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삶이 그대를 괴롭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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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삶이 그대를 괴롭힐지라도

  • 승인 2019-12-02 09:05
  • 신문게재 2019-12-02 22면
  • 최고은 기자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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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런 날이 있다. 무언가 토해내고 싶은 날이. 실체가 없지만 어떤 감정들이 덩어리째 울컥 올라 올 것 같은 그런 날이. 이정도면 연중행사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지긋지긋한 감정 소모는 나 역시 수년째 겪고 있다. 지친 하루가 끝나면 멍하니 생각한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사람은 누구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괜찮기를,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바라며 살아간다. 하지만 내일이 된다고 해서 반드시 괜찮아질까. 내일의 안정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안정도 중요하다. 조건이나 환경을 바라보면 절대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가 중요하다. 인생은 주어진 상황이나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느냐에 따라 천지차이가 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모두 열심히 살아간다. 이보다 더 부지런하고 빠릿빠릿한 민족이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욕심이란 늪에서 끝없이 허우적거리게 만들 뿐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내가 느끼는 부족함, 한계,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서 느끼는 좌절감, 심지어 자존감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에도 '괜찮은 척'을 한다. 


때로는 내려놓음이 필요하다. '괜찮지 않음'을 표현해야 한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덜어내야 한다.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쓰지 말고 적당히 신경을 끄고 사는 것도 중요하다. 상처가 있다면 치료하고, 지쳤다면 보듬어 주고, 잘한 것이 있다면 인정해 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거울 속 나 자신을 보며 '수고했다' 말하고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일탈해보자. "속 시원하게 털어놓아도 돼"라고 말해주는 이가 곁에 있는 것처럼 하루쯤 펑펑 운다 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나는 일탈 아닌 일탈에서 만족감을 얻었다. 요즘은 뮤지컬에 빠져 매주 기차나 버스를 타고 서울로 떠난다. 문화생활을 하며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상들을 글로 적기도 한다. 특별할 것 없지만 보람차다. 같은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즐겁다. 그런 순간에 깨닫게 된다. 정말로 마음의 평온은 나에게 달린 것을.

지난 주말에도 환희가 가득한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또 한주의 일상이 시작됐지만 그 덕에 힘이 난다. 소설가 트루먼 카포트는 '인생은 3막이 고약하게 쓰여진 조금 괜찮은 연극'이란 명언을 남겼다. 비록 삶이 나를 괴롭힐지라도, 숨 쉴 틈을 만들려면 어떻게든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 주말에는 얼마만큼의 긍정적 에너지를 얻고 오게 될지 벌써부터 설렌다.

 

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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