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111개의 전생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111개의 전생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

  • 승인 2020-05-28 18:05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기억
 열린책들 제공
기억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



자신의 전생을 본다면 어떨까. 전생은 몇 번이나 있으며, 각각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그 전생이 현생에 영향을 미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신작 장편소설에서 전생과 기억을 테마로 다뤘다. 지난해 '죽음'이 국내에 출간된 지 1년 만의 작품으로 원제는 '판도라의 상자(La Boite de Pandore)'다. 2018년 프랑스에서 출간돼 15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소설은 고등학교 역사 교사인 르네 톨레다노가 센강 유람선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에 갔다가 퇴행 최면의 대상자로 선택 당하면서 시작된다. 최면에 성공한 그는 무의식의 복도에 늘어선 기억의 문을 열 수 있게 되고, 문 너머에서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그의 전생을 만나게 된다.

르네는 이 참전병을 비롯해 총 111번의 전생이 자신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여러 기억의 문을 열어본다. 문을 하나 열 때마다 다양한 시대, 다양한 나라에서의 삶이 펼쳐진다. 고성(古城)에 사는 백작 부인, 고대 로마의 갤리선 노잡이, 캄보디아 승려, 인도 궁궐의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일본 사무라이 등이 그의 전생이었다. 그중에서 최초의 전생이었던 전설 속의 섬 아틸란티스에 사는 남자 게브를 만나고, 아틸란티스 섬이 바다 속에 잠겨 버렸다고 알고 있는 르네는 게브를 구하려고 한다. 실제의 삶에서 기억이 그러하듯, 르네가 열어본 기억의 문 뒤에도 보물과 함정이 공존하고 있었다. 르네는 전생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하지만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소설은 인간의 정체성에서 기억이 어느 만큼을 차지하는지, 인간이 어떻게 기억을 만들고 지켜나가는지를 탐구한다. 등장인물들이 기억과 맺는 관계는 흥미롭다. 르네는 일상생활에서는 건망증이 심해서 하던 이야기도 까먹을 정도지만, 최면 속에선 보통 사람은 접근할 수 없는 심층 기억에 도달한다. 르네의 아버지 에밀은 알츠하이머 때문에 점점 기억을 잃어 가는 중이며, 르네에게 최면을 건 최면사 오팔은 기억력이 지나칠 정도로 좋아서 괴로워한다. 르네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역사는 개인이 잊더라도 지워지지 않는 집단의 기억이다. 111개의 전생이 겹치며 만들어 낸 르네의 삶은, 독자들에게도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법원, 유튜브 후원금 횡령 혐의 40대 여성 선고유예
  2. 캄보디아서 구금 중 송환된 한국인 70%, 충남경찰청 수사 받는다
  3. 천안시, 직원 대상 청렴·반부패 추가교육 실시
  4.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중대재해 근절 성실·안전시공 결의식' 개최
  5. 대만 노동부 노동력발전서, 한기대 STEP 벤치마킹
  1. 천안시, '정신건강의 날 기념' 마음건강 회복의 장 마련
  2. 천안시의회 이병하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 운영' 등 2건 상임위 통과
  3. 천안동남소방서, 현장대응활동 토론회 개최
  4. 천안시 보건소, '영양플러스 유아 간식 교실' 운영
  5. 한화이글스의 가을…만원 관중으로 시작

헤드라인 뉴스


국감 중반전…충청 슈퍼위크 돌입 촉각

국감 중반전…충청 슈퍼위크 돌입 촉각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중반전에 돌입한 가운데 대전시와 세종시 등 충청권 시도를 포함한 지역 주요 피감 기관장들이 20일부터 줄줄이 증인대에 오른다. 내년 지방선거 앞 국감에서 기선 제압을 위한 여야 각축전이 금강벨트로 확전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충청권으로선 현안 이슈파이팅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지금까지 올 국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두고 정책이 실종된 채 정쟁을 벌이며 '막말 국감'을 자초하고 있다. 한껏 가팔라진 여야 대..

국감서 혹독한 평가 우주항공청, 대전에 연구개발 역량 집중해야
국감서 혹독한 평가 우주항공청, 대전에 연구개발 역량 집중해야

개청한지 1년 반이 지난 우주항공청이 국정감사에서 혹독한 평가를 받는 가운데 '우주항공 5대 강국 도약'을 위해선 대전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우주항공청의 운영 체계와 인력 구성 등 조직 안정성과 정책 추진력 모두 미흡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우주청의 구조적 한계로 '예산 부족'을 꼽는다. 올해 우주항공청 예산은 약 9650억원으로,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든 분야를 포괄하기엔 역부족인 규모다. 여기에 입지 문제도 크다. 우주청..

대전창작센터, 원로 예술인 특화 전시관으로 전환
대전창작센터, 원로 예술인 특화 전시관으로 전환

대전 미술의 창작 공간이던 대전창작센터가 20년 여정의 마침표를 찍고, 원로예술인 특화 전시관으로 전환된다. 19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창작센터는 옛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 건물로 故배한구(1917~2000) 선생이 설계한 것으로 등록문화재 10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한국 근대건축으로 평가받는다. 2005년 대전시립미술관은 한남대 건축학과 한필원 교수와 협력한 프로젝트 전시 <산책-건축과 미술>을 통해 문화시설로서의 재생 기능성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돌입, 2008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으로부터 관리전환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