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우왕좌왕(右往左往)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우왕좌왕(右往左往)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률센터장

  • 승인 2020-03-16 07:5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종학 교수
오른쪽으로 갔다가 다시 왼쪽으로 갔다가 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우왕좌왕(右往左往)'이라는 단어가 있다. 한 마디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그린 말이다.

좀 더 속된 표현으로는 냉탕, 온탕을 반복한다는 말도 흔히 쓰이고 있다. 매우 부정적인 말이리라. 그러나 사회든 개인이든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결코 어렵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상황을 완벽히 파악하고, 미래에 닥칠 모습까지 예측하면서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찾아내어 그에 따라 행동한다면 어찌 우왕좌왕할 것이요, 갈팡질팡하겠느냐만, 세상살이는 우왕좌왕의 연속인 것도 숨길 수 없는 우리네 모습이요, 현실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기실 필자의 삶 또한 우왕좌왕 그 자체로 점철되어 왔다.

우리는 왜 우왕좌왕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일까? 그것은 중심을 잡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중심을 못 잡는다는 것은 원칙이 없다는 것이요, 원칙이 없다는 것은 사실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정도에 맞지 않는 결정을 하기 때문이리라.

사실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과 원칙에 부합한 행동 속에서는 우왕좌왕이라는 말은 쉽게 살아 숨 쉴 수 없다. 한마디로 생각이 많기에, 주위를 너무 의식하기에, 고려해줘야 할 대상이 너무도 복잡하기에 원칙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작금 우리 사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극심한 혼란과 불안감에 빠져 있다. 그 어떤 지도자라 할지라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고, 갈팡질팡하기 딱 십상인 난국이다. 다른 사람이 바둑을 두는데 훈수를 두기는 쉽고, 타인의 결정에 왈가불가하면서 비판하기도 어렵지 않지만, 실제 이 난국에서 의사 결정권자로서 헤매지 않고, 바른 결정을 한다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비판과 냉소가 아닌, 정말 일을 해 본 사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지도자들만의 고뇌이다. 그러기에 지도자 노릇을 하기가 힘든 것이리라.

그러나 어찌하리오. 사회 구성원은 어려운 형국을 헤치고 난국을 수습하라고 지도자 자리에 앉힌 것이요, 지도자들도 이를 감당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자리에 오른 것이기에 고독한 결단은,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하여는 온전히 지도자들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지도자들은 모든 행위의 결과에 대한 무한책임을 진다고 하는 것이다.

이제 오를 대로 올라간 이 바이러스 위기를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고, 언제쯤 우리가 고대하는 평온을 찾을 수 있을까? 참으로 풀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어려울수록 답은 쉬운 곳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이러스는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기에 이에 기초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을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의료와 방역 전문가들의 전문 지식과 판단에 정치와 정무의 자리를 비워주어야 할 시간이다. 경제, 외교 그 어느 것 하나 우리가 쉽게 버릴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지만,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방역과 치료를 통한 시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기에 그렇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결코 어느 한쪽에 휩쓸리지 말고, 전문가적 양심에 기초한 판단을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이를 준수하지 않을 때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공동체로서 존속할 수가 없기에 그렇다.

지금은 시민 모두가, 정치와 행정 지도자들이, 신문과 방송이 잠시 각자의 생각과 입장을 내려놓고 오로지 과학과 의학 전문가의 정확한 지식과 그에 기초한 양심적 판단을 존중할 시간이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2. [현장취재]정민 한양대 명예교수 에 대해 특강
  3. 올해 충남 집값 17주 연속 하락… 아산 누적 하락률↑
  4. 서남학교 설계 본격화… 2029년 개교 추진
  5. 대전우리병원, 혼합현실(MR) 기기 착용한 척추수술 첫 시행… 첨단 디지털과 의료 결합 시험무대
  1. 정청래, 어린이날 맞아 대전 방문…"허태정은 민주당 필승카드"
  2.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3. 한국산림아카데미재단 총동문회·중부지방산림청, 합동 산불방지 캠페인 벌이다
  4. ‘뜨개화풍’ 정우경 초대전…관저문예회관서 12일 개막
  5. 2027학년도 지역의사 전형 충청권 모집 118명 확정

헤드라인 뉴스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진영에서 내건 선거 구호다. 이 구호는 경제 불황에 시달리던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당시 객관적 열세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선 승리로 이끌었다.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즉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짚은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지역을 책임지는 '일꾼'을 뽑는 6·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지역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대전의료원 건립 사업이 사업비 조정을 거쳐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대 인근 용운동 11번지 일원에 건립되는 대전의료원은 총사업비 1759억(국비 530억, 시비 1229억)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3만3148㎡에 319병상 규모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1996년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경제성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로 상황이 급변했다.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 유행에 따른 공공의료 필요성..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지역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 시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2000원대 돌파 시점은 달랐지만, 현재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대전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2.53원으로 전날보다 0.12원 올랐다. 경유는 1997.39원으로 0.07원 상승하며 2000원 선에 근접한 상태다. 대전의 휘발유 가격은 4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4월 24일 처음 2000원을 넘어선 뒤 현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