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감상(鑑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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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감상(鑑賞)

김희정 시인(한국작가회의 감사)

  • 승인 2019-11-08 19:54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김희정 시인
김희정 시인.
작품을 감상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시를 접하다 보니 시집에서 이 방법을 얻을 수 있었다. 시를 읽을 때 먼저 느낌을 본다. 느낌이 좋으면 의미를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작품에 대해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진다. 문학뿐만 아니라 음악도 미술도 예외 없이 이렇게 작품을 받아들인다.

작가의 이름을 보지 않고 오롯이 작품에서 풍기는, 품고 있는 느낌으로 감상하면 생각보다 맛이 좋다. 유명작가가 아니더라도 작품의 첫 느낌이 와 닿으면 첫사랑 못지않게 강렬하다. 처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느냐에 따라 그 이미지는 긴 생명력을 갖고 어느 시간이 되면 다시 보게 되고 다시 찾는 시간이 반복된다. 작품의 생명력은 여기에 있다.

시집을 읽으면서 느낌이 오지 않으면 힘이 든다. 그렇다고 수년 동안 지은 농사를 보내줬는데 던져놓을 수도 없어 끈기 있게 읽어간다. 말 그대로 읽고 있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50편의 시 중에 두세 편은 느낌을 만날 수 있어 시집을 잡고 있었던 시간이 아깝지 않다. 시도 그렇지만 그림이나 음악은 나에게 또 다른 공간을 제공해 준다.

처음 그림을 접했을 때 이론적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명암이니, 구도니, 채색이니 하는 것들은 아주 부수적으로 만나도 되는데, 그런 것을 중심에 두고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감상하려고 했다. 이 그림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까. 이런 것을 내가 읽어내지 못하면 그림을 감상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닐까. 별별 생각을 하며 그림을 보니 답답함을 넘어 그림에서 마음이 멀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갤러리에 동네 어르신들을 초대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내가 그림을 알아!"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 있다. "그냥 보는 대로 느끼시면 돼요!" 굳이 그림을 이해하려고 안 해도 된다고 해도 어르신들 마음을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마음이 가는 대로 생각하면 좋은데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예술은 나와 상관없는 동네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 같다.

고전음악도 그렇고 대중음악도 그렇다. 들으면서 무언가 느껴지면 그만이다. 그 이상 어떤 의미나 이해까지 관객들이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꼭 의미를 부여하고 작품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좀 더 세밀한 공부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전시립미술관이나 이응노 미술관, 연정국악원,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정규적으로 이뤄지는 공연이나 전시 구경을 가도 좋을 듯 싶다.

그냥 작품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설령 느낌이 없다고 해도 괜찮다. 느낌이 없으면 그냥 스치듯이 지나가자. 자신의 느낌대로 말하면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고, 우리가 이런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느낌보다는 한 참 뒤에 와도 괜찮다는 뜻이다.

한밭수목원을 거쳐 다양한 예술 공간이 구성된 길을 가을이 끝나기 전에 걸어보면 어떨까. 한 손에 시집까지 들고 간다면 화룡점정이요,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김희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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