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위시리스트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재난지원금 위시리스트

  • 승인 2020-05-12 00:00
  • 박솔이 기자박솔이 기자
편집국에서 바탕사진
정부에서 11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카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기자의 가족은 5명. 솔직한 말로 재난지원금 지급 확정 이후 가장 기대했던 것은 지원금 액수였다. 가족 수가 많은 만큼 더 많이 받지 않을까 기대했다. 애석하게도 4인 이상 가구도 100만원 지급이 결정됐다. 실망도 잠시 우리 가족은 '위시리스트'를 적어 갔다.

각자 재난지원금을 '어떻게 쓸까'하며 사고 싶은 물건을 검색하기 바빴다. '코드리스(Codeless) 청소기'를 사고 싶다는 엄마, 일본 게임기를 사고 싶다는 둘째, 고기를 원 없이 먹고 싶다는 막내와 N분의 1로 나누고 싶은 나. 정작 카드 주인인 '세대주' 아버지는 떡 줄 생각도 없다.

엄마의 위시리스트 코드리스 청소기는 백화점, 대형 전자제품매장, 온라인에서 살 수 있다. 둘째의 신도림 한복판 긴 줄을 서게 했던 일본 게임기도 온라인 구매가 필요한 상황. 사용처만 두고 보면 살 수 있는 확률은 '0'에 가깝다. 정확히 나눠 쓰자는 내 요구는 지류로 받아써야 한다는 수고로움에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소박하다고 비웃었던 막내의 '고기 원 없이 먹기'가 가장 달성하기 쉬워보였다.

그래도 청소기, 게임기를 살 수 있을까 검색을 하던 중 한 맘카페에서 비슷한 문의 글을 발견했다. '아들 게임기를 사주려 하는데 살 수 있는 곳이 있냐'는 내용이었다. 댓글이 꽤 많아 읽어보니 '아드님 게임기도 좋지만 소상공인을 위해 써주시는 건 어떨까요?'라는 답변이었다. 댓글 아래로는 동의한다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뭘 사야 잘 샀다고 소문이 날까'하며 위시리스트를 작성했던 내가 한없이 작아졌다.

퇴근길 사거리에 위치한 가게들 전봇대 사이로 '○○페이, 재난지원금 사용 환영'이라며 붙여놓은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오매불망 다시 찾아올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을 그들이 눈에 선했다.

'오늘은 어제 매출보다 더 오르길, 코로나 이전 매출의 반만이라도…'라며 저마다의 위시리스트를 적어놨을 소상공인들. 그들의 위시리스트는 일상으로의 복귀였다. 맘카페에 달린 그 댓글을 읽지 않았더라면 청소기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샅샅이 찾아 어떻게든 구매했으리라. 동생 게임기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N분의 1로 나눴어도 나를 위해 쓰는데 정신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들을 돕는 소비라면 말이 달라진다. 밥을 먹을 때에도, 옷을 살 때도, 장을 보러가더라도 그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옷가게에서, 시장에서, 동네 슈퍼에서 소비한다면 나도 그들도 웃는 '기쁜 소비'가 되지 않을까. 물론 강제성은 없다. 다만, 나도 그들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상으로의 회복을 바라며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행복을 배로 채울 수 있는 '재난지원금 위시리스트'를 새로 적어본다.

편집2국 박솔이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청주시 외평~북이 등 2개 도로 노선, 제6차 국도·국지도 예타 대상 선정
  2. 포항 해수욕장 제사 반대 10만 서명운동 본격화
  3. 대전 미분양 1년 새 23% 증가… 중구 미분양 대폭 증가
  4. [주말사건사고] 폐차장 화재부터 공장 폭발까지...대전·충남 사고 잇따라
  5. 한국마사회 글로벌 심판 영입… 서울경마 신뢰 높인다
  1. 충청 명운 가른다…정기국회 현안입법 예산 초당적 협력 시급
  2. 보완수사 기한 줄이고 절차 강화… 경찰 수사 완결성 시험대
  3.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의료현장에 AI·데이터 더한다… 건양대가 여는 '데이터 의학'
  4. 국세청, 태국에 세정 선진 경험 전수… 글로벌 최저 한세 협력
  5. 지방 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지역 사립대 '직격탄' 우려

헤드라인 뉴스


[중도일보 창간75주년 특집] 기록을 딛고, 충청의 미래를 점화한다

[중도일보 창간75주년 특집] 기록을 딛고, 충청의 미래를 점화한다

원자번호 75. Re. 레늄(Rhenium). 녹는점이 3000℃를 훌쩍 넘는 레늄은 초고온에서도 안정적인 특성을 유지한다. 극한의 열을 견뎌야 하는 항공기 제트엔진의 터빈 블레이드용 초합금과 로켓·미사일 추진기관의 연소실·노즐 등에 활용되는 이유다. 특히 니켈계 초합금에 소량만 더해도 고온 강도와 내구성을 높일 수 있어 항공우주와 국방산업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 희소성은 더욱 특별하다. 레늄의 대륙지각 내 평균 함량은 10억분의 1 미만으로 지구에서 가장 희귀한 원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극한의 열을 견디고 소량으로도 전체..

[창간75] AI 선도·반도체 성장축 떠오른 충청…초광역 ‘원팀 전략’ 관건
[창간75] AI 선도·반도체 성장축 떠오른 충청…초광역 ‘원팀 전략’ 관건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민선 9기 대전·세종·충남·충북도 AI와 반도체 산업을 지역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천안·아산과 청주의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부터 대전의 연구개발(R&D), 세종의 첨단부품까지 충청권이 보유한 산업 기반도 탄탄하다.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392조 원 규모의 민간투자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충청권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관건은 충청권의 공동 대응이다. 4개 시도가 개..

[창간75] 충청권 392兆 대규모 투자 마중물… `초광역 경제권` 발판 삼아야
[창간75] 충청권 392兆 대규모 투자 마중물… '초광역 경제권' 발판 삼아야

충청권 산업이 대전환기에 들어섰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충청권 첨단산업 민간투자 규모는 총 392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충남에서는 올해 202조 원 규모의 투자사업이 착공과 인허가 등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이번 대규모 투자를 단기적인 생산과 고용 증가에 머물지 않고 지역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기업 투자를 계기로 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물폭탄에 잠긴 교량 차지한 오리 물폭탄에 잠긴 교량 차지한 오리

  • ‘두 달째 파행하고 있는 대덕구의회 규탄한다’ ‘두 달째 파행하고 있는 대덕구의회 규탄한다’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자부 8강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자부 8강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4강전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4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