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동장군(冬將軍)이 그리운 1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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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동장군(冬將軍)이 그리운 1월입니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20-01-13 15:54
  • 신문게재 2020-01-14 23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천문(하늘에 묻는다)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세종과 관노로 태어나 종3품 대호군이 된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조선의 하늘을 열고 조선의 시간을 만든 15세기 조선과학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몇 군데 신년 교례회를 다녀오는 동안에도 하늘은 음산한 갈가마귀 떼가 오리무중으로 떠 있고 그동안 불청객이라고만 여겨왔던 미세먼지(PM 2.5)가 일상이 된 겨울 풍속도가 갑갑하기만 합니다. 소한(小寒)이 지나고도 며칠째 청승스럽게 내리던 겨울비가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강우량을 경신하며 수상하기만 한 따뜻한 겨울입니다. 예전 같으면 엄동설한의 삭풍과 고드름 폭설 동장군이 이맘때가 되면 맹렬하였지요. 그러나 이상기후의 적폐청산이 이러한 고유어를 북극의 빙하처럼 우리 기억 속에 사라지게 하면서 겨울 낭만의 추억은 나이테의 크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겨울은 기상학적으로 보통 12월에서 2월까지를 일컫지만 이미 절기상으로는 입춘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올 겨울은 겨울이 겨울잠에 빠져들었는지 막무가내로 겨울의 절반이 후딱 지나고, 지방자치단체들마다 공(功)들여 준비한 겨울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돼 전전긍긍 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의 그림자는 비가 그치면 반짝 추위로 용을 쓰다가도 또 미세먼지로 창궐하는 겨울의 유령이 되고 있습니다. 대전은 비교적 대기질이 양호한 편이지만 시민 누구나 미세먼지 안내문자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정책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된 미세먼지는 국가적 재난이고 재앙의 애물단지가 되었습니다. 공기중으로 배출된 먼지가 습도 오존(ozone)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매연, 중금속 물질과 만나 대기중에서 화학반응을 통하여 초입자형태로 되는 초미세 먼지는 대도시에서 10배나 뻥튀기가 되지요.

그나저나 올해는 눈 구경하기조차 힘들 것 같습니다. 눈이 오지 않는 겨울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예부터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는 설풍년지조(雪豊年之兆)는 과학적 논리가 담겨있는 옛 조상들의 지혜입니다. 눈은 평지에서나 경사면에서도 녹지 않고 천연적인 저수지가 되어 봄농사에 필요한 수자원이 됩니다. 또한 쌓인 눈들은 공기층을 형성하여 열의 이동을 차단하며 보리가 얼어죽는 것을 방지하기도 합니다. 눈이 기화할 때 생기는 증발잠열(Latent Heat Of Vaporization)은 웨이코프(Weikoft) 적설의 보온효과에서 증명되었지요. 뿐만 아니라 눈은 같은 부피의 강우량보다 약 5배나 많은 질소 산화물을 함유하고 있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질소비료를 주는 셈이 됩니다. 그러니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겨울눈은 감성을 일깨우는 최고의 겨울 풍경입니다. 눈은 송이송이 시(詩)가 되기도 합니다. 첫눈은 첫사랑의 아련함으로 내리고 함박눈은 사랑하는 단 한 사람과 만나고 싶은 하늘의 순결이지요. 눈오는 날이면 사람들은 하루를 벙글거리는 설레임으로 서성입니다. 눈을 맞으면서도 차갑거나 마음이 시리지 않다면 아직 젊다는 까닭이겠지만 퇴근할 때 빙판길이나 폭설이 걱정된다면 늙어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그래도 겨울은 살을 에는 듯한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어 하늘의 별도 총총거리는 겨울밤을 만나야 제맛이 나는 법입니다. 일평균 기온이 0℃ 이하로 일 최저기온이 ?5℃이하일 때를 엄동(嚴冬)이라 하지만 제아무리 춥더라도 납매(臘梅)는 기어이 섣달에 꽃을 피웁니다. 눈 쌓인 계곡의 복수초도 얼음장 밑 물소리를 들으며 봄을 잉태하지요. 문득 나태주 시인의 동장군이 떠오릅니다.

동장군은 가녀린 산새들 심장을 쪼아먹고 자란다/동장군은 흙 밑의 숨죽인 풀씨들 신음소리를 먹고 살이 찐다/동장군은 가난한 사람들 한숨소리를 듣고 더욱 용맹해진다/동장군은 언제나 나이를 먹지 않는 미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동장군」 일부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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