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내조, 잘 사는 길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내조, 잘 사는 길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9-2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조선시대 이우(李瑀, 1542 ~ 1609, 서화가)라는 화가가 있었다. 정삼품 벼슬인 군자감을 지냈다. 얼마나 화훼초충(花卉草蟲)을 잘 그렸는지 풀과 벌레를 그려 길에 놓으면 닭이 와서 쪼아 먹었다 한다. 그림과 글씨뿐 아니라 시를 잘 짓고 거문고 연주에도 뛰어나 4절四絶이라 불렸다 전한다. 그가 바로 대학자 율곡 이이(李珥, 1536 ~ 1584, 유학자, 문신)의 바로 손아래 동생이다. 율곡 또한 '내 아우로 하여금 학문에 종사하게 했다면 내가 따르지 못하였을 것이다.'라며 찬탄하였다 한다.

그들을 길러낸 어머니가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 ~ 1551, 조선 서화가)이다. 슬하에 5남 3녀를 두었다. 48세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훌륭하게 가정을 이끌고 자녀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을 십분 발휘하며 살도록 도왔다. 남다른 열정으로 자기계발에 힘써 서화로 일가를 이루었다. 문헌에 의하면 당대에도 명성이 자자했던 여류화가로 보인다. 대학자를 길러낸 어머니로서 유림에선 현모양처의 표상으로 삼아 왔다. 폄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여론 수렴과 종합적 판단을 거쳐 2009년 발행된 5만 원권 인물이 되었다. 선정이유랄 수 있는 역사성, 정체성, 시대적 요구, 미래사회 이상 등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최근 최대 이슈가 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주변을 보면서, 내조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과거, 아내가 남편 일이 잘되도록 도움 주는 것을 내조라 했다면, 요즈음엔 배우자가 서로 내적으로 격려하고 힘이 되어 주는 것이리라. 부부 일심동체 아닌가? 서로 간에 괴리가 존재하면 파탄에 이를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면서 개인의 가치나 존재감이 상실되어서도 안 된다. 어느 것이 진정한 내조일까? 신사임당 이야기로 조국 사태를 반추해보고자 한다.

신사임당이 살던 당시, 여필종부(女必從夫), 삼종지도(三從之道) 등 남자에게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여자의 삶이었다. 강요당했다고 하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통상 글을 배우는 것도 차단되어 있었다. 다섯 딸 중에 둘째로 태어난 사임당에게 그의 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글을 가르쳤다. 기초학습은 물론, 사서삼경, 통감 등 경전과 고전을 두루 익혔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여, 7살 때 외할아버지가 가져다준 안견의 산수화를 그대로 그려냈다고 한다. 가르침을 받은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기계발에 부단한 노력을 경주했다. 능동적으로 존재감을 보이고 자기 존중감을 가졌다. 자녀를 가르침에도 본인이 충분히 이해를 갖은 다음 가르쳤다. 행동과 실천으로 본보기가 되었다. 그것이 가풍이 되어 모든 자녀가 본받게 된 것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엄격했다. 온화하고 부드러웠으나 자녀들의 잘못은 엄히 경계하고 타일렀다. 자녀에게 쉽게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수많은 편지를 보내 심모원려(深謀遠慮)하였다. 고결한 인품을 지니도록 도운 것이다. 남편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간곡하게 권유하여 고치게 했다. 나아가 주위 사람의 과실도 준엄하게 나무랐다고 한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다. 잘못을 용서하면 일상이 된다. 거짓도 마찬가지다. 거짓이 쌓여 산이 되면 감당하기 어렵다. 거짓인지 진실인지 분간하지 못한다. 사소한 일부터 바로잡아야 거대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사임당은 엄격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그에 못지않게 상대에 대한 존중심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아무리 신분이 낮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한다.

신사임당 아버지도 처가살이하였지만, 남편도 처가살이하였다. 남편은 요즘 말로 백수건달이었던 모양이다. 공부를 시키기 위해 협박도 마다하지 않는다. 과거 공부를 독려하며 절에 들어가 공부하지 않으면 자신이 머리 자르고 비구니가 되겠다 한다. 급제할 때까지 별거하자며 남편을 절간으로 내쫓는다. 3년 겨우 지나 버티지 못한 남편이 영의정을 찾아가 벼슬자리를 알아본다. 영의정 인품을 알아낸 사임당은 극구 만류하여 훗날의 화를 면하기도 한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 했던가? 남편이 주막집 여주인을 첩으로 들이고 두 집 살림을 한다. 그를 두고 벌인 두 사람 토론을 실감나게 그린 책도 있다. 애당초 남편은 사임당 상대가 되지 못한다. 공부와 재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싸움 중, 자신 사후에 재혼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재혼으로 빚어지는 온갖 불상사를 예견한 모양이다. 남편은 사임당 말을 저버리고 첩을 집안에 들여 평지풍파를 일으키기도 한다.

학창 시절 현모양처가 이상이라는 여학생이 많았다. 주제에 자기 성장이나 꿈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지나고 보니, 그도 커다란 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결혼하는 순간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본인의 삶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다. 자연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 있기 때문이다. 관계의 첫걸음은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깟 이력서 한 줄이 문제인가? 일생을 지탱할 기둥을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죽동2지구 중학교 부지 삭제 논란… 주민들 "이해 어려워" 반발
  2. "중동發 에너지 위기 넘는다" 25일 0시부터 차량 5부제
  3. 불법증축 화재참사 안전공업, 대화동 공장에서도 불법구조물 의혹
  4.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혐의 입건…경찰 45명 조사 마쳐
  5. [세종시의원 후보군 릴레이 인터뷰] 18선거구 윤정민 "시민 삶 바꾸는 생활정치 실천"
  1. '멀티모달' 망각 문제 해결한 ETRI, '건망증 없는 AI' 원천 기술 개발
  2. 안전공업 2009년부터 화재신고 7건, 대부분 슬러지·분진 화재
  3. 통합 무산 놓고 지선 전초전… 충남도의회 ‘책임론’ 포문열어
  4. 천안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된 헬기… 담수 과정 중 저수지로 추락
  5. 2026년 진잠향교 춘계 석전대제

헤드라인 뉴스


비닐·배달용기 가격 꿈틀…"장사 어쩌나" 자영업자 한숨

비닐·배달용기 가격 꿈틀…"장사 어쩌나" 자영업자 한숨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포장 용기와 비닐봉지, 포장지 등 가격이 꿈틀대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배달 관련 자영업자 등은 한 달 치 물량을 미리 확보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품귀 현상이 일어날까 전전긍긍이다. 25일 대전 자영업자 등에 따르면 음식을 포장하는 배달 용기의 가격이 점차 상승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가파르게 오른 물가 탓에 원재료비와 공공요금, 월세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용기와 이를 담는 비닐 가격까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중..

"전국 중학 야구 최강을 가려라"…류현진배 야구대회 25일 서막
"전국 중학 야구 최강을 가려라"…류현진배 야구대회 25일 서막

전국 엘리트 중학교 야구팀의 최강을 가리는 '제1회 류현진배 중학야구대회'가 25일 대전한밭야구장에서 막을 올렸다. (재)류현진재단과 대전시체육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의 이름을 건 첫 야구대회로, 전국 엘리트 중학교 야구팀 28개 팀이 참가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날 개회식에는 류현진 이사장, 이장우 대전시장, 조원희 대전시의장, 김운장 대전시야구소프트볼협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화 이글스 소속인 노시환, 문동주, 강백호, 정우주 등의 현역 프로선수들도 현장에서 중학교 야구팀 선수들을 응..

내포 KAIST 부설 영재학교 무산 위기… 정부 예산낭비 지적 불보듯
내포 KAIST 부설 영재학교 무산 위기… 정부 예산낭비 지적 불보듯

김태흠 충남지사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현 정부가 학교 자체를 신설하기보다 기존의 일반학교를 영재학교로 전환해 운영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25일 도에 따르면 현재 17개 시도 중 영재학교가 부재한 곳은 충남을 포함해 8곳이다. 이에 도는 충남혁신도시인 내포신도시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캠퍼스를 2028년까지 설립해 반도체·첨단 모빌리티 등 국가 전략기술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가 내포신도시에 영재학교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중동발 나프타 공급 불안에 종량제 봉투 수급부족 중동발 나프타 공급 불안에 종량제 봉투 수급부족

  • 고유가와 잇따른 축제 취소에 직격탄 맞은 관광업계 고유가와 잇따른 축제 취소에 직격탄 맞은 관광업계

  • 안전공업 화재사고 희생자를 향한 애도 물결 안전공업 화재사고 희생자를 향한 애도 물결

  • 2026년 진잠향교 춘계 석전대제 2026년 진잠향교 춘계 석전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