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55. 임기응변(臨機應變)

  • 문화
  •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55. 임기응변(臨機應變)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20-03-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만무방
'만무방'은 1994년에 선보인 한국영화다. 1950년 6.25 남침전쟁이 발발하여 피아간에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밀고 밀리는 접전이 계속된다.

판문점에서 지루한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즈음, 어느 접전 지역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한 오두막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족상잔(同族相殘)의 표본적인 피해자들이 모여들며 벌이는 또 다른 전쟁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눈 덮인 일망무애(一望無涯)의 산등성이에 자리한 한 채의 초가집에 과부(윤정희)가 살고 있다. 이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초가집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 과부는 생존본능에 입각하여 낮에는 태극기, 밤에는 인공기를 문 앞에 걸어놓는 식으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산다. 산등성이를 울리는 몇 발의 총성은 두 명의 남자를 차례로 이 산골짜기의 초가로 쫓겨 오게 만든다.

정과 사람의 온기에도 약했던 홀로 초가를 지키던 여인은 이들에게 전쟁의 피난처를 제공해준다. 그러나 이 초가도 결코 안전한 피난처는 아니었는데….

대저 사람의 욕망은 식욕과 성욕, 수면욕이다. 이중에서 가장 강한 건 성욕이라 했던가. 초가의 과부는 가뜩이나 없는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차가운 방이나마 함께 자게끔 배려해 준다.

그렇지만 여기로 찾아든 노인(장동휘)은 끝내 그 과부를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정복하고야 만다. 이튿날엔 또 다른 남자가 찾아드는데 혈기방장(血氣方壯)한 청년(김형일)이다.

젊은이는 동란의 와중에 발까지 다쳐 꼼짝을 못하는 늙은이로 인해 냉골이 된 건넌방에서 하룻밤을 겨우 지낸다. 그리곤 '고작' 하루 사이에 과부까지 점령한 늙은이가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작심한 젊은이는 20리나 되는 길을 걸어가서 한아름의 나뭇짐을 해 온다. 덕분에 세 사람은 모처럼 따뜻한 방구들(화기(火氣)가 방 밑을 통과하여 방을 덥히는 장치)에서 잠을 자는 호사를 누린다.

오랫만에 따끈한 밥까지 지어 먹은 과부는 늙은이를 건넌방으로 쫓아내고 건강한 청년의 육체를 받아들인다. 졸지에 안방에서 밀려난 노인은 무기력한 자신의 처지에 비참함을 느끼며 눈물짓는다.

'승자'가 된 청년은 따뜻한 안방에서 여인을 품에 안고 득의양양(得意揚揚)하게 잠들지만 이 또한 오래 가지 못한다. 길을 잃고 찾아든 한 젊은 색시(신영진)의 등장 때문이다.

전쟁통에 남편을 잃은 젊은 색시는 과부와 달리 정조를 지킬 줄 아는 여자였다. 자신을 거둬준 늙은이를 제2의 남편으로 모시겠노라 약속한다. 하지만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젊은이는 나무를 하러 간 벌판에서 끝내 그녀를 겁탈한다.

너무나 부끄러워 겨우 집에 돌아와서도 이를 숨기지만 젊은이는 자랑스레 발설하여 화를 자초한다. 결국 세 사람은 죽고 죽이며 최후를 맞고 초가집은 불에 휩싸인다. 과부는 혼자 생존했지만 이미 제 정신이 아니다.

그녀는 습관처럼 태극기와 인공기를 양손에 들고 걸어 나가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우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 구입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마스크 수급 문제의 해결책으로 '출생연도별 마스크 5부제'까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본질이냐?"는 국민적 불만이 임계점을 넘었다.

'만무방'의 본뜻은 '염치가 없이 막된 사람'을 의미한다. 우한 코로나 사태의 도래 전 나는 천원샾에서 지금도 쓰고 있는 마스크 15장을 고작 1천 원에 샀다. 그러나 지금은?!

흡사 만무방 같은 정부의 늑장 대처(對處)에 국민들은 지금 분노를 넘어 집단우울증까지 앓고 있다. 슬기로운 대처(對處)가 아닌 방화 '만무방 식 임기응변'(臨機應變)의 대처(帶妻=아내를 둠)는 『만무방』 영화의 종말처럼 모두를 자칫 비극과 파멸로 몰아가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독자권익위원 칼럼] 클래리티 법안과 스테이블 코인
  2. 중수청 수사인력 충원 윤곽나오나… 대전중수청 직급별 인원은 아직
  3. 대전 경찰직협, 강제 순환인사 반대 "전국 움직임 더 커질 것"
  4. 대전 ‘국가 반도체종합연구소’ 유치 승부수…차세대 반도체 선도 거점 노린다
  5. 대전 중소병원 신축·확장 등 변화 잇달아…31년 전통 연합정형외과 '변화'
  1. 장윤기 사건 후속 전수조사 대전서 1건… 제한된 조사방식 한계
  2. 충남도 공무원 사칭 피해, 산하기관까지 번져… 주의 요구
  3. 충남개발공사, 혹서기 현장안점 점검 실시
  4. 중국 광둥성·구이저우성, 문화·관광 협력 기반 확대
  5. 천안종축장이전개발추진위, 민선 9기 출범 맞아 국가산단 성공 완수 '결의'

헤드라인 뉴스


대전 ‘국가 반도체종합연구소’ 신설 건의… 반도체 선도 거점 노린다

대전 ‘국가 반도체종합연구소’ 신설 건의… 반도체 선도 거점 노린다

대전시가 30일 차세대 반도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메카로 부상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정부에 '국가 반도체종합연구소' 지역 내 신설을 촉구했다. 과학수도 대전의 최적인 반도체 R&D 역량을 내세워 이재명 정부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 거점으로 우뚝 서겠다는 것이다. 대전시의 이 같은 구상은 얼마 전 정부의 '반도체 굴기' 대형 국책사업인 3대 메가 프로젝트에서 배제돼 미래산업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하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중도일보 취재 결과, 이날 오후 대전 유성구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열린 한..

주말에도 35도 안팎 `찜통더위`… 다음 주 충청권 더 뜨거워진다
주말에도 35도 안팎 '찜통더위'… 다음 주 충청권 더 뜨거워진다

대전·세종·충남에 내려진 폭염특보가 주말에도 이어지면서 낮에는 35도 안팎의 찜통더위가, 밤에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 당분간 뚜렷한 비 소식 없이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데다 다음 주에는 동쪽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바람까지 불면서 충청권의 더위가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30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대전과 세종, 충남 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충남 부여·청양·태안과 세종 남부에는 폭염경보가, 대전과 세종 북부를 비롯한 충남 나머지 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대전과 충남 일부 지역에는 밤..

2026년도 시공능력평가, 대전 1위 계룡건설… 장원토건 전국 순위 큰폭 상승
2026년도 시공능력평가, 대전 1위 계룡건설… 장원토건 전국 순위 큰폭 상승

충청권 향토 건설사인 계룡건설산업(주)이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대전지역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주)금성백조주택, 3위는 파인건설(주)이 이름을 올렸다. 유성구에 본사를 둔 장원토건(주)은 전국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지역 건설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는 전국 종합건설업체를 대상으로 공사실적, 재무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한 '2026 시공능력평가'를 발표했다.대전에선 계룡건설산업이 시평액 3조 1064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계룡건설은 전년보다 1312억 원 증가, 처음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성숙 총리, ‘충청권을 반도체 성장축으로’ 한성숙 총리, ‘충청권을 반도체 성장축으로’

  • 민선9기 재정혁신 발표하는 허태정 대전시장 민선9기 재정혁신 발표하는 허태정 대전시장

  • ‘더위 조심하세요’ ‘더위 조심하세요’

  • ‘여름 휴가 떠납니다’ ‘여름 휴가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