내 게이트볼장에만 노인 예닐곱명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었다. 어린이공원이지만 어린이를 위한 시설은 미끄럼틀과 녹슨 시소가 전부. 바로 전날 조성을 마친 인조잔디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했다. 어린이공원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면적인 1500㎡가량인 이곳은 전체 면적의 4분의 1인 385㎡가 노인을 위한 게이트볼장이다. 인근 주민은 "아이들이 잔디 한쪽에서 공 차고 있는 걸 봤는데 게이트볼장 규모가 아이들을 위한 운동장 시설이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전 내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침범당하고 있다. 어린이의 놀이 공간 확보 차원에서 조성된 어린이공원에 어린이가 이용할 수 없는 게이트볼장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대전 5개 자치구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어린이공원은 동구 34개, 중구 29개, 서구 81개, 유성구 95개, 대덕구 50개다. 이중 어린이공원 유성구를 제외한 4개 자치구가 일부 어린이공원 내 게이트볼장을 설치·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로는 동구 3곳, 중구 1곳, 서구 1곳, 대덕구 2곳이다.

어린이공원은 '공원녹지법'에 근거를 두고 어린이의 보건과 정서생활 향샹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치되는 공원이다. 공원 내에는 게이트볼 등 운동시설을 포함해 여러 시설이 설치될 수 있지만 모두 어린이의 전용시설에 한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대전 4개 자치구 내 어린이공원 7곳은 어린이 전용은커녕 이용도 불가능한 게이트볼장이 조성돼 어린이 공간을 뺏는 꼴이다. 동구는 지난달부터 흙바닥이었던 홍도어린이공원 게이트볼장에 인조잔디를 깔아 지난 23일 조성 완료했다. 인조잔디 385㎡에 벤치 등 편의시설 설치에 5000만 원가량이 소요됐다. 전체 1500.1㎡ 면적인 홍도어린이공원은 법이 정하는 어린이 공원 최소 규모인 1500㎡에 준하는 수준으로 면적의 60% 이상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는 법 규정에 따라 현재 58.8%의 시설을 설치한 상태다.

동구 관계자는 이번 공사에 대해 "기존 노후된 게이트볼장에 인조잔디를 설치해 주민들에게 심신단련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공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타 어린이공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구 선암어린이공원은 1500.1㎡ 면적 중 21%가 게이트볼장이며 성남어린이공원은 1564㎡에 266㎡이 게이트볼장으로 이용 중이다. 대덕구 새말어린이공원은 전체 면적 1591㎡ 중 게이트볼장이 500㎡가량을 차지한다. 전체 면적의 3분의 1 수준으로 어린이를 위한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면적 상당 부분을 게이트볼장에 쓰고 있는 처지다.

게이트볼은 주로 노인들이 즐기는 운동으로 아이들과 노인들이 함께 공간을 공유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는 시각도 일부 있지만 어린이를 위한 공간인 만큼 아이들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을 함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이트볼장이 잔디 훼손을 이유로 어린이 출입을 막고 있는 상태다.

한 자치구 담당자는 "어린이가 많이 없는 데다 주변 주민들이 요구해서 게이트볼장을 설치하거나 공원 조성 당시부터 게이트볼장으로 이용하던 공간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거점국립대 첫 여성총장… 미래인재 육성·교육 균형발전 기대
  2. 취임한달 영호남 챙긴 李대통령 충청만 박탈감
  3. 교육청-학교 책임 떠넘기기? "대전가원학교 지금 당장 휴업하라"
  4. [사건사고]물놀이 50대 다이빙 후 하반신 마비호소…교통사고 70대 운전자 사망
  5. '다시 집, 다시 학교로'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 품는 대전교육청 남학생가정형Wee센터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4년제 대학 신입생 74.7%가 일반고 출신… 기회균형선발 9.3%
  3.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4. 갑천 국가습지 보전대책 본격화…교란식물 제거·울타리 설치
  5. 재료연 AI가 실험하는 자율실험실·전기연 대형 시험설비 현장 가 보니

헤드라인 뉴스


일제시대 보문산별장 복원… 한·일교류 상징시설 될까

일제시대 보문산별장 복원… 한·일교류 상징시설 될까

일본인이 조선의 온돌과 일본의 다다미를 결합해 보문산에 지은 별장의 복원 공사가 완료됐다. 별장 주변에 나무를 심어 조경 복원만 남겨두었으며, 쓰지 만타로의 아들이면서 대전에서 나고 자란 쓰지 아츠시(87) 씨의 바람대로 일본과 한국 교류의 상징이면서 시민 휴식시설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전시 공원관리사업소는 보문산 야외음악당에 오르는 길목에 있는 쓰지 만타로(1909~1983)가 지은 근대식 별장의 복원을 최근 마쳤다고 밝혔다. 보문산 중턱에 정남향으로 세워진 2층 건물로 현관과 햇볕 잘 드는 테라스를 겸한 복도, 침실 1·..

대전시 스포츠 마케팅 매력에 `흠뻑`
대전시 스포츠 마케팅 매력에 '흠뻑'

지역 연고 프로야구단인 한화이글스의 성적과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전시가 이를 활용한 도시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끈다. 6월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7월 1일 한화이글스 소속 류현진 선수를 대전시 홍보대사로 위촉한다. 이와함께 류현진·오상욱 선수-꿈씨패밀리 굿즈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홍보대사는 도시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대내외 시정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지정한다. 대전시는 펜싱황제 오상욱과 트롯가수 김의영, 축구선수 황인범, 배우 이필모 등 20여명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늘어나는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늘어나는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

전국적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30일 발표한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7013세대로 전월보다 2.2%(591세대) 늘었다. 이는 2013년 6월(2만 7194세대) 이후 1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지방에서 두드러졌다. 2만 2397세대로 83% 비율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사랑카드 7월1일부터 본격 운영 대전사랑카드 7월1일부터 본격 운영

  • 더위 피하고 밥값 아끼고…구내식당 ‘북적’ 더위 피하고 밥값 아끼고…구내식당 ‘북적’

  •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