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 유리천장, 같이 깨뜨립시다

  • 오피니언
  • 우난순의 필톡

[우난순의 필톡] 유리천장, 같이 깨뜨립시다

  • 승인 2019-12-11 09:28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유리
"한쪽 성이 지배하는 환경은 좋지 않다. 하나의 방 안에 너무 많은 테스토스테론이 존재해선 안 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말이다. 11월 20일자 한겨레신문 박정림 KB증권 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박정림 사장은 '여성' CEO다. 현재 상장법인의 여성 임원이 고작 4%인 현실에서 박정림 사장은 당연히 화제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유리천장이 견고하다는 의미다. 박 사장 역시 남성 중심의 카르텔에 편입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술도 어마어마하게 마시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될까봐 흡연실에까지 쫓아다녔다고 한다. 여성 경영인이 더 윤리적이라지만 워낙 적어 검증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그의 말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때마침 두 명의 여성도 세간의 화제였다. KBS 9시 뉴스 메인 앵커 이소정 기자와 충남대 총장 1순위 후보자 이진숙 교수. 여태까지 지상파 뉴스에서 여성은 남성 메인 앵커의 보조 앵커로만 존재했다. KBS는 시대 흐름상 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식해 '특별히' 여성을 뽑았다는 걸 애써 숨기지 않았다. 이진숙 충남대 교수는 교육부의 검증과 대통령의 재가를 거치면 명실상부 국립대 여성 총장이 된다. 현재 국립대엔 여성 총장이 없다. 하지만 이건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기자협회보는 최근 2019 여성 기자 보직 현황을 다뤘다. 27개 중앙 언론사 중 여성 논설위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 8곳에 달한다. 부장(팀장)의 경우 여성 비율이 20%를 넘은 곳은 8곳이다. TV 조선은 여성 부장이 한 명도 없다. 사정은 국립대도 마찬가지다. 38개 국립대 여성 전임교수는 14.7%로 여성 보직자는 9.8%다. 대학의 양성평등 정책이 2017년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성차별은 굴욕적이다. 올해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OECD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유리천장 지수는 여성의 노동환경을 따져 매긴다. 그 중 여성의 임금, 관리자 비율, 기업이사 비율이 꼴찌로 나타났다. 왜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지수가 이토록 후진적일까.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과연 남자와 똑같은 대접을 받고 있는지 남성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남성은 여성에 대해 자신들을 위협할 정도로 똑똑하면 곤란하다는 식이다. 자기 주장이 강하면 따지고 든다며 피곤한 여자는 질색이라고 서슴없이 내뱉는다. 여자는 그저 예쁘고 말만 잘 들으면 그만인가? 의식 수준이 높은 서구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2008년 초 미국의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도 남자들의 조롱을 견뎌야 했다. 유세현장에서 "내 셔츠나 다려라!"라는 야유를 퍼붓는 남자들을 향해 힐러리는 웃으며 "성차별의 잔재는 여전하군요"라고 응수했다. 도대체 뭐가 그리 두려운가.

남녀의 신체적 차이는 타고난 자연의 섭리다. 정수기 물통을 여성보다 남성이 수월하게 들어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인류의 역사에서 남녀의 차이는 오랫동안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괴물로 진화했다. 이젠 그 빌어먹을 차별은 걷어치워야 한다. 남성들은 양성평등이란 말을 꺼내면 오히려 자신들이 역차별 당한다고 흥분한다. 여성과 경쟁하면 밥그릇 뺏긴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여태까지 배불리 먹었으니까 좀 나눠주면 안 되나?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여성에게 주어진 일들의 태반은 불안정한 일자리다. 여성 비정규직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몇 개월째 농성 중이지 않나. 여성 대통령, CEO, 뉴스 앵커, 국립대 총장, 장관 몇 명 나왔다고 해서 양성평등이 이뤄진 건 아니다. 헤이! 남성 동지들, 우리 함께 유리천장 와장창 깨트려서 잘살아 보자고. <미디어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2.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3.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4.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1.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2. 세종 BRT예정지 미리알고 땅 매입한 행복청 공무원 "사회적 신뢰 훼손"
  3. "치매, 조기진단과 적극적 치료를" 충남대병원 건강강좌
  4. 새 정부 교육 국정과제 '시민교육 강화' 대전교육 취약 분야 강화 기대
  5. [세종 다문화] 군사 퍼레이드와 역사 행사, 다문화 가정이 느끼는 이중적 의미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인 서해안 일원에 친환경 수소산업 벨트를 구축한다. 도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 활용까지 국내 최대 수소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글로벌 수소 허브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서산 베니키아호텔에서 열린 '제7회 수소에너지 국제포럼'에서 19개 기관·단체·대학·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해안 수소산업 벨트 구축 본격 추진을 선언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 지사와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 대사, 니쉬 칸트 씽 주한 인도 대리 대사, 예스퍼 쿠누센 주한 덴마크 에너지 참사관 등 500여 명이 참석..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리얼 야구 예능 '불꽃야구'가 대전 한밭야구장(대전 FIGHTERS PARK)에서 21일 오후 5시 직관 경기를 갖는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한밭야구장을 불꽃야구 촬영·경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협약 이후 시민에게 개방되는 첫 무대다. '불꽃야구'는 레전드 선수들이 꾸린 '불꽃 파이터즈'와 전국 최강 고교야구팀의 맞대결이라는 예능·스포츠 융합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경기는 수원 유신고와 경기를 갖는다. 유신고는 2025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봉황대기 4강에 오른 강호로, 현역 못지않은 전직 프로선수들과의..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충청권 경제 단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대전지역 전통시장을 찾았다. 내수 침체로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캠페인을 위해서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이상천 대전세종중소벤처기업청장이 취임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민생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대전세종충남경제단체협의회(회장 정태희)는 지난 17일 오전 대전 서구 한민시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천 중기청장을 비롯해 정태희 회장(대전상의 회장), 김석규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 송현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 김왕환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