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작은상자 하나 사기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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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작은상자 하나 사기 힘드네

김성현 경제사회부 건설·부동산/법조 담당 기자

  • 승인 2020-02-13 15:38
  • 신문게재 2020-02-14 22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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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어느 날 길을 걷다 무심코 건너편 아파트를 봤다. 멀리서 봐서 그런지 상자 여러 개가 모여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저 많은 상자 중에 작은 상자 하나를 사려면 돈을 얼마만큼 벌어야 하지?"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 연봉이 3634만 원이라는 통계를 놓고 계산해 봤다. 10년 이상을 꼬박 모아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었다. 물론 숨만 쉬면서다. 생활비를 어느 정도 쓰고 저축한다면? 그 두 배의 시간이 걸리겠고 여기에 모두가 평균 연봉을 벌 수는 없으니 대략 구매하는데 30년 이상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대출을 받고 구매할 수도 있지만, 빚을 지지 않고 산다면 저 '작은 상자'에 평생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 생활의 기본적인 요소인 '의식주'에서 '주'를 누리고 살기가 이렇게 힘든 거구나 새삼스레 느껴졌다.

이처럼 지금도 내 집 마련하기가 힘든데 앞으로는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거침없이 오르고 있는 집값 때문이다.

지난 1월 서울의 상위 20%(5분위) 아파트 매매가가 평균 16억 2528만원에서 17억 8446만원으로 9.79% 올랐다고 한다.

상위 20%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집값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서울에 집중돼 있음에도 이 정도인데 대전의 집값은 어떨까?

대전의 상위 20%(5분위) 아파트 매매가 평균은 5억 1938만원을 기록했다. 대전에서 집 살만하다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전에서 집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취재차 만난 한 부부는 요즘 집값이 계속 올라 집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아이 학군 등 입지조건이 좋은 집을 구하는 것은 꿈도 못 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도 가격이 뛰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수도권 중심의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수도권 집값을 잡다 보니 대전 등 비규제 지역에 투자세력이 몰려서 실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전 아파트 총거래량 4만 6138건 중 18%가 외지인 거래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도 이러한 통계를 뒷받침하듯 서울 등에서 투기꾼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내려와 한 지역을 싹 쓸면 집값이 껑충껑충 뛰고 뒤이어 지역민들이 추격 매수를 한다고 했다. 이 탓에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본다고. 대전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에서 지역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실수요자들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만 집값 안정화를 외치지 말고 지역의 집값 안정화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무주택자들이 작은 상자 하나 구할 수 있게.
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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