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51. 지적혁명(知的革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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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51. 지적혁명(知的革命)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20-02-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외손녀의 출생 400일 기념 동영상이 밴드 가족방에 올라왔다. 작년 1월 세상과 만난 녀석이다. 벌써 1년 하고도 한 달이 넘었다. 세월이 빠르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사람의 '내리사랑'의 본능은 모두 마찬가지다. 외손녀와 친손자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하는 모습은 내 삶의 비타민이다. 더욱이 벌써부터 책을 가까이 하는 모습에선 제 엄마와 아빠까지 닮은 종두득두(種豆得豆)의 감흥까지 느끼게 된다.

책은 종이로 만든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중국의 4대 발명품은 종이를 포함해 인쇄물과 화약, 나침반이다. 이들 발명품은 서양으로도 전해져 세계의 과학은 물론 문화 발전에도 큰 몫을 담당했다.

그런데 이 중 세 개가 중국 송나라 때 발명되었다고 한다. 송나라 때에는 학문을 매우 중요시했기에 교육에 대한 욕구도 덩달아 커졌다. 교육을 위해서는 책이 꼭 필요했다.

그 결과, 인쇄술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마침맞게 송나라 필승이라는 사람이 점토와 아교를 혼합하여 '교니 활자'라는 것을 발명했다. 이후 이것은 목판 활자로 발전했으며 이때 성리학, 역사, 철학, 수학, 의학에 관련된 다양한 책이 출판되었다고 전해진다.

현대에 들어서 컴퓨터, 태블릿PC 등의 약진으로 종이는 점점 그 역할이 축소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종이는 아직도 인간의 생각을 담아내고 기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종이의 발명가로 흔히 알려진 사람이 바로 중국 후한대의 사람 채륜(蔡倫)이다. 채륜은 중국 후한대의 환관이었다. 그는 성실한 인품에 학문을 좋아하며 결백하게 행동한 사람이었다.

채륜은 왕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아 국가 기획기관에 참가하여 정책 입안에도 참여하였다. 그는 서기 105년 기존의 포장지 개념이었던 종이를 개량하여 글을 쓸 수 있는 종이를 개발했다.

그가 만든 종이는 학문 발전에 있어서도 일대 혁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전에 문자 기록은 무겁고 부피가 큰 대나무나 나무판자 혹은 고가의 비단을 이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륜이 개발한, 글을 쓸 수 있는 가볍고 저렴한 종이의 탄생은 문자의 기록과 학문 전달에 있어서도 이전과는 획기적으로 다른 차원의 세계를 맞게 되는 전기의 그야말로 '지적혁명'(知的革命)이었다.

종이(紙)는 비단 글을 쓰고 기록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는데 종이(휴지)가 없는 것처럼 '대략난감'의 사태가 또 없다.

최근 모 기관에서 주최하는 <2020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출간을 희망하는 원고를 출력하여 보냈다. 채택이 되면 발간 비용을 지원해준다고 한 때문이다. 당연히 수백 장의 종이 출력물이 동원되었다.

이와는 별도로 지인 작가님의 또 다른 저서가 이번 달에 출간된다고 한다. 그 작가님과 곧 출간 예정인 나의 저서가 나란히 낙양지가귀(洛陽紙價貴)로 전국의 서점과 도서관까지 장악했으면 오죽 좋을까 하는 바람이다.

'낙양지가귀'는 책이 호평을 받아 잘 팔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낙양지가(洛陽紙價)라고도 한다. 낙양의 종이 값을 올린다는 뜻의 이 말은 오늘날 책이 잘 팔려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중국 육조시대 진(晉)나라 때, 제(齊)나라의 도읍인 임치 출신에 좌사(左思)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한번 붓을 들면 장엄하고 미려한 시를 막힘없이 써내려가는 뛰어난 문재(文才)를 지녔다.

그러나 용모가 추하고 말까지 어눌했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시작(詩作)에 열중하며 세월을 보냈다. 낙양으로 이사하게 된 그는 《삼도부(三都賦)》라는 제목 아래 일생일대의 대작을 집필하였다.

1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들여 마침내 이 작품이 완성되었으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절망했다. 마치 최초의 저서 출간 당시, 수백 곳의 출판사에서 잇달아 거절을 받았던 나의 지난날 아픔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아무튼 좌사는 좌고우면(左顧右眄) 끝에 당시 박학하기로 소문난 황보 밀을 찾아간다. 황보 밀은 널리 알려진 재야의 석학이었는데 좌사의 글을 읽어본 그는 크게 감탄하며 그 자리에서 서문을 써 주었다.

이 말이 전해지자 《삼도부》는 즉시 낙양의 화제작이 되었다.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이 작품을 다투어 베껴 쓰게 되었다. 당시는 인쇄술이 발달하지 못하던 때라 종이를 사서 직접 베껴 썼으므로 그 바람에 '낙양의 종이 값이 올랐다(洛陽紙價貴)'고 전해진 것이다.

종이의 역사가 자그마치 2000년이나 지났다. 한때는 위기설까지 돌았으나 오히려 지금은 종이가 더 필요한 시절이다.

"독서는 정신적으로 충실한 사람을 만들고, 사색은 사려 깊은 사람을 만든다"고 한 벤저민 프랭크린의 말처럼 종이, 즉 '책'을 더욱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길 희망한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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